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애매한 지위, 도로에서 모호한 위치

이달 10일부터 전동 킥보드와 관련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며 연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동 킥보드를 둘러싼 모습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용자가 많은 본교 캠퍼스와 인근 지역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과 본교 인근의 이용 실태, 그리고 대응책을 The HOANS가 알아봤다.

 

전동 킥보드가 주를 이루고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은 최근 엄청난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약 6만 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은 올해 20만여 대를 기록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유 전동 킥보드 시장도 덩달아 그 몸집을 키웠다. 2년 전 서울 지역에서 150여 대로 운용됐던 공유 전동 킥보드는 현재 약 3만 6천여 대로 급격히 늘어나 접근성이 높아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에만 공유 전동 킥보드 운행 건수는 약 360만 건이었고,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누적 1,500만 번 넘게 운행하며 지난해 하반기 350만여 건과 비교했을 때 4배가량 증가했다. 한편 자연스레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도 점차 증가해 전동 킥보드와 관련된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19년 447건까지 늘었으며 이로 인한 사망‧부상자는 481명에 달했다.

이러던 중에 이달 10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전동 킥보드 주행과 관련한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이 개정안은 기존 법률안에서 전동 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운행 규정이 미비했던 점을 보완하고 법의 테두리 안으로 편입하는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이런 의의보다는 전동 킥보드의 법적 지위를 자전거 수준으로 변경함으로써 새롭게 발생할 문제점들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낮아진 문턱, 더 낮아진 책임

 

이전까지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되어 소형 오토바이와 동일한 규제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전동 킥보드는 ▲보행자의 통행에 사용하도록 지정된 도로 ▲자동차전용도로 ▲자전거전용도로에서는 운행이 금지됐다. 그뿐 아니라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했으며, 헬멧과 같은 안전장비 미착용 시 벌칙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전동 킥보드가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되며 ▲자전거전용도로에서 통행이 가능해졌고 ▲탑승 나이 제한을 만 13세로 낮추며 ▲무면허로 이용할 수 있고 ▲안전장비 착용 의무는 있으나 벌칙 조항이 삭제됐다.

이용 가능 연령이 낮아지고 면허 소지가 필수 요건이 아니게 되면서 운전 미숙으로 인한 전동 킥보드 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전동 킥보드를 몰던 고등학생이 택시와 충돌해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의 가능성이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자체·학교 등과 연계해 교통안전교육을 시행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단순 안전교육만으로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전동 킥보드를 타는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도 약해진다. 전동 킥보드가 개인형 이동장치로 새롭게 분류되면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동 킥보드는 자동차 음주 운전자와 동등한 기준을 적용받았다. 기존에는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0.03~0.08% 면허 정지와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0.08~0.2% 면허 취소와 1~2년 징역 또는 500~1,000만 원 벌금 ▲0.2% 이상 면허 취소와 2~5년 징역 또는 1,000~2,000만 원 벌금형에 처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전동 킥보드에 자전거와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면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일 경우 10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받는 것으로 처벌이 일원화된다. 면허 관련 처분과 징역형은 아예 사라지고 벌금형도 대폭 완화된 것이다.

이 같은 처벌 규정의 완화로 전동 킥보드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저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동 킥보드가 속력이나 하중에서 자동차보다 정도가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행자와의 접점이 많고 사고 시 충돌 대상과 운전자 모두 크게 다칠 확률이 높다는 특성상 전동 킥보드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 완화는 우려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가 “전동 킥보드 음주 운전의 사회적 심각성이 확인되면 법률안 개정을 생각해보겠다”고 발표했지만 자칫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교 방침은 ‘일단 유지’

 

한편 본교에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캠퍼스 내에서 전동 킥보드 운행이 가능하며, 총무부는 공유 전동 킥보드 운영 업체인 ㈜나인투원(일레클) ㈜더스윙 등에 캠퍼스 내에서 ▲최대 주행속도를 25km/h에서 20km/h로 제한 ▲대인‧대물 배상보험 가입 ▲원동기 면허 소지 확인 ▲보호장비 착용 권고 ▲운용 대수 제한을 요구하여 운용 중이다. 전동 킥보드 이용과 관련한 조치 및 제한은 포털 상시 공지사항의 전동 킥보드 이용안내 게시물을 통해 알리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안전사고 우려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은 건물 출입구 ▲다람쥐길과 같은 보행자 밀집 구역 ▲공사장 근방에서 전동 킥보드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충전 중 화재 위험 때문에 기숙사 건물을 포함한 모든 캠퍼스 건물 내부에 전동 킥보드를 반입할 수 없다는 사항 또한 게시돼 있다.

전동 킥보드의 법적 규제가 완화되면서 전동 킥보드 이용량이 많은 본교를 비롯한 각 대학의 대응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10월 명지대 자연 캠퍼스 내에서 재학생이 전동 킥보드 이용 중 사고로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캠퍼스 내 안전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앞으로의 전동 킥보드 대응 방안에 대한 질문에 본교 측은 “전동 킥보드에 대한 개정안이 어떠한지 인지하고 있으며 일단 기존의 방침을 유지해 운용할 예정”이라며 “이번 달 법이 발효된 이후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본교의 캠퍼스 내 전동 킥보드 이용에 관한 방침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막’ 세워도 되는 건 아닙니다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며 캠퍼스 내부나 인근 도로에 전동 킥보드가 세워져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전동 킥보드 업체가 사용자가 서비스 이용 후 원하는 장소에 킥보드를 세워두도록 하는 프리 플로팅(Free-Floating)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 플로팅은 이용자가 최종 목적지까지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 공유 전동 킥보드가 가지는 최대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해당 방식을 악용해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아무 곳에나 전동 킥보드를 세워 놓는 일부 이용자들로 인해 다수의 시민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 각 지자체는 프리 플로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천시 계양구는 공유 전동 킥보드가 무단으로 일정 면적 이상을 점용할 경우 해당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1,000여 대를 강제 수거하는 등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부산시 수영구와 해운대구 또한 무단으로 세워진 공유 전동 킥보드 각각 150, 400여 대를 수거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1일 발표된 ‘보행안전 개선 종합계획’을 통해 프리 플로팅 대응 방안을 내세웠다. 전동 킥보드 주차 허용구역과 주차 제한구역을 나누어 시 차원의 지침을 제시하고 기기 반납 시 주차 상태를 촬영하도록 해 프리 플로팅 문제에 대응할 계획이다. 또 내년 일부 지하철역 출입구에 시범적으로 전동 킥보드용 충전 거치대를 설치해 점차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본교 캠퍼스 인근의 상황은 어떨까. 캠퍼스와 인근 지역의 공유 전동 킥보드 프리 플로팅 관련 문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공유 전동 킥보드 앱을 깔아 직접 찾아가 봤다. 참살이길(고려대로 24길)에 위치한 모 음식점 앞에 놓인 전동 킥보드는 위의 사진과 같이 보행로를 3분의 1가량 가로막는 상태로 주차돼 인근 보행자들에게 불편함을 끼치고 있었다. 더욱이 취재 당일 비가 내려 우산으로 인해 보행자 간의 간격이 더욱 벌어진 상황에서 보행로를 가로막은 전동 킥보드로 인해 일부 보행자가 차도로 잠시 넘어가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참살이길 이외에도 보행로가 그리 넓지 않은 캠퍼스 인근의 안암 지역 특성상 보행로에 멋대로 세워진 전동 킥보드는 시민들의 보행에 불편함을 끼치는 요소다. 캠퍼스 인근에 거주하는 오 모(경제20) 씨는 “학교 근처에 세워진 전동 킥보드 때문에 외관상 좋지 않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며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달리 전동 킥보드는 아무렇게나 주차된 경우가 많아 난잡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며 전동 킥보드의 프리 플로팅과 관련한 불편함과 아쉬움을 표했다.

캠퍼스 내 프리 플로팅 문제에 대해 학교 본부 측은 “운영업체가 킥보드 자체에 반납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구를 달아놓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잘못 세워둔 경우가 있으면 학교 근무자들이 자전거 주차구역 등 주차를 해도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 옮기고 있다”고 대응책을 밝혔다. 본교 인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 전동 킥보드 운영업체들 또한 ▲반납 시 주의사항 안내 ▲주차 권장 및 제한구역 알림 발송 ▲주차 상태 촬영 의무화 ▲제한구역 주차 시 페널티 부과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예시로 전동 킥보드 업체 ‘스윙’은 사용자에게 주차 시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할 시 페널티 10,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차도? 자전거도로? 어디로 가야 하나

 

서울시가 내놓은 보행안전 개선 종합계획에는 프리 플로팅 관련 대응책뿐 아니라 지정차로제도 담겨있다. 지정차로제란 편도 3차선 이상인 도로에서 ▲가장 왼쪽 차로는 승용자동차·중형 이하 승합자동차 ▲가운데 차로는 대형 승합자동차·화물자동차·이륜자동차 ▲가장 오른쪽 차로는 자전거·전동 킥보드·오토바이·20km/h 이하 자동차가 주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정차로제를 도입하여 전동 킥보드를 차도에서 체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본교 캠퍼스 인근의 도로 상황을 고려하면 지정차로제가 현실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캠퍼스 인근 주요 도로 중 ▲고려대로(고대앞사거리-이공계 캠퍼스 정문) ▲안암로(안암오거리-고대앞사거리 구간) ▲참살이길 ▲개운사길 등은 편도 3차선이 채 되지 않아 대상에 해당하지조차 않는다. 기준을 충족하는 ▲안암로(고대앞사거리-고려대역 구간) ▲종암로(고려대역-숭례초) 등의 도로는 출퇴근 시간대에 극심한 정체를 겪고 가장 오른쪽 차로에 버스와 택시가 수시로 정차하는 등 차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주행하기엔 적절치 않아 보였다.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자전거전용도로에서의 전동 킥보드 주행도 허용된다. 그러나 하천 변을 제외하고 서울 시내에 자전거전용도로가 설치된 도로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보도를 이용하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나 차도를 이용하는 자전거 우선도로의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교 캠퍼스 인근 도로 역시 자전거전용도로가 설치된 곳이 전무하고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는 ▲고려대로 ▲안암로 ▲종암로 등에 설치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둘 간의 경계가 불명확해 보행로로의 침범 가능성이 큰 데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충돌사고의 위험성이 적지 않다.

본교 캠퍼스 인근의 하천 변 자전거전용도로 역시 전동 킥보드가 설 자리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성북천과 정릉천 변에 있는 산책로와 자전거전용도로 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면적이 넓지 않아 현재도 산책이나 러닝을 즐기는 이용객들이 경계를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성북천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즐겨 탄다는 최 모(정외 19) 씨는 “겨울철을 제외하면 현재도 저녁 시간대에 산책로 이용객이 많아 자전거전용도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동 킥보드가 진입할 경우 보행자나 자전거와 뒤섞여 상당히 위험할 것 같다”는 우려를 밝혔다. 이처럼 기존 체계의 개선이나 변화 없이 전동 킥보드의 운행 폭을 넓히는 것은 전동 킥보드 이용자와 차량 운전자를 비롯한 모든 시민에게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바빠지는 보험업계

 

이렇듯 이번 개정안의 시행으로 인한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이용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보험업계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달 10일부터 자동차보험의 약관에 전동 킥보드를 포함해 사고 피해자에 대한 치료와 보상을 명확히 했다. 약관에 따르면 피해자는 자동차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더라도 가족의 자동차보험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전동 킥보드로 피해를 봤을 때 보험사의 보장 한도는 ‘대인배상Ⅰ’ 이내이다. 대인배상Ⅰ이란 가입이 법률적으로 강제된 의무보험을 의미하며 보장 한도는 사망 시 1억 5,000만 원, 상해시 50만 원부터 3,000만 원까지이다.

전동 킥보드 운전자를 위한 보험상품도 등장했다. DB손해보험에서는 전동 킥보드 운전자의 상해 위험을 보장해줄 수 있는 보험상품을 출시했으며 개인 소유의 전동 킥보드와 공유 전동 킥보드 모두 보장 범위에 해당한다. 공유 전동 킥보드의 경우, 업체에서 보험사와 체결한 단체 보험으로 운전자를 보호한다. 최근까지 본교 주변에서 서비스를 운영했던 일레클은 운전자가 서비스 이용료에 보험료 250원을 추가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공유서비스 업체 씽씽은 퍼스널 모빌리티 보험을 통해 대여 운행 도중 기계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에게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지급한다. 다만 씽씽의 퍼스널 모빌리티 보험은 보상 기준이 기계 결함 등에 초점을 두고 있어 운전 미숙 등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모두의 안전한 캠퍼스를 위하여

 

당장 이번 달부터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나 사고 발생 시의 명확한 대책 및 처벌기준은 미비한 상황이다. 개정안과 관련한 부정적 여론이 득세하자 정치권은 부랴부랴 다시 전동 킥보드의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새로운 법안이 논의되고 통과되는 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불투명하다.

본교 캠퍼스와 인근 지역에서도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지자체와 학교 본부 차원에서 킥보드 이용에 대한 상세 지침을 제정 및 보완하고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국과 본교의 지침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이용자 개개인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사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본교의 효율적인 지침과 학생들의 안전의식이 어우러져 전동 킥보드로부터 모든 구성원이 안전한 캠퍼스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본다.

 

 

박찬웅·김동현·김하현·민건홍 기자
pcw0404@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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