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테스형도 몰랐던 진리

아침에 눈을 뜨고 각자의 삶에 맞게 하루를 보내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후 그날의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4시간, 이렇게 보내는 시간을 우리는 ‘하루’라고 부른다.
만약 당신의 하루를 누군가가 구매하고 싶다고 한다면 당신은 그 하루를 판매할 것인가? 판매한다면 얼마에 판매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면 기꺼이 자신의 하루를 판매하려 들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반면 경제적으로 여유는 있으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금액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거래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내놓는 답변은 달라지겠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 모두 누군가의 제안을 들었을 때 자신의 시간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영화 ‘인 타임’에서는 시간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이를 영화 현실에 구현한다. 영화에서 사람들은 25살 이후로 늙지 않지만 자신이 가진 시간이 전부 사라지면 죽음을 맞이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도 시간으로 구매하고 월급을 받을 때도 시간으로 받는다. 타인에게서 시간을 빼앗을 수도 있고 은행에 자신의 시간을 저장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영화에서는 시간이 돈이다. 부자는 25살의 나이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지만 빈자는 25살을 맞이하기도 전에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부자는 자신이 가진 하루를 흥청망청 써도 괜찮지만 빈자는 그 하루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살아간다.

다시 누군가의 제안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실에서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물리적으로 거래할 수 없다. 또한 모두에게 하루는 24시간이다. 부자라고 해서 하루가 25시간으로 늘어나지도, 빈자라고 해서 하루가 23시간으로 줄어들지도 않는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우리는 하루로 이루어진 일상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했다. 당연히 우리가 누려야 했고 우리는 이를 누릴 자격이 있었으며 하루가 가지는 그 가치 역시 똑바로 인식하지 못했다.

코로나는 이처럼 하루로 이루어진 일상을 당연시해왔던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정작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그 가치를 처다보지도 않았던 일상이 이제는 너무나도 그리운 대상이 돼버리고 말았다. 이에 멈춰버린 일상 속 언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거에 대한 일상이 그립긴 하지만 정작 현실이 너무 어두워 과거의 기억을 빛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과거의 기억을 본인 스스로가 미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가지는 그 가치가 현재보다 높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 중 바꿀 가능성이라도 남아 있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이 아닌가. 그러니 주변에 과거의 일상, 혹은 과거의 기억만을 떠올리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해줄 것을 제안한다. “본인이 지금 우울해하면서 보내는 하루도 일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과거의 일상만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이 아니다. 현재도 일상이다. 비록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아니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현재도 일상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러니 과거의 일상과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현재의 일상을 허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과거의 일상과 기억에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정작 현재 자신의 일상에 가치를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본인은 과거에 일상의 가치를 무시하면서 이를 허비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는가?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민건홍 기자

celestial@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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