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윗물이 탁하니 아랫물이 근심이다

지난달 24일 교육부가 공개한 114쪽에 달하는 본교 감사 결과 처분서에서 법인카드 부정 사용과 교수-자녀 강의 수강 관련 내용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본교는 2015년 법인카드 관련 지침에서 유흥업종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경우를 비롯해 여러 개의 법인카드로 분할 사용하는 경우를 금지했다. 그러나 지침을 비웃듯, 이듬해 3월 본교 교수는 서양음식점으로 둔갑한 유흥업소에서 교내 연구비를 사용했다. 작년 12월까지 13명의 교수가 221차례 이어온 만행에 관련 기사엔 본교 교수진과 함께 학내 구성원을 조롱하는 댓글이 달렸다.

감사의 허점을 파고든 ‘교수(巧手)’들의 방행도 드러났다. 본교는 2014년에서 2018년 사이 10건의 교수-자녀 간 강의 수강이 존재했지만 해당 사항을 대학 본부에 반드시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 누락된 교수-자녀 간 수강 및 성적부여 조사대상자 중에는 2016학년도 1학기 시험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A+을 받은 사례도 있다.

본교 학생은 학내의 부조리를 살피고 맞서 싸우기 위해 입학하지 않았다. 자정작용은 학교의 몫이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보면 내부 비리의 굴레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학생인 듯하다. 작년 회계 부분 감사에 이어 올해 종합감사까지, 반성은 있었을지 몰라도 진전은 없었다. 자금난을 이유로 여러 고질적인 문제를 방치해 온 본교는 이제 어떤 핑계로 학생들을 기만한 자금 운용을 설명할 것인가.

교육부 처분은 법인카드 부적정 사용액을 관련자로부터 회수해 세입 조치하고 내부 규정 재정비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내부 정화는 여기서 시작한다. 탁한 물을 뿜는 근원지를 밝히고 둑을 세우는 내수 정비가 시급하다. 오염된 윗물이 강 전체를 흐리기 전에 내부 규정을 신설하고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 학생은 눈을 부릅떠 학교가 부패를 방치하는 꼴을 두고 보지 않을 것임을 일러야 한다. 대변인을 통해 목소리를 모으는 것은 물론 개인 차원에서도 학교의 대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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