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밑 빠진 독이 되어버린 교비회계

지난 5월 7일, 교육부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과 본교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2015년부터 2018년 1학기까지의 회계 자료에 대해 진행된 회계감사 결과, 교육부는 22개의 사항을 지적했다. 매년 학교 측은 내부감사를 근거로 회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 결과는 그동안의 내부감사가 학내 구성원을 속이는 것에 불과했음을 드러냈다. 학내 구성원들을 특히 공분케 한 것은 등록금과 관련된 ‘교비 회계’에 대한 17개의 지적사항이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은 부끄러워하고 분노했으며, 대자보, 1인 시위, 집회 등을 통해 분노를 표현해냈다.

그간 학교 측은 여러 사안에 대해 재정을 그 이유로 들어왔다. 강사법 시행에 따른 과목 축소로 인해 학생들이 수강신청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도, 공간문제가 지적될 때도, 등록금 인상이 논의될 때도 학교 측은 항상 ‘재정 부족’을 방패처럼 사용해왔다. 학생들은 그저 학교 측의 주장을 수용해야 하는 처지에서 재정으로부터 철저히 분리됐다. 등록금심의위원회가 감사 보고서를 요청하자, 답변은 ‘지적사항 없음’이라는 여섯 글자로 돌아올 뿐이었다. 학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속인 채 교직원들은 교비로 황금열쇠를 선물하고, 단란주점을 다녔다.

이번 감사를 통해서 학내 구성원들은 본교 회계가 그동안 얼마나 비합리적이었는지, 학교 측이 얼마나 위선적이었는지를 알게 됐다.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이 이번 감사 결과에 분노하고 학교 측에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정진택 총장은 입장문을 게시해 사과하는 한편, 내부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회계 비리 문제의 해결 및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내부감사라는 이름 뒤에 숨어 학교가 보여준 위선은 이미 혁신위원회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합리적으로 회계를 관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땅한 약속을 어긴 학교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재구축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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