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혁신,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빠르게 택배로 물건을 받은 이후 기뻐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택배가 신속히 올 수 있는지 고찰하는 사람은 드물다. 기업들은 물류 현장에 신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배송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다. 날이 갈수록 빠른 물류 시스템이 구축되는 현재, 우리 생활과 밀접하지만 잘 모르고 있던 물류 분야에 관해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풀필먼트와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지난 2014년 3월, 쿠팡은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시행했다. 이전에는 수도권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3, 4일이 걸리던 배송이 하루 만에 완료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산 옷이 하루가 지나 집에 도착한다. 언뜻 보면 간단하지만 이 과정은 꽤나 복잡하다. 쇼핑몰로 주문이 접수되고, 물류센터에서 재고 확인을 마친 이후 제품을 ▲피킹 ▲포장 ▲배송하는 일련의 과정이 진행된다. 피킹이란 물류센터에서 보관 중인 물건을 고객의 주문에 따라 꺼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통계청의 ‘2019년 2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 동안만 해도 온라인쇼핑 전체 거래액은 9조 5천 966억 원으로, 이 중에서 의복은 9천 612억, 음·식료품은 8천 506억 원에 달하는 규모이다. 거대한 규모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통계청 자료를 봤을 때 수많은 물량을 단 하루 만에 처리해서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한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풀필먼트와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의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먼저 전자상거래 시장이 발달하며 소비의 영역이 온라인으로 확대됐고, 이와 동시에 발달한 서비스가 바로 풀필먼트이다. 풀필먼트는 물류대행 서비스를 의미하는 말로, 주문 정보에 따라서 물류센터에 보관된 물품을 찾고 포장해서 배송까지 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며 물류를 빠르게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더불어 쇼핑몰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배송에 관해서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상품 제작과 홍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자체적으로 물류를 해결했던 이전과 달리, 기업들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류를 위탁하는 경향이 높아지며 풀필먼트 시장이 빠르게 확대됐다. 풀필먼트 업체들은 확장되는 시장 속에서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물류 현장에 신기술을 도입하고 빠른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풀필먼트 업체의 등장은 물류 혁신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쇼핑몰과 풀필먼트 업체 간에 생긴 공생관계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배송의 질이 향상하기 때문이다. 배송의 질이 올라가는 이유는 풀필먼트 서비스의 마지막 과정인 배송, 즉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서비스에 있다.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란 배송의 최종 단계로,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가령, ▲로켓배송 ▲신선식품 새벽배송 ▲편의점을 통한 택배수령 서비스 등 온라인쇼핑몰이 고객과 유일하게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배송의 단계에서 소비자의 만족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 그 예시다.

 

물류는 날이 갈수록 발전 중

풀필먼트 업체의 성장은 신기술 도입, 배송 시간의 단축 등의 물류 혁신을 이끌어냈다. 신기술 도입의 경우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이전에는 사람이 전적으로 처리하던 일을 기계가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롯데슈퍼의 ‘오토 프레시’나 아마존의 ‘Kiva 로봇’은 물류 현장에 로봇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킨 사례다. 오토 프레시의 경우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상온 상품 구역에서 총 19대의 로봇이 초속 3.1m로 움직이며 상품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싣는다. 품질 확인이 필요한 냉동·신선 작업장에서만 직원들이 수작업을 진행한다. 아마존의 Kiva 로봇도 마찬가지다. 상품을 적치하고 피킹하는 작업은 로봇이 처리하고, 포장 등 반드시 수작업이 필요한 분야에만 근로자를 투입한다. 인건비를 절감하고 많은 물류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물류의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다.

쿠팡을 보면 혁신적으로 단축된 배송 시간의 원리를 이해하기 쉽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전국에 퍼져있는 물류센터 ▲쿠팡 ▲쇼핑몰의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쿠팡에는 다양한 쇼핑몰이 입점해 있다. 예를 들어, 쿠팡에 디퓨저를 검색하면 나오는 상품이 많다. 개별 쇼핑몰들이 디퓨저를 만들면 쿠팡을 통해 고객에게 상품이 노출된다. 쿠팡은 미리 쇼핑몰의 디퓨저를 사서 물류센터에 보관해놓는다. 고객이 디퓨저를 주문하면,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집 앞까지 상품이 배송된다. 5월을 기준으로 전국에 24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한 쿠팡은 각 쇼핑몰의 상품을 직매입해 물류센터에 보관해놓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각 물류센터에서 해당 물건이 나가는 구조다. 궁극적으로는 전국에 퍼져있는 물류센터 덕분에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서비스인 로켓배송도 가능해진다.

쿠팡과 쇼핑몰의 공생관계는 한국에서도 전자상거래를 위한 플랫폼이 활발하게 구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쿠팡의 사례는 한국도 효율적인 풀필먼트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전에는 쇼핑몰 사업자가 물건을 쌓아두고 고객이 주문을 하면, 사업자가 직접 택배를 보내는 구조였다. 주문량이 늘어날 경우 배송도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쇼핑몰은 상품의 제작과 홍보에만 주력을 기울이고, 쿠팡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제기되는 공격적 투자에 대한 의문

풀필먼트 사업의 발달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많음에도, 해당 사업의 전망을 마냥 긍정적으로만은 바라볼 수만은 없다. 빠른 배송에 대한 업체들의 경쟁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곳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시간은 엄청난 속도로 단축되고 있는 반면, 공격적 투자로 인한 출혈 경쟁에 대한 의구심 또한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풀필먼트 업체들은 시장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즉, 초기의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빠른 고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 예시로는 ▲쿠팡 ▲티몬 ▲위메프를 들 수 있다.

올해 티몬과 쿠팡의 성장률과 영업 손실액은 각각 40%, 1254억원과 65%, 1조 970억원을 기록했다.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이를 위해 감수하는 손해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은 누적적자가 3조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 12개 지역의 물류센터를 24개까지 확대하는 등 로켓배송에 더 힘을 싣는 추세이다. 한편 전년대비 성장한 티몬과 쿠팡에 비해 성장률이 저조한 위메프는 올해부터 배송과 물류가 아닌 더 좋은 가격을 제공하는 ‘특가 정책’으로 그 노선을 변경했다. 스타트업 기업은 비전에 투자하는 것이라고는 하나, 위메프의 노선 변경은 풀필먼트 업계가 마냥 부풀리기에 좋은 시장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영역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각광받는 영역이 아니었던 물류 분야는 기술의 발전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온라인으로도 쇼핑의 범위가 확대되며 기업들은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통계청의 ‘운수업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2009년 약 34만 개였던 운수업 관련 업체는 2017년 약 37만 5천 개로 큰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액 또한 전체 2009년 당시 약 112조에서, 2017년 약 142조로 증가하였다. 물류 산업은 업체의 연결과 기술의 개발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쿠팡 ▲티몬 ▲위메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성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른다. 쿠팡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하여 성장하고 있다지만, 한국의 아마존이 될지 혹은 팽창 끝에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기업이 될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비전에 투자하는 스타트업 사업이 될 것인지, 출혈경쟁 끝에 거품이 꺼지는 사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지현·김효재 기자

kujh103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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