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세 미국 대선, 어떤 ‘美’래 열릴까

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연임 도전장을 내밀었고 민주당에서는 조 바이든 후보가 3번째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 The HOANS에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진행 과정과 후보들의 공약을 정리해 봤다.

 

같은 목표, 다른 행보

45대 대통령에 재임 중인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2019년 6월에 열린 출정식에서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하며 기존의 집권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트럼프는 2016년 취임 후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슬로건 하에 미국 우선주의적 정책을 펼쳐왔다. 외교 방면에서는 다자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체결했다. 군사 방면에서는 매년 국방비를 증액함과 동시에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력 강화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훈련 ▲타이완에 무기 판매 등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위험도 서슴지 않으며 수차례 연설에서 언급한 ‘Peace through Strength’ 실현 의지를 국제무대에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 트럼프 캠프의 슬로건은 “Keep America Great”으로 미국 우선주의·친기업 기조의 공약을 연장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는 ▲코로나19 종식 ▲중국에 대한 의존 끝내기 ▲미국 근로자 보호 ▲미국 우선 외교 정책을 집권 2기 과제로 제시했다. 이와 동시에 법인세를 인하하고 불법 이민을 차단하는 등 기존 정책의 시행 또한 지속할 것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3.5%의 낮은 실업률을 유지한 것을 큰 성과라 칭하며, 중국으로부터 제조업 일자리를 100만 개 되찾아오면서 10개월 내로 미국 내 신규 일자리 1000만 개 창출을 공언하는 등 경제 공약을 두루 내세웠다.

민주당에서는 오바마 정권 부통령을 역임한 조 바이든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던 버니 샌더스를 꺾고 출사표를 던졌다. 바이든은 1973년 당시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으며, 의원 재임기에는 오린 해치 공화당 의원과 ‘여성폭력방지법’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에 자동적인 강제배상을 상정하고 검찰 기소와 상관없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 미국 내 인권 수준을 제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부통령 시절에는 외교위원회 활동 경력을 기반으로 동북아 방공식별구역 문제의 일선에서 목소리를 냈고 일본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자제해줄 것을 아베 전 총리에게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주요 공약은 오바마 정부 정책의 계승 및 보완·발전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의 ‘아메리칸 퍼스트’ 전략과 흡사한 보호무역을 주장하기는 했으나 동맹국과의 우호적인 통상정책을 차츰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오바마 케어’로 알려진 의료보험 개혁안 수정 및 보완 ▲법인세 인상 ▲15달러 수준까지 최저임금 점진적 인상 등으로 중산층에 대한 복지와 경제 차원의 지원을 확대할 것을 강조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15년 내 ‘온실가스 제로’를 달성하고, 트럼프가 탈퇴시킨 파리기후협약 재참여 및 청정에너지 연구비 지원과 같은 대책도 제시했다. 이렇듯 대내외적 행보가 트럼프의 기조와는 확연히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어 대권 구도와 유권자층이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독식’ 위해 나서는 후보들

 

각기 다른 정책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가운데 후보들은 중도층 표심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중도층을 대상으로 한 유세가 치열한데, 이는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승자 독식 구조에 기인한다. 미국은 각 주에 선거인단을 할당하고 해당 주의 득표율 1위를 차지한 후보에게 선거인단 전체를 몰아주는 제도로 대선을 치른다. 이때 경합이 벌어지는 주의 표를 어떤 후보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선거의 판도가 기울기 때문에 후보들은 경합 주 독식에 큰 힘을 쏟게 된다. 실제로 2016년 45대 미국 대선에서는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 여론이 높았으나, 당시 트럼프가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 벨트 지역의 표심을 얻으면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전체 득표수는 클린턴이 앞섰으나 선거인단을 트럼프가 더 많이 획득해 나타난 결과였다.

트럼프는 직전 대선의 수혜자인 만큼 이번에도 러스트 벨트 지역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시설 해외 이전 후 쇠락한 오하이오 주와 펜실베이니아 주 등 미국 중서부 및 북동부 지역의 저소득 및 저학력 백인 보수 노동자 계층을 포섭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트럼프가 주창한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2016년 대선에서 해당 지역의 3개 주 이상을 석권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는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한편 코로나19 유행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지난 6월 오클라호마주와 9월 네바다주에서 실내 유세를 강행해 방역지침을 경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 역시 위스콘신주에서 실내 유세를 진행해 민심 잡기에 외려 난관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이든 역시 경합 주 획득에 나섰다. 바이든은 미국 노동절이었던 지난달 7일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를 방문했다. 미국 최대 노동단체의 심장부에서 유세활동을 함으로써 노동자들의 표를 뺏기지 않겠다는 열의를 보인 셈이다. 바이든 캠프는 다양한 유세 방식으로도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이든 캠프는 지난달 1일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을 선거 활동에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민주당 진영의 로고 디자인 4종류를 무료로 공개했다. 더불어 트럼프의 실내 유세를 인식한 듯 바이든은 현장 유세 방역지침을 준수하겠다고 밝히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드라이브인 타운홀을 개최하는 등 표심 공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반도는 격세지감 느낄까

 

두 후보의 방향성 차이가 극명함에 따라 차기 정권의 대북관과 한미관계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정상이 합의한 뒤 실무자들이 후속 협의를 진행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선호한다. 실제로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여러 차례 과시해왔다. 그러나 바이든은 트럼프와 김 위원장의 긴밀한 관계를 여러 차례 비판했다.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임한 오바마 행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 등 경제적 압박을 지속하며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의 기조를 유지해온 만큼,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정권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한미군 문제에 있어서도 트럼프는 집권 동안 자국 우선주의 기조의 외교관을 바탕으로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 인상에 대한 압박을 지속했다. 실제로 존 볼턴 적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으로부터 50억 달러를 받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을 고려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방위비 인상에 대해서도 지난 4월 21일 한국이 제시한 13% 인상안을 본인이 거절했다고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견지했다. 반면 바이든은 지난해 11월 대선후보 TV토론을 통해 “트럼프가 미국을 한국으로부터 소외시켰다”며 동맹과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와의 설문에서도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바이든 정권이 들어설 경우 미군의 전통적인 입장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연임과 초임, 누구를 신임할 것인가

 

대선이 임박해 사전투표가 미네소타 등 4개 주로부터 40개 주로 점차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후보들은 가장 큰 이벤트인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토론회는 지저분한 난타전의 양상 속에서 바이든이 우세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0월 예정된 두 차례의 토론회가 판도를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인 한편 지난 2일 트럼프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며 더욱 수세에 몰리는 양상이다. 갖가지 변수와 팬데믹 상황 속에서 치러지는 46대 미국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권민규·김준범·이가영 기자

dmaria4749@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