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빠르게 몰아친 검수완박, 절차에 대한 존중은 어디에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검찰수사권완전박탈(이하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4월 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여러 논란에도 검수완박 중재안을 매서운 기세로 몰아붙인 결과다. 이는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를 앞두고 국정 과제로 삼았던 검찰개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검수완박 중재안이 통과됨에 따라 4개월 뒤 검찰은 기존에 보유했던 6대 범죄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수사권 중 부패와 경제를 제외한 4대 수사권을 잃게 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검수완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사용한 입법상 편법이 논란이 됐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진행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절차는 모두 민주당의 단독 표결로 진행됐다. 민주당은 자당(自黨) 소속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그를 야당 몫 법제사법위원회 내 안건조정위원회 의석에 배정했다. 결국 검수완박 중재안은 단 8분 만에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본회의에서도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위한 편법으로 ‘살라미 전술’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법안 의결을 저지하고자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그러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임시국회 회기를 변경해 당일 자정 국회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필리버스터도 자동 무력화됐다. 이후 민주당은 다음 임시국회가 개의한 30일에 곧바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회기 종료로 무산된 안건은 다음 회기를 시작할 때 지체 없이 표결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필리버스터를 재차 사용하는 전략은 불가능했다.

건국 이래 70년 넘게 유지됐던 검찰 수사권이 하루아침에 축소됐다. 법안의 중요성을 면밀히 따지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사안임에도 당시 여당은 절차를 악용하면서까지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 민주주의에서 공정한 절차는 민주성과 정당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수단이다. 아무리 정의로운 목적이라 할지라도 절차의 공정이 담보되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말이 와닿는 지금이다. 절차에 대한 존중과 준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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