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로 불붙은 마약에 대한 크랙다운

일명 ‘버닝썬 게이트’ 사건으로 ▲빅뱅 승리 ▲정준영 ▲애나 등의 유명인사들이 구속되며 경찰부패, 성범죄 방조 등과 함께 마약 문제가 사회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간 마약 청정국 지위를 유지했던 대한민국 사회가 가볍게 여겼던 마약 유통 및 범죄를 The HOANS가 알아봤다.

 

모습을 드러낸 한국 마약 문제

최근 이슈가 된 ‘버닝썬 게이트’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마약 유통과 투약 실태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는 지난해 11월 24일 김상교 씨가 클럽 버닝썬에서 성추행당할 뻔한 여성을 구하려다 클럽 직원과 출동 경찰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경찰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쌍방 폭행이었다고 주장했으나 클럽 측이 폭행은 인정하지만 김 씨의 범죄가 발단이었다고 반박하면서 삼자 공방이 벌어졌다. 그리고 1월 말, 폭행 사건의 증거 영상이 공개되고 사건이 터지기 전 승리가 버닝썬 사내 이사직을 갑작스레 내려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승리의 이미지 추락과 함께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2월 26일, 디스패치는 2015년 12월 승리가 강남 클럽을 각종 로비 장소로 이용하고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기사의 증거자료였던 문자 메시지에 대해 승리와 YG 및 경찰은 조작된 메시지, 존재하지 않는 메시지라고 부인했으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고 증언하면서 경찰과의 유착 문제도 대두됐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2014년 8월경 승리가 자신의 사업파트너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이 공개되고 해외 원정도박 및 외환관리법 위반과 탈세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 23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2017년 12월 승리가 필리핀 팔라완섬의 리조트를 빌려 생일 파티를 열었을 때, 룸살롱 여성과 게스트를 동반했고 성매매와 마약 투약 및 유통을 저질렀다는 제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버닝썬 클럽의 설립과 구상도 이 자리, 즉 ‘팔라완 생일 파티’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잇달아 제기됐다. 같은 카톡방에 있었음이 확인된 연예인들은 승리의 연예계 은퇴 이후 잇따라 연예계 은퇴를 발표하고 정준영은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정황까지 알려지면서 따로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버닝썬 내에서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한 인물로 14명을 입건했고, 이 가운데 MD 3명을 구속했다. 지난 19일에는 중국인 VIP 손님을 담당했던 중국인 MD ‘애나’에게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경찰은 이문호 공동대표가 마약 유통에 직접 관여했는지에 대해 수사 중이다. 폭행 사건을 발단으로 한 ‘버닝썬 사건’이 ▲마약 유통 ▲성매매 알선 ▲해외 원정도박 ▲탈세 ▲성폭행 ▲경찰과의 유착 ▲고위 간부 개입 등과 얽히고설켜 사회적으로 큰 파급력을 보이면서 ‘버닝썬 게이트’로 확대됐다.

 

마약, 이제는 우리 이야기

검찰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중추신경의 작용을 과도하게 하거나 억제하는 물질 중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이 있는 것으로서 관련 법규에 따라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물질’로 마약류를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마약류에는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대마가 포함된다. 마약은 양귀비, 코카나무 등에서 추출된 천연마약과 약 개발 과정에서 화학적으로 합성된 합성마약으로 나눠진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효과가 정신으로 향하는 약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마약성 진통제, 정신병 치료약 등 제한적으로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프로포폴, 필로폰 등 약물을 일컫는다. 대마는 삼의 잎과 꽃을 건조해 흡연용으로 사용되는 물질들을 가리킨다.

대검찰청 마약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해외에서 밀반입된 국내 마약류 압수량은 2014년 51kg에서 지난해 298.3kg으로 4년간 5배 이상 급증했다. 작년에 단속된 국내 마약사범의 수는 2014년의 9천 742명보다 30% 증가한 1만 2천 613명이다. 단속 건수의 약 80%를 필로폰이나 야바(YABA)와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이 차지한다. 작년에만 필로폰 137kg이 적발되는 등 국내 마약시장의 규모가 상당하다. 이러한 마약시장 확대는 국내 마약 수요의 증가에 따른 결과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신종 마약 공급 루트가 계속 개발돼 일반인들과도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는 등 마약 유통과 거래 방식은 끊임없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마약 관련 범죄의 급증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SNS에 친숙한 10대 청소년에게 쉽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청소년 마약사범 검거 인원이 104명에 달했다는 대검찰청의 통계를 보면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다.

UN은 인구 10만 명 당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한다. 그동안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마약 생산과 유통이 쉽지 않은 마약 청정국으로 인정받았지만 2016년에 청정국 지위를 사실상 박탈당했다. 대검찰청이 매년 발행하는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마약사범은 1만 4214명이다. 이는 1만 2천 명 이상의 마약사범 적발 시 마약 청정국 지위를 박탈당하는 국제 통상 기준에 해당한다. 마약류를 투약하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고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마약사범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의 국내 유통과 투약

국내 마약사범 단속 수의 가장 큰 비중은 투약사범(2019 1월 52.5%)과 밀매사범(2019 1월 25.4%)이 차지해 일반적으로 유통과 이용 과정에서 검거가 이뤄진다. 공급의 경우 작년 밀수사범 적발은 521명인 반면 밀조는 8명에 불과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보다는 해외에서 밀반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드러난다. 밀수 경로는 해양을 통한 밀수나 국제우편, 수화물 등을 통해 세관 감시를 통과해 들어오는 방식이 사용된다. 2016년 관세청은 382건, 해양경찰청은 56건의 마약 밀수 시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의 382건 적발은 마약 총 50kg, 887억 상당의 대량이었는데, 특송화물과 국제우편이 전체의 79%를 차지해 주요 유입방식이라고 밝혔다.

국내에 유입된 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자들에게 판매된다. 판매자가 화단, 우편함 등 으슥한 곳에 마약을 숨겨두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기존의 ‘던지기’ 수법뿐만 아니라 인터넷, SNS 등을 사용한 판매가 이뤄지면서 국내 마약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둔 판매 사이트 ▲특수 브라우저를 사용한 ‘딥웹’ ▲암호 화폐를 통한 거래 등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A 씨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외로 유학을 하러 가서 또는 유학생 친구를 통해서 처음 마약을 접한다”라며 “엑시나 아이스 등 마약을 칭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SNS에서 공공연히 마약 판매 광고나 해외 채팅 사이트를 통해 소비자가 마약 공급자와 쉽게 연결되며 마약을 접할 방법이 다양해지자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회 병균인 마약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에 “이 법은 마약·향정신성의약품(向精神性醫藥品)·대마(大麻) 및 원료물질의 취급·관리를 적정하게 함으로써 그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危害)를 방지해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마약은 기본적으로 의료용이 아니면 국민의 건강을 해친다. 마약의 지속적인 투여는 약물 중독으로 이어져서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서 각성제의 일종인 필로폰은 뉴런 사이의 공간인 시냅스로 과하게 많은 양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방출하게 해 약물 투여 직후 쾌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인체의 도파민 생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약효가 끝나면 무기력감과 우울증에 다시 약을 투여하기를 반복하게 한다. 반복적인 투여는 뇌를 손상시켜 치매와 같은 장기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마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단기적으로는 ▲식욕부진 ▲혈압과 심장박동의 변화 ▲뇌졸중 ▲정신병 등을 앓을 수 있다. 장기적 건강문제로는 ▲암 ▲에이즈 ▲중독 ▲간염 등이 있다.

마약 유통 및 투여는 또한 청소년들을 마약과 범죄에 노출시킨다. 마약 유통 규제가 철저하지 못하면 SNS를 통해 청소년들도 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 마약에 대한 교육이 미흡한 우리나라 경우에는 마약 유통이 쉬워지면 청소년의 마약 사용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3일 경찰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마약사범 검거 현황’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의 69명 대비 50.72% 급증해 104명에 이르렀다. 어린 나이에 투여한 마약은 육체적·정신적 성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약이 이미 사회적 화두인 미국, 인도 등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 사용은 ▲범죄 ▲ 10대 임신 ▲ 자퇴의 증가로 이어진다.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도 심각한 문제다. 상대방이 성관계에 대한 의사를 표할 수 없도록 약물을 복용하게 하는 것은 약물성 성범죄에 해당한다. GHB(감마 하이드록시 부티레이트), 일명 ‘물뽕’은 국내에서 성범죄용으로 가장 많이 악용되는 약물이다. 무색, 무향인 GHB 몇 방울을 음료에 타서 마시면 15분 만에 약물 효과가 나타난다. 소다 등의 단순한 음료에 타서 마시면 취한 것처럼 몸이 쳐진다. 그러나 이 약물을 알코올류에 타서 마시면 의식을 잃거나 복용 이후 발생한 일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상대방에게 몰래 또는 강제로 약물을 투여한 뒤 상대방의 혼미해진 정신상태를 이용해 강간, 성폭력 등 성범죄를 일으키는 사례는 적지 않다. GHB와 함께 성관계 시 더 많은 쾌감을 얻기 위해 필로폰, 야바 등 각종 각성제도 유통 및 판매돼 성범죄에 악용된다.

마약 시장 성장에 따른 지하경제 발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하경제는 과세나 정부규제를 피하고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은 경제를 의미한다. 주로 ▲마약 매매 ▲성매매 ▲도박 등으로 구성되며 넓은 의미에서는 영수증이 발행되지 않는 현금결제도 포함한다. 2017년 국내에서 총량 517.2kg의 마약이 단속됐는데, 마약은 kg당 가격이 1~20억에 달해 마약 유통이 활성화될 경우 엄청난 규모의 지하경제가 발달하게 된다.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시장 활동은 세금을 피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능력을 악화시키고 더 많은 불법 사업을 성장시킨다. 실제로 마약 생산이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콜롬비아 등 남미 국가의 경우 마약 카르텔이 정부 이상의 재정능력을 가지고 해당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한 지하경제의 존재는 일부 활동에만 세금, 규제를 부과한다는 의미이므로 형평성에 어긋난다.

마약 지하경제 시장이 여타 범죄와 연관돼 확산될 위험도 있다. 국내 마약 유통은 삼합회, 흑사회와 같은 중국 범죄조직과도 크게 연관돼 있어 지하경제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약을 얻기 위해 범죄 활동을 자행하는 이들은 범죄조직과 연루돼 마약을 유통받기도 한다. 경찰청은 2017년 전체 범죄자 1,474,156명 중 1,187명이 마약을 상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하경제가 성장한다면 검거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또한 대두된다.

 

불붙은 경찰의 마약과의 전쟁 선포

‘버닝썬 게이트’로 마약 유통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은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 근절 추진단’을 결성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마약류 유통 및 사용을 강력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집중적으로 ▲클럽 등 업소에서 마약류 유통 및 투약 ▲인터넷 약물 판매 ▲약물의 연장선의 성범죄 등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히며 약물범죄 ▲1차 마약류 유통 ▲2차 마약 투약으로 발생하는 성범죄 ▲3차는 불법 촬영물 유포로 마약 관련 범죄를 3단계로 세분화해 ▲마약수사관 ▲사이버과 ▲여성청소년과 ▲형사과 등 이와 관련된 부서들과 합동 추진단을 구성해 약물범죄의 근절에 나서겠다고 했다. 더 나아가 국민이 사건 현장을 찍고 제보하면 가장 가까운 경찰서로 신고가 접수되는 ‘스마트 국민제보 앱’으로 마약 관련 신고를 즉시 받겠다고 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31일에 마약의 원료재인 양귀비와 대마의 개화기와 수확기인 4월부터 7월까지 집중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양귀비와 대마의 불법 경작을 차단하고 의료용 수확물의 불법 유출을 막음으로써 국내 마약 유통도 막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단속뿐만 아니라 홍보와 교육을 통해 농촌에서 진통제로 양귀비를 재배하는 것도 불법임을 알리는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경찰의 마약 집중 단속은 인력 부족으로 난관을 겪고 있다. ▲경찰청 ▲해양경찰청 ▲관세청에서 마약 단속을 하는 인력은 모두 합해도 약 351명이다. 부족한 현장 인력은 마약 단속의 한계로 이어진다. 마약 유통자 단속은 물론, 투약자 단속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대검찰청 자료에 의하면 마약류로 단속된 사람은 총 1만 2천 631명이고 그중 6천 177명(49%)은 투약자이다. 밀수업자는 521명으로 4.1%에 불과하다.

미국 등의 해외국가와 비교했을 때 문화적으로 대한민국은 아직 마약이 주류문화로 깊게 자리잡은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범죄통계상으로 한국에서도 마약 위험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형국인 만큼 약물의 유통 단속은 물론 약물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약물의 투약자와 유통자 양측에 합당한 처벌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버닝썬’ 파문으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과 현장 인력난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경찰의 마약류 강력 단속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약물범죄와 경찰 유착 문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지영·김동현·김해솔·김효재 기자

coolj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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