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기반시설 관리 책임은 정부에게

지난달 24일, KT 아현지사 지하통신구 광케이블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해 서울 중구부터 서대문구를 포함한 강북 일대 및 주변 수도권 지역에 통신 장애가 일었다. KT는 약 2천만 명의 이동통신 및 국내 초고속 인터넷 시장 점유율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한국 최대 규모 통신사다. 전화 주문부터 병원 전산망, 금융서비스에 이르기까지 KT가 제공하는 통신망을 사용하는 전화·인터넷 단절의 영향력은 가공할 정도였다. 25일 경찰청의 발표에 의하면 화재 발생 시점부터 20시간이 넘도록 서대문경찰서의 112 통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용산경찰서의 경우 통신 두절이 만 하루를 넘겼다. 시민의 생업뿐 아니라 안전까지 고스란히 위협받은 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IT 기술력의 정점을 표방하던 대한민국 도심에서 빚어진 혼란은, 그 범위와 영향력으로 하여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재난 시나리오의 예고편이 됐다. 이번 통신 대란을 명백한 국가적 재난으로 인지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허나 과연 정부가 사태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후속 대책 논의의 장에서 KT 사측에 피해보상을 구체화할 것을 촉구했으나, 국가적 대응에 대해서는 주파수의 공공재적 성격을 언급하면서도 ‘통신 공공성 측면에서 멀리 보고 점검하겠다’는 이상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가 비로소 출범한 것은 화재 후 사흘이 지나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와 일부 언론조차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기보다 KT가 관리 인력을 적게 배치하고 예방 투자를 게을리했다며 수익·효율 창출 중심 경영을 문제로 지적하고 나서는 실정이다. 책임과 보상을 사측에만 묻는 것은 본말전도다. 중요한 국가 기반 시설을 민영화한 후 필수적인 안전관리조차 제대로 행하지 않아 국민에게 지대한 불편을 끼쳤다는 사실을 반성할 제1 주체는 정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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