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의 적은 나의 친구?

“아베 총리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지난달 1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한 발언이다. 여러 보수 인사와 1인 미디어 진행자 또한 보편적인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먼 발언을 쏟아냈고, 반대로 진보 인사는 이에 반박하며 극단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객관적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가짜뉴스도 이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이는 모두 우리 정부가 최근 내놓은 대일본 강경책에 대한 반응이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지나친 반일 정서는 한일 양국의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또는 ‘지나친 일본 의존은 앞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와 같은 비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건강한 비판은 정부 관계자들 또한 현 정책의 보완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객관적 사실에 기반해 생산적인 논쟁을 유도하는 비판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우리 헌법 원칙에 따라 존중받아 마땅하다.

한국의 국민으로서 아베 총리에게 미안하다는 주 대표의 발언은 과연 생산적이고 건강한 비판으로 분류될 수 있는가? 반대로 일본과 일말의 연관이라도 있는 모든 것을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한 비판이 될 수 있는가? 슬프게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발언 속에는 비판보다는 비난이, 대안보다는 비속어가 존재할 뿐이다. 심지어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논리에 매몰된 탓인지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일본 정권에 대한 응원으로, 일본 과의존 해결에 대한 주장은 일본 문화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마무리된다.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문제의 본질을 잊은 모습이다.

일본과 관련된 이슈에 있어서 친일과 반일 사이에서 여러 논쟁이 어지러이 충돌하고 있다. 친일, 반일의 프레임을 거부하기 전에 스스로 극단에 매몰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책임한 비난보다 건강한 비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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