[문화광장] 인간의 거울

지난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전 신인 디지털 아티스트 부문에서 AI로 제작된 작품이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인공지능이 예술 영역에서 성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AI 화가의 작품이 한화로 약 5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AI가 그 단어의 의미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언어-이미지 변환 AI 모델은 벌써 10여 개에 달한다. AI는 이제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예술에까지 스며들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이 그동안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고려됐던 부문에 침투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은 벌써 6년 전의 일이며, 예술계에서도 활발한 창작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이러한 일을 해낼 때마다 우리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먼저 인공지능의 학습법에 대해 살펴봤다. 인공지능의 학습법에는 머신러닝, 딥러닝 등이 있다. 머신러닝은 컴퓨터에 데이터를 주고 학습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얻어내게 하며, 딥러닝은 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 분석해 학습하는 기술이다.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데이터는 인간에게서 나온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인간은 다름이라는 가치를 인정해야 하고, 편향된 데이터를 수정,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발한 토론자여야 한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챗봇 이루다 사태는 인간의 어두운 모습을 고스란히 학습한 인공지능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개발사는 연애 앱에서 이용자들이 나눈 대화를 모아 이것을 기반으로 이루다를 만들었다. 이때 이루다는 성별이나 인종, 장애 등에 관한 차별적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혐오스럽다고까지 했다. 위의 사례에 비춰 봤을 때‘인공지능은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말과 행동에서부터 정신세계까지 모든 것을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습득하기 때문이다. ▲인간 ▲인간이 만들어낸 데이터 ▲인공지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콜로라도 미술대회에서 인공지능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고 심사위원들로부터 미적 가치를 인정받아 수상까지 했다. 그런데 만약 인공지능이 편견과 혐오로만 가득 찬 데이터로 학습하고 작품에 투영했다면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 앞서 언급한 언어 – 이미지 변환 AI 모델은 이미 그려낼 대상으로 간호사를 입력하면 여성을 그리고, 변호사를 입력하면 백인 남성을 그리는 편향성을 보였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존중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편향된 데이터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에 활발히 참여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이제 못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다양한 일을 막힘없이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출력하는 것에서 인간의 말, 정신, 문화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인간 고유의 영역을 지킬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현재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차별 및 혐오 표현을 금지어로 지정해 필터링하는 기술의 도입은 긍정적이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인간이 바뀌어야 한다. ‘나와 다른 것의 존재에 대한 다정한 태도’가 근간이 돼야 한다. 인공지능은 지금 인간에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지윤 기자
alwayselois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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