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은 청원으로 무엇을 얻는가

지난달 2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자유 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현재 대한민국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해산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 열흘 만에 참여 인원 150만 명을 넘긴 이례적인 현상이 내외로 보도되며 반응이 가속되고 있다. 청원 게시 당일부터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하면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하는 것이 원칙이다. 청와대가 이번 청원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국민이 과연 이 청원으로 무엇을 얻게 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는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의 언행 및 당정이 국민 일부의 지지를 사지 못한다고 하여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배타적인 논리는 진정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의 산물이다. 서로 경쟁하는 복수 정당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필수 요건이며, 부적절한 행보는 시정해야 할 사안이지 무작정 정당 해산을 주장할 일이 아니다. 주요 정당의 해산을 청하려면 정치적인 이해를 떠나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려는 노력이라도 있어야 했다. 공론장 형성 없이 남겨진 ‘동의합니다’는 외침이 단순 일갈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청원문의 일부 단어만을 여당의 상황에 상응하는 것으로 교체한 여당 해산 청원문과 뒤이은 각 당의 색깔론 등 기싸움은 그 자체로 조악한 이슈가 됐다. 일각에서는 청원에 동의하는 동기가 분노든 풍자든, 설사 진지함이 결여된 희화든 간에 일단 청원이 각 당의 행보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라고 주장하는 실정이지만, 국민이 감시하고 있다는 경고 수준 이상으로 청원이 정치 현안에 실질적으로 미칠 결과가 무엇일지는 미지수다. 5월 9일 기준 1,811,285명이라는 숫자는 그보다는 무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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