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분도 실리도 부족한 공무원 임금 삭감

지난달 21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SNS를 통해 공무원 임금의 20%를 줄여 2차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조 의원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노동자(이하 공무원)의 월급이 전혀 감소하지 않았기에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까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공무원 급여 삭감으로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하며 조 의원의 제안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공무원 임금 삭감을 통한 2차 재난지원금 마련은 명분과 실리 모두에 있어 정당성이 부족하다. 조 의원은 위난 속에서 공무원들이 이미 상당한 고통을 부담하고 있음을 고려하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홍남기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장·차관급 인사들이 임금의 30%를 반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부급 인사가 아닌 일반 공무원 또한 꾸준히 고통을 분담해왔다. 지난 4월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공공기관 근로자들은 가지 못한 연차를 돈으로 보상받는 연가보상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고, 7월 긴급재난지원금이 나왔을 때도 과장급 이상 공무원 대부분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공무원 임금 삭감은 재원 마련에 효율적이지 않다. 올해 남아 있는 급여지급 달수는 넉 달에 불과하며, 100만 명에 이르는 하위직 공무원이 보수 삭감에 반발할 경우 재원 준비에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몇 달의 시간을 소요해 재원을 마련하더라도 그 금액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조 의원의 게시물에 자신이 8급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내 기본급은 150만 원 정도”라며 “여기서 20%를 삭감하면 생계가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경제적 위기에 놓인 서민을 위해 추가적인 재정적 희생을 감수하기엔 불어난 업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도 형편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명분과 실리 모두 충족하지 못하는 임금 삭감으로 공무원의 사기를 꺾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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