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궐선거의 이유 잊은 여권

4·7 재보궐선거는 서울특별시장과 부산광역시장이 성 비위 사건으로 낙마하며 그 규모가 커졌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며 성추문에 대한 반성의 자세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여권 인사를 중심으로 이러한 취지를 흐리는 듯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3일부터 여권 핵심 인사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SNS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생애를 옹호하는 글을 연이어 게시했다. 여권의 핵심 인사인 임 전 실장이 박 전 실장의 억울함을 내포하는 듯한 글을 작성하며 여권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명백한 2차 가해이자 자신이 가진 말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잊은 임 전 실장의 큰 실수이다.

선대위 인선에 있어서도 여권은 반성의 자세를 망각한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캠프의 얼굴인 공동선대위원장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변호를 맡은 정재성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는 자칫 오 전 시장의 성범죄 사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선택이었다. 더군다나 정 변호사의 선임으로 오 전 부산시장의 재판이 3주 연기되기까지 하며 피해자는 더 큰 고통에 휩싸이게 됐다. 이전에도 민주당은 박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해 2차 가해 논란을 빚은 남인순·진선미·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박 후보의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하차하며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일부 인사들의 무례한 발언과 이해하기 어려운 선대위 인선 속에서 여권이 제시한 반성의 자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성인지 감수성과 거리를 둔 채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를 자행하는 움직임이 계속됐다. 여권이 잇따른 성 비위 사건에 분노한 민심을 등지는 잘못된 언행을 중단하고, 언행일치의 자세를 보이는 책임 있는 집단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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