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흥에 가려진 장애인의 이동권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석탑대동제 KU:KEY(이하 대동제)가 교내 민주광장(이하 민광)에서 진행됐다. 대동제는 다양한 부스와 주점, 학생과 연예인들의 공연으로 꾸며져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모든 학내 구성원이 대동제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민광에 설치된 무대와 일부 부스가 학생회관 2층 진입 계단 양 측면에 위치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에 세워져 장애인 학생들의 이동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최초 문제 제기자인 장애인권위원회(이하 장인위) 이선영(생공 17) 위원장은 “이는 매년 반복되는 행태이며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물건을 적치하여 주차를 방해할 경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을 위한 편의 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라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이어 “현재 총학생회 SYNERGY의 선본 시절부터 꾸준히 의견을 전달했던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장인위는 문제를 인지한 20일 즉각 총학생회실에 항의 방문하여 총학생회실 재실 중이던 중앙집행위원에게 문제에 대해 알리고, 21일 장인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문제 상황을 공론화시켰다. 이후 소성일(간호 17) 인권연대국장에게 기업 부스 철거와 대체 공간 마련 등의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요구했다.

그 결과 대동제 2일차인 다음날 22일 오후부터는 기업 부스가 철거돼 성공적으로 공간이 확보됐으며, 중앙광장 지하 주차장 내에 대체 공간이 마련됐다. 또한 장인위는 교내 장애 학생지원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자가용으로 통학하는 장애 학생의 시간표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간을 이용하며 문제에 대응했다.

빠른 대응 한편, 이러한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내 행사 준비 주체 구성을 다듬고 의사 전달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번 석탑 대동제 준비위원회(이하 석준위)에는 총학생회 인권연대국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총학생회 인권연대국에서 석준위 측에 꾸준히 장애인 이동권 관련 문제에 대한 참고사항을 전달했으나, 소통 문제로 인해 실제로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 25일 진행됐던 IPSELENTI 지.야의 함성 ‘영화’(이하 IPSELENTI)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지난 29일 장인위가 게시한 대자보는 본교 응원단의 소통력과 집행력의 부족으로 IPSELENTI 내 배리어프리석 등 장애학생의 이동·안전과 관련한 장인위의 요청사항이 또다시 반영되지 않았음을 꼬집는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의 당사자 범위에 관한 인식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내 행사 대다수에서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 학생들에게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행사의 배리어프리석*에는 의자가 필요한 수보다 적게 마련된다. 그러나 실제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은 소수이며, 기타 보장구를 사용하는 학생의 수 또한 차지하는 비율이 적은 편이다. 장인위 이 위원장은 “휠체어나 보장구를 이용하지는 않지만 보행장애가 있는 장애 학생들의 이동권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동제의 ‘대동’은 ‘다 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대동제의 의미를 살려, 어떠한 학내 구성원도 소외되지 않도록 학생사회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장애인이나 고령자들도 사용이 편리하도록 환경을 개선한 공간

 

박지우·박찬웅 기자

idler99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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