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동’을 걸다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민식이법’이 지난 3월 25일부로 시작됐다. 보호장치 완비의 법률 명시가 어린이 도로교통의 안전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사고 차량 운전자에 대한 처벌의 경중은 여전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시행 두 달째를 바라보고 있는 민식이법의 명암을 The HOANS에서 짚어봤다.

 

3월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개정안을 뜻한다. 작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이하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이후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보호가 더 높은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는 교통안전시설 확충과 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가중처벌 내용을 담은 개정안 발의로 이어졌고, 당시 교통사고 피해자인 故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으로 불리며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① : 어린이 보호

이번에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스쿨존 내 교통안전시설의 구축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12조 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 부문에 2개 조항이 신설됐으며, 기존 조항의 준수 및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 완비에도 중점을 뒀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기존의 도로교통법 제12조 3항은 운전자가 스쿨존 내에서 30km/h를 준수하면서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민식이법 시행으로 신설된 제12조 4항에서는 3항을 위반하는 행위 등의 단속을 위해 스쿨존에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즉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침을 세웠다. 함께 신설된 5항에서도 ▲신호등 ▲안전표지판 ▲과속방지턱 등 스쿨존 내 어린이 보호를 위한 시설과 장비의 우선적 설치 및 설치 요청을 명문화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실시에 따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 대책’ 역시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먼저 CCTV와 옐로카펫을 비롯한 스쿨존 안전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2022년까지 4,368개 학교를 대상으로 보행로 확보사업에 착수하겠다고 언급했다. 보행안전도우미가 주 통학로를 동행하는 ‘워킹스쿨버스’도 전국적으로 확대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안이다. 스쿨존 내 불법 노상주차장 281개소가 폐지되며 안전신문고 앱을 활용한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 대상에 스쿨존이 추가된다. 아울러 행안부는 스쿨존 내 주정차 위반 범칙금을 현행 일반도로의 2배에서 3배로 상향시켜 위반 시 승용차 기준 12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도록 조치했다.

 

개정 ② : 가중처벌

도로교통법이 시설 구축을 다뤘다면 특가법 개정안에서는 처벌의 경위와 수준을 명기했다. 기존의 특가법은 ▲보복범죄 ▲도주차량 운전자의 범죄 ▲마약사범 ▲상습범 등 강력한 대처가 필요한 사건들에 대해 가중처벌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민식이법이 통과되면서 스쿨존 내 어린이 치사상에 대한 조항이 마련된 것이다. 신설된 특가법 제5조의13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은 자동차 운전자가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해 도로교통법 제12조를 위반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하 교특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과거에는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 교특법만 적용돼 어린이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 운전자에게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만이 내려졌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특가법 개정 결과 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해 상해와 사망 사건 간 구분이 생겼으며 가중처벌이 적용돼 형량도 늘어나게 됐다.

특가법 개정안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형량의 하한선이 생겼다는 점이다. 개정안의 시행에 따라 가중처벌 대상자의 경우 벌금형과 징역형에서 특정 기준 이하가 아닌 이상의 징계를 받게 된다. 예컨대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어린이가 단순 타박상과 같은 경미한 부상을 입었을 경우, 기존 교특법 적용 당시에는 운전자가 피해자와 형사 합의를 마쳤다면 운전자에게 50만 원가량의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특가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는 형사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운전자는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사고 어린이가 사망했을 경우 운전자에게 3년 이상의 징역이 내려지는 조항도 운전자의 조심성이 더욱 요구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논란 : 적정? 과잉?

운전자에 대한 형량이 대폭 증가하고 형량의 하한선이 생기면서 특가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먼저 특가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해당 개정안의 입법 목적이 어린이의 보호임을 잊지 말자고 주장한다. 성인과 비교해 주의력과 판단력이 부족한 만 13세 미만 어린이의 특수성을 고려해 운전자들에게 주의의무를 더욱 부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동에게 스스로 지킬 능력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운전자가 특별히 조심하라는 것이 민식이법의 취지”라며 찬성 의견을 밝혔다. 민식이법의 적용 대상이 ▲스쿨존에서 ▲규정 속도 30km/h를 초과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서 ▲만 13세 미만 어린이에게 사상을 입힌 경우로 한정된다는 점 또한 주요 찬성 근거이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민식이법이 형벌 비례성 원칙을 위배한다고 주장한다.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단순 과실치사일 가능성이 높은데, 고의성을 가진 범죄와 형량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포함하는 ‘윤창호법’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민식이법과 동일하게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된다. 하태훈 본교 법전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강간과 같이 고의성 있는 범죄의 형벌이 3년 이상 징역”이라며 “고의와 과실범의 구분은 근대형법의 원칙인데 이런 원칙이 흐려지는 측면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법 바깥에서의 변화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민식이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동차 관련 업계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내비게이션 업계는 빠르게 움직였으며, 특히 맵퍼스가 운영하는 ‘아틀란’ 내비게이션이 민식이법 시행일인 3월 25일부터 ‘스쿨존 회피 경로 탐색’ 기능을 추가했다. 해당 기능 도입 이후 ‘아틀란’ 내비게이션은 앱 다운로드 수가 전주보다 약 6배 이상 증가하며 인기를 끌었다. T맵, 카카오내비 등 주요 내비게이션 앱들 또한 경쟁적으로 해당 기능을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보험업계 또한 민식이법의 처벌 한도에 맞춰 새롭게 개정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특히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교특법 적용 당시 2,000만 원이 벌금 최고형이었으나 개정안을 통해 3,000만 원으로 상향되면서 업계점유율 95%를 차지하는 6개사가 모두 최대 보장 한도를 높인 점이 눈에 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보험사 팀장으로 재직 중인 A 씨(55)는 “민식이법에 대한 운전자들의 걱정 탓인지 법의 시행 이후 운전자 보험에 관한 문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며 “일부 보험사들의 *업셀링(Upselling) 전략에 빠져 불필요한 상품에 가입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민식이법의 미래는?

5월이 되면서 민식이법 시행이 두 달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경찰 측은 전국의 모든 사고에 대해 본청 차원에서 판단해 문제의 소지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경우’라는 개정안 내용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해당 법안의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해당 청원은 청원 마감일인 4월 22일 기준 3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 부처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논란 속에서 시행되고 있는 민식이법이 스쿨존 도로교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이목이 쏠린다.

 

*업셀링(Upselling) : 기존 고객이 이전 구매 상품보다 더 비싼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판매 방법

 

 

권민규·박찬웅 기자
dmaria47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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