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뽑히지 않는 음주운전

현재 우리나라는 도로교통법 제44조 제4항에 따라 음주운전을 처벌하고 있으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아들인 가수 노엘은 집행유예 기간 중 음주 측정 거부 및 경찰관 폭행 혐의로 기소됐으며 최근 실형을 구형받아 이목이 쏠렸다. 지난 1월에는 대구 달성군의 모 기초의원이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95%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바 있다. 과거보다 음주운전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하지만 경각심 부족으로 인한 음주운전 사고 발생은 여전한 모습이다. The HOANS에서 음주운전 문제의 현주소와 이에 대한 대책에 대해 알아봤다.

 

경각심 사라진 음주운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에 일어난 음주운전 사고는 17,247건으로 하루 평균 약 50회에 이르렀다. 특히 음주운전 재범률은 꾸준히 높은 수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재범률은 각각 ▲44.15% ▲44.70% ▲43.74% ▲45.35% ▲44.84%로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면서 오히려 마약범죄 재범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음주운전에 대해 낮은 경각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습관성으로 음주운전을 반복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음주운전에 경각심을 갖지 않는 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음주운전 단속지점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앱까지 등장했다. 플레이스토어에 음주단속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앱이 여럿 등장하고 4점 이상의 높은 별점을 유지하는 등 인기리에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단속지점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불평하는 리뷰가 존재하는 등 음주운전 상습범들은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난이 쏟아지자 음주단속 공유 앱 개발자들은 음주운전 근절과 올바른 운전문화 정착을 위해 앱을 제작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30분 단위로 단속 위치를 바꾸는 업무 지침을 세우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전한 솜방망이 처벌

 

현재 우리나라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에 따라 음주운전 적발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처벌한다. 단순 1회 위반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3%에서 0.08%일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0.08%에서 0.2%는 1~2년의 징역 또는 500~1,000만 원의 벌금 ▲0.2% 이상은 2~5년의 징역 또는 1,000~2,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는다. 상해 사고를 일으킨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사망사고는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형사 처벌 이외에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이거나 대인사고를 일으킨 경우 음주 운전자의 면허를 취소하는 등 행정상 책임을 지우고 있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높인 현재에도 여전히 처벌 강도가 약하다는 여론이 존재한다. 지난 11월 부산 해운대구청 소속 공무원이 두 번째 음주운전으로 단속에 적발됐지만 징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처벌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무원이 두 차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될 시 최소 강등처분에서 최대 파면까지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공무원은 정직 3개월에 그치는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2월에는 2회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된 사람을 가중처벌하는 일명 윤창호법이 위헌 판정을 받아 누구를 위한 결정이냐는 논란을 샀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음주운전 전력과 처벌 대상이 되는 사건 간 시간적 제한이 없다는 점과 비교적 가벼운 죄질에도 과한 처벌이 부과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을 제정한 2017년에 비해 음주운전 재범률이 상승한 현재, 법의 폐지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재범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해당 법안이 위헌 판정을 받자 이전에는 무죄 판정을 받기 어려웠던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 상담 및 요청이 급증했다.

 

모호한 감형 기준

 

낮은 처벌 수위에 더해 모호한 감형 기준 또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지 못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현행 법률은 최종 양형에 있어 피고의 ‘진정한 반성’에 상당한 무게를 부여한다. 문제는 이 반성을 판별하는 척도가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반성인지를 판단하는 근거로 주로 활용되는 자료는 피고인의 반성문이다. 하지만 포털사이트 등지에서 반성문을 대필·매매하는 정황이 포착되는 등 그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tvN <알쓸범잡2>에서 반성문의 대필·매매와 더불어 반성문 속 사죄 대상이 피해자가 아닌 법원으로 왜곡된 점, 반성문이 진실성보다는 필력과 양에 의해 평가받는 점 등을 짚으며 형벌 감경 사유의 방만한 적용을 비판했다. 이런 법률상 허점과 더불어 판사 재량에 의해 형량이 대폭 감소할 수 있는 현황은 반성 대상이 피해자가 아니라 판사가 돼버린 것이 아니냐는 등 처벌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음주 측정거부가 오히려 음주운전 적발보다 형량이 낮다는 점도 음주운전 처벌 집행에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운전 중 음주 측정을 거부할 시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반면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으로 측정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음주운전을 하는 상황에서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당장 상황을 모면하면 추후 음주 사실을 소명하는 것이 어려움을 고려했을 때, 법 집행에 대한 기만이 되려 형량 줄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부정적인 민심에 정부는 지난달 23일 2022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발표하며 음주운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야기한 경우 기존 5년이었던 면허 취득 제한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을 계획했다. 또한 7월부터는 음주 교통사고 시 보험사가 보험금 전액을 운전자에게 청구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도 각 당 후보들은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공약을 속속히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월 13일 2회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된 운전자에게 운전 전 음주 측정을 필수화하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지난 1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음주 운전자의 면허 결격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재원을 마련해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를 지원할 목적의 주세 증세 공약을 발표했다.

다만 해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추가로 증액해야 함과 더불어 실제 효과가 검증돼야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주세 인상 같은 경우 음주운전과 주류 판매량 간 관계가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담뱃세 인상에서 볼 수 있듯 주류 가격 상승이 그 판매량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함을 고려할 때 단순 표심 공략이라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서는

 

음주운전은 운전자 본인 외에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까지 큰 고통을 안겨주기에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다. 과거와 비교해 음주운전 건수 자체는 줄었지만 여전히 재범률은 높고 대책은 국민의 법 감정과 멀다. 이에 강력한 규제 및 처벌과 함께 반복되는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인식 개선, 재범을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적 근거 마련 등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정서영·신재용 기자
kiger2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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