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속 신공항, 가덕도로 회항?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 136명의 서명을 받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오랜 논쟁거리였던 동남권 신공항을 부산 강서구 소재의 섬인 가덕도에 유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행보가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를 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사임한 후, 돌아선 민심을 가덕도 신공항 유치로 회복하려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부산·경남(PK) 지역 의원들은 특별법에 찬성하고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은 거세게 반대해 당론 분열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사태를 The HOANS가 정리해봤다.

 

‘숙원사업’ 동남권 신공항

 

논란이 되고 있는 신공항 부지 문제는 20여 년의 지난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2년 서의택 당시 부산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가덕도 신항만 연구’ 용역을 발표했고, 부산 신항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시간이 흘러 김해공항의 항공 수요 폭증과 2002년 4월 중국 민항기가 공항 인근 산에 충돌해 12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일기 시작한다. 이 시기부터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재차 주목받기 시작했고, 영남권 지자체는 김해공항 처리능력이 2027년에는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신공항 건설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정부의 공식적인 첫 검토와 함께 신공항 건설을 지시했다. 그리고 2009년 35곳의 후보지 중 부산 가덕도와 밀양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다음으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당선 이후 국책사업으로 신공항 건립을 지정했다. 하지만 가덕도 안과 밀양 안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고 2010년 6월 지방 선거 이후로 결정이 미뤄지다가, 2011년에 이르러 경제적 손실을 볼 것이라는 감사 결과와 함께 신공항 건립은 백지화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기에 동남권 신공항 유치가 화두로 떠올라 다시금 가덕도와 밀양의 갈등에 불이 붙었다. 박근혜 정부는 결정을 위해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용역을 의뢰했는데,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택한 곳은 양안 중 어느 것도 아닌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 안이었다.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산,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은 김해신공항의 문제 검토를 요청했고 국토교통부에서는 김해신공항에 대한 국무총리실 평가를 따르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달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은 ▲안전시설 운영 ▲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 사실상 김해신공항의 백지화를 결정했다. 민주당과 PK는 가덕도 안을 찬성하고 있고, 국민의힘과 TK는 이에 반발하는 상황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연출됐다.

 

여야의 말말말 … 진흙탕 속 가덕도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해당 문제를 먼저 이슈화시킨 민주당은 과반수 의석을 앞세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검증위의 검증 결과가 나온 당일 민주당은 긴급 대책회의에서 동남권신공항추진단을 발족했다. 동남권신공항추진단은 법안 제정에 필요한 공청회 절차를 12월 중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국회 화상간담회를 통해 내년 2월 전까지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추진단이 발의한 특별법에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규정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사업자에 대한 조세 감면 ▲자금 지원 등의 혜택 등이 포함됐다.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주장해 온 일부 부산·울산·경남 지역사회는 민주당의 이런 속전속결 대응을 환영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검증위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론에 대해 가덕도 신공항의 효용성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해 민주당의 대응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행보가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출신 광역지자체장의 과오를 덮으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권 또한 이 지점을 놓치지 않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검증위가 국책사업인 김해공항 확장을 절차에 맞지 않게 뒤집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또한 비판에 가세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강력히 비난”했던 민주당이 지금의 민주당과 같은 정당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하며 해당 결정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 특히 국민의힘 내에서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둘러싸고 PK 지역 의원과 TK 지역 의원 사이의 갈등이 드러나며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줄곧 긍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PK 의원들은 민주당보다 먼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발의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TK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PK 의원들이 “당 지도부와 논의없이” 특별법을 발의했다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PK 의원들은 계속해서 특별법을 추진하는 등 국민의힘의 분열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투 에어포트’ 체제, 가능성 있나

 

그렇다면 정쟁을 떠나 가덕도 신공항의 객관적인 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동남권 신공항의 설치는 현재 김해공항의 포화상태를 해결케 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김해공항의 슬롯 특정 일·시간의 항공기 도착과 출발시간대 포화율은 98%에 이르며 이로 인한 여객수요 감소가 심화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이를 해결함과 동시에 김해공항이 지녔던 다른 문제들도 개선할 수 있다. 가덕도는 산악 지형에 둘러싸인 김해공항과 달리 주변 공간이 트여 있다는 장점을 보유한다. 섬 지형에서 오는 소음문제 해결로 24시간 운항에 적합하다는 것 역시 이점으로 작용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생산 유발효과 88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37조원 ▲취업 유발효과 53만 명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비롯해 동남권 산업단지 물류 99%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 연간 7000억 원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역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거리 노선을 확보하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가덕신공항이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의 관문 공항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변 대행은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앞둔 상황에서 가덕대교에 이어 공항까지 완공되면 “항만·철도·항공의 3축을 구성하는 ‘물류 트라이포트’가 완성”돼 국가 경제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미 국내에는 15곳의 공항이 있고, 그 중 국제공항이 8곳인 상황에서 새로운 공항을 유치하는 것은 편익보다 비용이 크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방에 위치한 공항 중 김포·김해·제주·대구 등 4개를 제외한 10곳은 꾸준히 적자를 안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해당 10곳의 최근 5년간 누적 적자액은 약 3,800억 원에 달한다. 활주로 이용률의 경우에는 양양공항이 0.8%, 원주공항이 0.6%를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적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방 공항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공항을 건립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게 일부 항공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연이은 불시착, 이번에는 날아오를까

 

가덕도 신공항이 유치될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권마다 혼란이 계속 반복되고 있고 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국책사업을 되돌리는 것은 공항정책의 대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그 피해는 결국 지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수십 년간 결정되지 못한 대규모 국책사업이 이번에도 정쟁 속에서 흔들리다 유야무야 된다면 국민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야당, PK와 TK의 날 선 대립 속에서 가덕도 신공항 안의 착륙이 가시권 안에 들어올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권민규·신형목·최혜지·황제동 기자
dmaria47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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