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OTT 시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여 한류 바람을 일으키면서 OTT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OTT 산업과 K-콘텐츠 흥행에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국내 OTT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응책이 필요할지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지난 9월 17일에 공개된 <오징어게임>이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의 콘텐츠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우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오징어게임>이 이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동영상 서비스(이하 OTT)를 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OTT로 몰려들었고 <오징어게임>도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며 파급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OTT 춘추전국시대

 

오늘날 세계는 OTT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0년 세계 OTT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8% 증가한 1,100억 달러(약 125조 원) 규모이며, 올해도 약 15%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청의 개인화 확대 등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 사람들이 OTT를 가정에서 많이 이용하게 됐고, 이것이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넷플릭스가 시장 확대의 축을 아시아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료 가입자 수 기준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아시아의 신규 가입자 증가에서 돋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OTT 시장도 연평균 28%의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7,801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렇다 보니 국내 시장의 주도권 문제를 두고 최근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월간 순 이용자 1위 업체인 넷플릭스가 올 한 해에만 5,500억 원가량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다, 디즈니플러스와 HBO 등 해외 업체들과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까지 경쟁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웹툰, 웹소설의 원작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CJ ENM의 OTT인 티빙과의 협업을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OTT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각 플랫폼에서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의 가능성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OTT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통신책임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OTT의 연령대별 이용률은 20대가 65.4%, 30대가 62%에 달하는데 이는 40대의 47.2%나 50대의 35.5%에 비해 높은 수치였다. 디지털 세대라 불리는 2030 세대의 특성과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OTT의 장점이 서로 맞물려 OTT에 대한 젊은 세대의 높은 선호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전폭적인 제작비 지원을 받는 OTT의 콘텐츠들 또한 무리한 광고로 인한 PPL 논란에 휩싸이는 기존 방송사 프로그램과는 질적 차별성을 띤다는 점에서 2030 세대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OTT 기업들은 이들을 주요 타겟층으로 삼아 다양한 확장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 콘텐츠 흥행 발판이 된 OTT

 

OTT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를 이용한 한국 콘텐츠도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면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앞다투어 오징어게임 열풍을 보도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오징어 게임 흥행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 콘텐츠 제작사들은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할리우드에 위협을 가할만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오징어게임>이 흥행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모바일 조사 업체 오픈서베이가 출시한 ‘미국 콘텐츠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를 접한 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중이 65%로 나타났다. 이렇듯 온라인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의 창구가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OTT 업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김민영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2021년 콘텐츠 라인업 소개 행사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콘텐츠가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이나 현상을 넘어 글로벌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 수 있게 된 이유로 다른 나라와 달리 글로벌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표현하는데 뛰어나고 탄탄한 인프라가 존재한다는 것을 꼽았다. 이처럼 한국 콘텐츠는 OTT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소비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OTT 확대의 문제점과 해결책

 

OTT 시장 확대와 함께 해외 OTT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토종 업계가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타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2020년 국내에서만 약 4,000여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려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이에 비해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 업체들은 영업이익에서 모두 적자를 기록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국내 OTT 산업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는 국내 OTT 산업을 기존 방송과 비슷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방송법에 준하는 규제를 마련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OTT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 방송과 유사한 규제를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국내 OTT 산업을 책임질 체계적인 컨트롤타워가 부재한다는 점이 경쟁력 약화에 일조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3개 부처가 각각 OTT 주무 부처를 자처하고 있어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조영직 티빙 사업관리팀장은 지난 7월 8일에 열린 한국 OTT 포럼 주최 토론회에서 “정부 부처가 각각 정책과 입법을 추진하다보니 중복규제 문제가 있다”며 “이를 해결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큰 틀에서 단일 정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OTT는 방송·통신·콘텐츠 등 여러 산업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통합된 전담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독점을 막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허승 왓챠플레이 이사는 “정부가 OTT 플랫폼을 지원하면서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할리우드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보다 투자 여력이 밀릴 수밖에 없으므로 플랫폼만의 자체 색깔을 가지는 것이 차별화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획기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OTT 시장의 확대로 다양한 소비자층이 확보되면서 이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참신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웨이브 ▲티빙 ▲왓챠플레이 등이 지난 3월 한국 OTT 협의회를 발족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논의하는 등 국내 OTT 기업들의 활로 모색이 이어지고 있다.

 

반짝 흥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다양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가 OTT 서비스를 발판으로 세계적 흥행에 성공할 길이 열렸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해외 OTT 공룡 기업들의 독점으로 인한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 약화 ▲OTT 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 ▲OTT 정책관리 기구의 혼선 등의 문제가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K-콘텐츠의 세계화가 국내 산업과의 공존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대응을 통한 플랫폼 간 건전한 콘텐츠 경쟁 환경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정윤·이승준 기자
justinmanu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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