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개미들, 응답하는 공매도 규제

금년도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는 주식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올 상반기부터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인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돼 코스피 지수가 반등했고 한시적으로 시행한 공매도 금지 정책은 내년까지 연장됐다. The HOANS에서 올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동학개미운동과 공매도 금지 정책을 알아봤다.

 

공매도란 무엇인가

 

일반적인 주식매매에서는 보유 중인 주식의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실현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를 입게 된다. 이와 달리 투자자가 주가의 하락을 예측했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이 바로 공매도다. 공매도는 자신이 현재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로, 실물을 거래하는 일반적인 주식매매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순리에 어긋난다. 이러한 행위는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의 방식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

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소유한 사람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거래하는 방식이다. 가상의 인물 ‘갑’이 현재 100만 원인 A 주식의 주가가 90만 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고 가정해보자. 갑은 A 주식을 가지고 있는 ‘을’에게 1주를 빌려 100만 원에 매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갑은 판매대금 100만 원을 소유하게 된다. 만약 갑의 예상대로 A 주식의 주가가 90만 원으로 떨어지면, 갑은 현재 수중에 있는 100만 원 중 90만 원으로 A 주식을 매수한 후 을에게 상환한다. 이 경우 갑은 자신이 빌린 주식을 다 갚고 나서도 10만 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물론 A 주식을 빌리는 대가로 을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만 갑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주가 하락 예측에 따라 수익을 낸 셈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거래하는 방식으로, 차입 공매도와 달리 을로부터 A 주식을 빌려주겠다는 약속만 받는다면 갑은 실제 주식의 이전과 상관없이 A 주식의 주주처럼 매도할 수 있다. 이런 구조로 인해 ‘유령 매도’라고도 불리는 무차입 공매도는 현재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작년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행하다 적발돼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제재를 받았고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데 영향을 끼쳤다. 골드만삭스 측은 직원의 실수라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과실 여부를 떠나 증권사가 법망을 피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공매도의 득과 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이 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주식시장의 흐름에 역행하지만 주식시장에 도움을 주는 순기능도 존재한다. 우선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 공매도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특정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도 이를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할 방법이 없어 주식이 고평가된다. 하지만 공매도를 통해 조정을 거치는 주식이 제 가격을 빨리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 주식의 거품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헷지(hedge)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헷지란 미래에 발생할 가격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한 위험 분산 방법으로,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공매도를 적정 비율 섞는 방법을 활용해 자산의 손실을 줄이고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는 외인들의 투자를 적극 촉진해 주식시장에 유통되는 자본의 양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난 8월 개최된 ‘공매도의 시장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방향 토론회’에서 고은아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는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공매도를 헷지 수단으로 사용하는 외국계 투자회사의 전략이 어려워져 한국 시장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한국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해 주식은 물론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악의 축으로 인식하는 이유로는 기회의 불공정성과 개인 투자자들이 짊어지는 부담이 크게 작용한다. 법적으로는 개인도 공매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나 이들에게 공매도는 그림의 떡이다. 차입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을 빌리기 어려울뿐더러 빌릴 수 있는 종목도 한정적이고,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도 기관과 외인에 비해 높게 책정돼있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주식을 빌려서 거래하는 행위인 만큼 채무불이행의 리스크도 개인 투자자가 부담하기에는 버거운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공매도 거래에서 외인과 기관이 99%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 간 공매도 제도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이 조성됐고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비판의 화살은 공매도 폐지로 향했다.

시세조종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사실상 공매도를 행하는 주체가 외인과 기관에 한정된 만큼 이들이 내부자 정보나 악성 루머 등을 활용할 경우 개인 투자자에게는 손해로 다가오게 된다. 시세조종의 우려에는 불법 거래 행위에 대한 국내 처벌 강도가 낮다는 점도 한몫 거든다. 지난 10년간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투자회사 101곳 중 주의 처분으로만 끝난 회사가 56곳에 달했다. 이에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과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지난 5월 20일 자동 폐기되며 공매도에 대한 규제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커지는 개미의 목소리

‘동학개미운동’은 올해 초 주식시장에서 등장한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국내 주식을 매도해 주가가 하락했을 때 이를 국내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적극 매수해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린 현상을 일컫는다.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속에서도 개미들이 매수세를 유지하면서 주가지수를 방어하고 있는 현황을 19세기 말 반외세 운동이었던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에 대해서는 폭락하는 증시를 지탱해줬다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편 코로나19의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 정부는 지난 3월 6개월간의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지난 8월 27일 임시 금융위원회를 개최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동학개미운동과 공매도 금지 연장 간에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내 개인 투자자보다 해외나 기관 소속 투자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공매도를 금지하는 정책은 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는 데 기여한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증시에서 존재감이 커진 개인 투자자들은 한목소리로 공매도 개선을 넘어 금지까지 요구하고 있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정치권에서도 공매도 금지 주장으로 화답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공매도를 금지해 해외 이슈에 구애받지 않고 국내 기업의 실적에 따라 증시가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외국 투자자의 영향력이 줄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대두됐다.

 

개미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펜데믹 하의 동학개미운동과 정부의 공매도 금지 정책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을 옹호하는 측은 부동산 중심으로만 돌아가던 국내 투자시장이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쪽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측면을 강조한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더스쿠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부동산에서만 돌던 돈이 최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부동산에 쏠린 자산 배분 구조를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의론 또한 팽팽히 맞선다. 동학개미운동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며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대다수 투자자는 언제든 증시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스쿠프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제 매수세의 대부분은 1997년 외환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식시장이 급등한 현상을 경험한 5~60대로 추정되며 일정 부문 수익을 내면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시장 질서에 기여하는 공매도의 긍정적 측면을 무시한 조치이며 개인 투자자의 표심을 의식한 금융당국의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 개인 투자자와 기관, 외국 투자자 간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또는 경기 침체의 완화 중 어느 것도 선명하지 않은 미궁 속에서 동학개미운동과 공매도 금지 연장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민지·민건홍·민재승 기자

minji113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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