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행사에 침투한 ‘하나의 중국’

본교 교환학생 교류회 KUBA가 주최한 제22회 ISF에서 티베트 부스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티베트 부스를 중국 부스와 따로 운영한 점에 대해 주한중국대사관까지 개입하고 나섰다. ISF 티베트 부스와 관련한 논란 및 대립하는 입장을 The HOANS에서 짚어봤다.

티베트&인도 부스가 쏘아 올린 공

지난 11월 14일 민주광장에서 본교 글로벌서비스센터 산하 교환학생 교류회(Korea University Buddy Assistants, 이하 KUBA)가 제22회 International Students Festival(이하 ISF)을 주최했다. ISF는 다양한 출신지의 교환학생 및 방문학생들이 KUBA 소속 본교생과 함께 국가·지역별 문화를 알리는 학기별 행사다. 신청한 학생들의 부스 활동을 통해 각 지역의 문화를 알리는 것이 행사의 주목적이다.

이번에 논란이 일었던 티베트 부스도 인원이 부족해 티베트와 인도 문화가 함께 소개된 부스였다. 이에 중국 교환학생들은 행사 다음 날인 15일 KUBA 구성원들이 소속된 비공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수교국인 한국이 외교적으로 중요한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려하지 못하고 티베트를 독립된 국가로 보이게 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같은 날 오후 중국 학생들에게 상황을 전달받은 주한중국대사관이 본교로 연락을 취해 상황 설명과 후속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16일, 소요를 진정시키고자 글로벌서비스센터는 중국 학생들에게 해명 메일을 발송했다. 메일에는 ISF의 취지와 함께 부스 배정 기준이 국적과 영토가 아닌 차별화된 문화 및 부스 운영 인원이라는 보충설명이 포함됐다. 본교 글로벌서비스센터는 일전에 최초 게시된 중국 학생의 항의문에서 짚은 ‘하나의 중국’ 문제와 관련해 중국 학생들의 상처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사과와 함께, 분명 본교는 한중 양국의 선린관계 및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그러나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웨이보를 통해 중국 본토 내에서도 논란이 이는 등 격화된 중국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으며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련의 사태가 알려지면서 본교생들 사이에도 설전이 오가며 논란이 계속됐다.

‘하나의 중국’에 어긋난 티베트 부스

티베트 부스는 ‘하나의 중국’과 관련해 논란이 크게 일었다. 하나의 중국은 ▲홍콩 ▲마카오 ▲대만 ▲소수민족 등과 중국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합법적인 중국의 정부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라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간의 정통성 문제인 양안문제에서 주로 언급되지만, 소수민족의 독립 문제와 관해서도 많이 거론된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은 분열되는 것을 막고자 이 원칙을 내세워 티베트, 위구르와 같이 독립 문제가 일고 있는 일부 지방의 요구를 막고 있다. 이 원칙은 중국이 대외적으로 외교 관계를 맺는 국가들에 수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정도로 중국 정부가 중요시하는 원칙이다. 이번 ISF에서 티베트 부스의 독립 운영이 논란이 된 것도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판 때문이다.

티베트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망명정부가 사용하는 설산사자기가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받았다. 하나의 중국을 중요시하는 중국으로서는 설산사자기 사용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 유학생 A 씨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인정하지 않는 불법 깃발을 문화 체험 행사에 공공연히 붙이는 것은 지나치다”라며 설산사자기 사용이 중국의 영토권, 주권을 저해한다는 의견과 함께 이는 “평화와 안정을 선호하는 중국인 대부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 김진(정외 17) 씨는 설산사자기를 사용한 이상 본교가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며 티베트 독립 문제에 대해 주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더해 ▲중국과 인도의 외교적 마찰 ▲티베트가 인도와 문화·지리적으로 밀접하다는 점 ▲티베트 망명정부가 인도에 소재한다는 사실 등으로 인해 티베트 부스를 인도와 묶어 운영한 점도 지적받았다.

학내 행사에 대사관이 개입한 것이 성급했다는 비판에 대해 중국 학생들 사이에는 영향력 있는 학생조직인 KUBA가 주최한 국제 행사 현장에서의 실수는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중국인 유학생 B 씨는 KUBA와 본교 측이 학내 중국 학생들의 항의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사관에 연락했다고 알렸다. 중국의 영토와 주권에 대한 본교의 입장이 모호하고 티베트를 중국의 영토로 인정한다는 명시적 인정이 없어 글로벌서비스센터가 발송한 해명 메일을 성의 있는 사과로 보기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본교의 사과에 대해 김진 씨는 “대사관에서 사과를 요구한 순간 티베트 부스 문제는 학교와 학생 사이의 문제가 아닌 국가가 들어간 문제가 됐다”라며 대사관의 개입이 적절한 대처였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B 씨는 “명문사학으로서 고려대학교는 국제적인 이슈에 능통했어야 한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억울한 KUBA

주최 측인 KUBA는 티베트 부스 운영 관련 논란이 외교적 이슈로까지 커진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안타깝다는 뜻을 전했다. KUBA 회장 한준현 씨는 중국 학생들에게 단체로 발송된 글로벌서비스센터의 메일과 별개로 입장문을 통해 KUBA 운영진의 입장을 밝혔다. KUBA는 입장문에서 ▲ISF는 문화 공유 축제라는 점 ▲티베트 부스가 티베트를 국가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 ▲사전에 문제를 제기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KUBA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에 따르면 ISF는 여러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는 축제와 같은 행사이지 경쟁의 장이 아니다. ISF에서 부스를 열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설득력 있는 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다면 어떤 지역의 부스도 운영될 수 있다. KUBA는 ISF 부스를 애초에 국가별 부스가 아닌 국가·지역별 부스로 설명하고 있다. KUBA는 단지 티베트 지역 학생들이 부스 운영을 희망했고 계획서를 통해 봤을 때 학생들이 공유하고자 하는 문화가 가치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KUBA는 단독 부스를 개최하기에 인원이 부족한 경우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을 묶어 하나의 부스를 운영했다. 티베트 부스 운영만으로 본교나 KUBA가 티베트를 국가로 인정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KUBA의 입장이다.

KUBA는 입장문을 통해 행사 준비 기간에도 문제를 제기할 기회가 많았음을 알렸다. 2주의 행사 준비 기간이 있었고, 준비 기간 중 모든 부스의 학생들이 모이는 오프라인 자리가 있었다. KUBA 비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최초로 문제를 제기했던 중국인 학생도 이 자리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스 활동원을 모집한다는 온라인 공지가 여러 차례 이뤄지는 등 티베트, 인도 부스가 운영된다는 사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충분히 공고됐다는 것이 KUBA의 설명이다. KUBA는 준비 기간 중 문제 제기할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대사관까지 개입한 것이 마치 문화 교류 행사인 ISF가 정치·외교 문제로 변질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치 논리에 물든 문화 축제

학생이 주도하는 단체인 KUBA를 중심으로 ISF가 열렸고, 이 행사에 학생들이 참여해 출신 지역의 문화를 소개하는 부스를 운영했다. 매 학기 진행된 ISF는 학생이 주도하고 학생이 참여하는 문화 교류의 장이다. 그러나 이 문화 행사에 정치 논리가 개입하며 행사는 티베트를 국가로 인정한 것인가에 대한 진실 공방으로 비화됐다. 중국 학생들은 티베트를 국가로 인정한 것이라며 불만을 표했고 대사관까지 관여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글로벌서비스센터는 하루 만에 메일을 보내 중국 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며 정중히 사과했고, KUBA는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기재해 행사의 취지를 알리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과연 이 사안이 중국대사관까지 개입했어야 하는 일인지 여전히 의문이 존재한다. 김대영(정외 17) 씨는 “티베트 부스를 운영한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설산사자기 사용에 대해 중국 측이 민감하게 여겼을지라도 대사관이 관여해 사건을 키우고 반감을 강화한 점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했다. 대학교의 문화 행사의 전후 사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관여한 주한중국대사관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이 주최하고 학생들이 참여하며 즐긴 축제에 일부를 문제시하며 대사관까지 관여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었는지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김원섭·박지우 기자
len631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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