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시아 징집령, 사라지는 자유

지난달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부분 동원령’을 선포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연방 국방장관에 따르면 약 30만 병력이 추가로 동원될 예정이다. 이번 동원령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선포한 이후 최초인데, 최근 우크라이나의 동북부 탈환으로 인해 러시아가 수세에 몰린 것에 기인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청년들은 이번 동원령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인권 단체 OVD-info에 따르면 이번 동원령에 반발하는 시위가 러시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달 말에는 하루 동안에만 32개 지역에서 시위대 7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러시아의 군 징집센터 십여 곳도 시민들의 방화에 의해 불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나는 푸틴을 위해 전쟁에 나서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 러시아인들도 전쟁의 명분과 정당성을 찾지 못하는 듯하다.

게다가 징집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더욱 문제다. 일례로 군 경험이 없거나 징병 연령이 지난 남성들이 영장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징집령에 대한 경제계의 반발이 잇따르자 러시아 국방부는 ▲통신 ▲IT ▲금융 기업 등에서 일하는 고학력 시민은 예비군 동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처럼 애매하고 비합리적인 징집 기준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더욱 큰 혼란을 야기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러시아 국민마저 그를 외면하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자국의 국민들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런 행태에 심지어는 친크렘린 인사들마저 푸틴의 막장 외교를 비판하는 실정이다. 국제사회는 물론 자국민도 반발하는 푸틴의 행보는 더 이상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야욕에 불과하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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