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총장직, 다시 돌아온 구설수

본교 구성원들의 축하와 지지를 받으며 임기를 채워야 할 총장직이 또 구설에 올랐다. 2007년 이필상(서울대 금 속공학 68) 전 총장의 논문 표절 논란에 이어, 정진택(기공 79) 총장은 논문 중복 게재 및 연구비 이중 수혜에 관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다시 한번 연구 윤리 이슈와 총장직이 얽힌 셈이다. 지난해 염재호(행정 73) 전 총장의 관권선거 의혹이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거듭 현직 총장이 논란의 가운데에 섰다.

2006년 12월 취임한 이필상 전 총장은 임기 초부터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취임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제자들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교수 의회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하는 한편 학내에는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이 전 총장은 임기 1년을 갓 넘긴 2007년 2월 총장직에서 내려왔다.

염재호 전 총장 임기 말에는 관권선거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해 10월 염 총장이 학교 행정을 사유화하면서 일부 보직교수들이 염 전 총장의 재선 출마에 필요한 추천인 서명을 받아내기 위해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더해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 교수 대표위원 선임에 특정인을 당선시 키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교수의회에서 관권선거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작성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염 전 총장은 본교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송부하며 재선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번엔 총장의 임기가 시작되기도 이전부터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월 2일 익명의 제보자가 교수의회 사무실로 정진택 당시 당선자의 연구부정을 제보했고, 이는 1월 17일 기성언론 보도를 통해 공론화됐다. 문제가 된 사안은 정 총장이 2005년과 2006년경 내용이 비슷한 국문 논문과 영문 논문을 각각 국내 논문지와 해외 논문지에 중복 게재했다는 부분이다. 교수의회는 제보를 접수받고 전체 교수의원들에게 제보 내용에 대한 조치의 필요성을 보고한 뒤 교수의원 3인에게 예비검토를 의뢰했다. 예비검토 결과 중복 게재라 는 쪽에 힘이 실렸고, 별도 조사가 필 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교수의회 뉴스레터 2019-03호에 따 르면 예비검토 결과가 나온 이후 교수의회는 교내외 자연과학, 공학 및 연구 윤리 전문가 6인으로 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 현재 검증보고서는 법인이사장과 본교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진실 위)에 제출됐다. 본교 <연구윤리 규정> 제67조에 따르면 제보는 “구체적인 증거를 실명으로 제출함을 원칙”으로 한다. 교수의회 운영위원회는 운영위원회에 소속된 7인의 이름으로 관련 의혹을 실명 제보했다.

총장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측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정 중이다. 인수위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영문 논문은 국문 논문과 달리 종합적 해석과 분석을 제공하는 심화된 내용으로 새로운 결론을 유도한 전혀 다른 논문”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제20대 총장 정진택 박사 취임식에서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재호 씨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총장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구성원 모두가 총장을 도와야 한다”며 정 총장이 절차적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당선됐음을 강조했다. 정 총장은 이미 총장선출과정에서 연구윤리 검증을 거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구설수가 잇따르는 이유로 총장선출 과정의 문제점을 꼽는다. 본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사건 발생의 근저에 총장선출과정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총장직선제 도입을 요구했다. 학내 모든 구성원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요지다. 이와 별개로 일부 본교 관계자들 또한 정 총장이 구성원들의 민의를 반영한 총장이 아니라고 전했다. 한 본교 관계자는 정 총장을 두고 “민의를 무시한 채 재단의 선택으로 당선된 총장이라는 측면에서 정당성을 다소 잃었다”고 하는 한편 “연구부정 제보로 인한 신뢰성 하락 문제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현재 정 총장의 연구부정 제보는 진실위로 넘어간 상태다. 김재호 이사장은 총장 취임식에서 “교직원은 신임 총장의 리더십을 잘 따르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했으나, 진실위의 판정 결과에 따라 학내의 신임 여부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진실위의 판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지우·임지현 기자

idler99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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