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한 교내 체육시설 예약 시스템

지인의 부탁으로 본교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지 않는 체육동아리 모임에 가입해본 경험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체육시설 예약시스템에 개인정보 도용 문제가 제기되면서 10월부터는 예약시스템에 변화가 생겼다. 이에 The HOANS에서 ▲기존 예약시스템의 문제와 변경 사항 ▲변경안에 대한 총무부와 교내 체육동아리의 입장 ▲학생사회의 대응을 정리해봤다.

지난 8월 고려대학교 배드민턴 중앙동아리(이하 KUBC)가 체육시설 예약을 위해 타인의 계정을 무단으로 사용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체육시설 예약은 고려대학교 포털(이하 포털)에 접속해 개설된 ‘모임’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KUBC 집행부가 제명탈퇴한 회원의 계정을 수집해 무단으로 모임 참여에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본교 총무부는 개인정보 도용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모임 가입 명부에 없는 사람은 체육시설 이용이 불가능하도록 예약시스템을 변경했다. 교내 체육동아리들은 변경된 예약시스템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지만 본교 총무부는 바꿀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변경 전 체육시설 예약시스템, 무엇이 문제였나

 

기존 예약시스템에서 체육동아리가 체육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분기별 모임 등록 기간에 모임을 개설해야 했다. 필수인원을 채운 모임에는 한 분기인 3개월 동안 예약 자격을 부여하고 예약 자격을 얻은 모임은 한 달에 한 번씩 희망하는 이용 시간대에 예약 신청을 한다. 만약 희망하는 이용 시간대가 다른 모임과 겹치게 된다면 분기별 누적 이용 시간대가 적은 모임이 시설 이용에 우선권을 가지며 누적 이용 시간대가 같을 경우 신청 시각이 더 빠른 모임에 이용권이 주어진다.

기존 예약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는 동아리 하나당 개설할 수 있는 모임의 수가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임의 분기별 누적 이용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동아리는 각자의 동아리 내에서 최대한 많은 모임을 개설해 각 모임당 한 달에 1시간대씩 예약하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한 명당 하나의 모임에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모임 이외의 모임은 지인을 동원해 가입해야 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용 시에 예약자와 실제 이용자가 같은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체육 동아리들 사이에서는 동아리 부원 이외의 지인을 동원해 모임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관행이 이어졌다. 체육시설 예약에 있어 동아리 규모도 크게 작용했으나 그보다는 더 많은 지인을 앞다투어 동원하는 경쟁이 중요했다.

이에 본지는 지인에게 모임 가입 부탁을 받아본 적이 있는 학우를 상대로 그 경험과 기존 예약시스템에 대한 견해를 직접 들어봤다. 지인의 부탁으로 모임에 가입한 적 있는 22학번 이 모 씨는 “솔직히 지인을 동원하여 예약하는 방식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내가 활동하지 않는 동아리에 내 개인정보가 남는 것이 아니냐”며 기존 예약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경대 22학번 A 씨는 “이미 다른 체육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어 지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며 체육동아리들의 이른바 ‘지인 동원’ 경쟁에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고 전했다.

부탁하는 동아리 부원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경대학 야구동아리 퍼블릭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B(정외 21) 씨는 “모임 가입이 분기별로 실시된 탓에 매번 부탁하는 것이 지인에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며 “부탁하는 입장이나 부탁받는 입장이나 모두 부담스러운 것 같다”고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중앙 체육동아리에서 활동하는 C 씨도 “동아리에서 몇 명씩 모아오라고 하는데 그 수를 채우려면 별로 안 친한 사람에게도 부탁해야 해서 곤란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러한 지인 동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모임 개설자가 써놓은 모임 목적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9월 학내 커뮤니티에는 녹지운동장 이용 목적으로 ▲멸공 ▲고강도 한미연합훈련 ▲국군 도수체조 등 실제 모임 목적과 다른 이용 목적을 기재한 사례를 보여주는 글이 게시됐다. 이를 통해 예약시스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황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변경됐나

 

이전에는 동아리가 개설한 모임이 필수 인원만 넘으면 대표자의 신분증만 확인한 후 체육시설을 이용하도록 허가해줬다. 그러나 지난 10월부터는 시설 이용 시 개개인의 신분증 본인 확인 후에야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즉, 모임에 가입한 회원 명부에 지신의 이름이 없는 경우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 점이 새로운 예약시스템의 가장 골자가 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동아리는 예약시스템 변경 전과 달리 동아리 하나당 모임을 단 하나만 만들 수 있게 됐다. 기존 예약시스템에서는 최대한 많은 모임을 개설해 시설 이용 시간과 이용 가능 인원을 최대한 확보했다. 그러나 현재의 예약시스템에서는 동아리 부원이 모두 한 모임에 가입돼 있어야만 체육 시설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총무부는 협조 및 요구 불응 시 장소 사용 불허, 차후 사용 불가 조치를 내린다고 발표해 동아리들이 변경된 예약시스템을 지키도록 강력히 권고했다.

총무부는 변경안으로 지인 동원을 막고 예약 경쟁을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기존 예약시스템이 가졌던 지인 동원 문제는 개인의 신분증을 일일이 대조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 모임을 많이 만드는 관행이 무의미해져 동아리마다 한 모임만 개설해 자연스럽게 예약 경쟁이 낮아진다. 규모가 큰 동아리가 지인을 많이 동원해 모임을 여러 개 만들어서 체육시설을 독점해오던 문제도 해결됐다.

 

우려되는 부작용은?

 

이번 예약시스템 변경안이 기존의 문제를 해결했음에도 교내 체육동아리들의 반발은 심한 상황이다. 기존 예약시스템의 문제는 개선됐지만 새로운 부작용이 생겼다는 게 교내 체육동아리들의 입장이다. 우선 변경된 예약시스템은 체육동아리의 체육시설 수요량을 만족시키지 못해 현실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아리는 한 달에 보통 8~10시간 정도가 필요하며 기존의 예약시스템은 모임을 많이 개설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시간만큼 체육시설 이용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변경안에서는 동아리가 실질적으로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월별 1시간에 불과하다. 모임당 월별 최대 신청 가능 시간은 6시간이나 분기별 누적 이용 시간으로 예약 우선순위가 결정되는 탓에 현실적으로는 하나의 모임이 2시간 이상 신청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타 모임보다 앞서 신청 예약을 하더라도 분기별 누적 이용 시간이 다른 모임보다 많다면 예약에 실패한다. 따라서 동아리는 우선순위에 밀리는 경우를 방지하고자 1시간만 신청하는 실정이다.

시설이 이용되지 않는 잉여 시간도 많아졌다. 기존에는 주말이나 평일 저녁처럼 학생들이 사용 가능한 시간대에는 대부분 예약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예약시스템 변경 후에는 모임 개수가 확연히 줄어들어 예약된 시간도 절대적으로 감소했다. 동아리들의 넘치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체육시설이 사용되지 않는 채로 덩그러니 놓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됐다. 그러나 총무부는 잉여시간이 많이 남는 것을 두고 사용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유료 예약을 이용해 돈을 내고 사용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총무부의 태도는 학생들의 넘치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학교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두 개 이상의 체육동아리에 가입한 사람은 이제 하나의 동아리에서만 교내 체육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기존에는 모임 명부에 기재된 사람과 실제 사용자가 일치할 필요가 없어 한 사람이 여러 동아리의 소속으로 시설을 이용하는 데 제한이 없었다. 그러나 변경안에서는 명부와 사용자가 일치해야 하며 한 사람당 하나의 모임에만 가입이 가능하므로 두 개 이상의 동아리 소속으로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총무부는 이에 대해 시설 이용 시간에 대한 개인 간 형평성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아리 중복 활동 제한은 학생에 대한 과도한 자율성 침해, 인원 부족으로 인한 체육동아리 비활성화 문제를 유발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무부의 졸속행정도 문제점으로 제시된다. 총무부는 변경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칙을 마련하고 통보했다. 원칙에 대해 동아리들이 반발하자 원칙을 계속해서 바꾸는 등 동아리들의 혼란을 가중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총무부는 두 동아리가 시합을 위해 체육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건을 두고 처음에는 불허한다고 밝혔으나 나중에는 점차 허용하는 방향으로 원칙을 변경했다. 또한 4분기 예약 당일까지 예약시스템 원칙을 명확히 공지하지 않아 많은 동아리가 예약 신청에 혼란을 겪기도 했다.

 

 대응하는 학생사회

 

이러한 총무부와 동아리의 입장을 조율하고자 본교 중앙비상대책위원회(이하 중비대위)도 나섰다. 중비대위는 예약시스템 변경 전후 학생들의 의견을 총무부와 학생지원부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임시 중앙집행위원회 문화복지국도 지난 9월 총무부에서 내려온 변경된 지침에 따라 체육시설을 이용할 시 예상 부작용 및 개선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중비대위에서 발표한 ‘체육시설 대관 방식 변경 관련 설문조사 요약’ 보고서를 살펴보면 ▲인원이 많고 장시간 훈련이 필요한 동아리의 경우 1시간만 신청이 가능해 활동이 매우 힘들어짐 ▲현장에서 신분증 확인 시 실질적인 대관 이용 시간이 줄어듦 ▲내부적으로 팀이 나뉜 동아리의 경우 같은 동아리 회원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진행하지 못함 ▲재학생이 아닌 사람과 경기를 하기 힘듦 등을 부작용으로 꼽았다.

중비대위가 수집한 개선 방안에는 변경 전 예약시스템을 유지하되 징계 혹은 본인인증 절차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본인 핸드폰 인증을 통해 보안을 강화하거나 모임 가입 시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통해 본인인증 보안을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1인당 1모임 제한 완화 ▲친선전이 있을 시 명부 확인 후 출입 허용 ▲예약 시간 단위를 한 시간에서 두 시간으로 연장 등의 다양한 개선 방안이 모였다.

중비대위는 현행 체육시설 예약시스템으로 동아리가 활동에 제약을 받았으며 동아리 간 교류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비대위는 위 설문조사 보고서를 총무부에 전달해 변경 전 방식을 유지하되 징계 혹은 본인인증 절차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현재까지 체육시설 대관 방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선 가능성과 방향은

 

변경된 예약시스템에 대한 동아리의 반발과 학생사회의 대응은 계속되고 있다. 기존 예약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모임 개수에 따른 예약 형평성 문제, 개인정보 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약시스템에 변화를 도모하는 노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생사회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는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뿐이다. 변경된 예약시스템은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 거듭 신중한 개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유성규·이상훈·정상우 기자

ysg601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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