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노동자 휴게실 실태, 고려대는?

서울대학교 환경미화원 Q 씨가 8월 9일 낮 12시경 서울대 공과대학 제2공학관 직원 휴게실에서 휴식 도중 숨졌다. 환경미화원 Q 씨가 휴식을 취한 공간은 건물 계단 아래 마련된 간이 휴게실로, 창문이 없어 곰팡이 냄새가 심하게 나며 에어컨이 마련돼 있지 않은 곳이었다. Q 씨가 사망한 당시 휴게실 온도는 35도 이상이었다. 서울대 노동자들은 열악한 휴게실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학교 측에 꾸준히 요구했으나 반응은 없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취임 당시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이야기하며 노동자들의 기대감을 불러왔지만, 현재 노동자들의 임금·단체협약 체결마저 지체되고 있다.

노동자 인권은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본교 또한 노동자 고용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매년 고용방식을 바꿔가며 청소노동자의 노동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본교 직고용 청소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직고용 공대위)의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안’에 따르면 청소노동자 중 정년퇴직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자리를 단기아르바이트로 대체하는 등 본교에서도 노동자 고용 비용을 절감하려는 요령이 시도되고 있다.

직고용 공대위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본교가 고용한 청소노동자 인력은 불충분할뿐더러 휴게공간도 개선이 필요한 열악한 상황이다. 한국건물위생관리협회는 시설 청소노동자 1인당 400평 이하의 면적을 담당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직고용 공대위 조사에 따르면 본교는 권장 기준을 초과해 그 수치를 적게는 500평, 많게는 1,000평 이상으로 배분하고 있다. 더욱이 인력 문제는 단순 수치로 드러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범대학 담당 근무 인원의 경우 ▲사범대학 본관 ▲사범대학 신관 ▲교육관을 합쳐 총 5명이 2,314평을 청소하고 있지만 여자 화장실을 담당하는 여성 청소노동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또한 본교가 마련한 노동자 휴게실이 대부분 지하에 위치해 있어 ‘휴게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는 휴게시설을 지하가 아닌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장한다. 지하에 위치한 시설의 특성상 ▲탁한 공기 ▲악취 ▲곰팡이 등과 같은 열악한 환경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교 11개 건물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장소가 지하에 위치한다.

그중에서도 교양관 담당 미화 노동자 휴게실은 지하 2층에 위치해 있다. 교양관 청소를 맡고 있는 A 씨는 “지하라 공기가 탁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B 씨는 “엘리베이터가 지하까지 내려오지 않아 매일 계단을 몇 번씩 오르내리다 보니 무릎이 성한 날이 없다”며 고충을 풀었다.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도 학교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했다. A 씨는 “휴게실을 지상 내지는 옥상으로 올려달라고 말해봤지만, 옥상은 비용이 많이 들고 지상에는 강의실로 모든 공간이 차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1항에서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사뭇 달랐다.

현장 노동자들은 단 하나의 문제점만을 꼽을 수 없는 상황에서 본교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한 해결책으로 휴게 공간의 냉난방 장치 교체 작업을 거론했다. 본교에서 미화 노동자로 약 7년을 근무했다는 C 씨는 “지난 10년 동안 에어컨이 없다가 최근에 생겼지만 그마저도 중고 제품이었다”며 “금방 고장 나버리는 탓에 이번 여름도 에어컨 없이 매우 덥게 보냈다”고 시설의 열악함을 강조했다. 교내 노동자 실태에 관한 학내 구성원의 관심이 다시 한번 촉구되는 시점이다.

 

박지우·김민지·박효정 기자

idler99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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