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진들은 ‘0선’ 돌풍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이달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별한 공직 경력이 없는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하면서다. 젊은 나이임에도 보수 야당의 유력 주자로 떠오른 점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새로운 인물이 당권 경쟁에 등장했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하지만, 기존 정치권을 구성해 온 중진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여의도 중진들은 정책 비전이나 공약보다 이 후보의 ‘경륜’을 문제 삼아 공격에 나섰다. 정세균 전 총리는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언급하며 이준석 후보가 공당을 지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함께 당 대표 경쟁에 나선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나이 많은 의원들을 주재하고 이끌어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견제구를 날렸다. 종합하면 ‘젊은 정치인에게 당 대표와 같은 중책을 맡기는 건 전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외에서 활동해 온 청년 정치인이 거대 정당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는 것은 분명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수많은 변혁과 국면 전환을 거쳐 발전한 것이 한국 정치의 특징이다. 87년도의 민주화부터 약 5년 전의 대통령 탄핵까지 한국 현대사의 지나온 길은 익숙한 길이 아니었다. ‘위험 부담이 크다’, ‘전례 없는 일이다’라는 말로 새로운 시도를 피했다면 오늘날의 한국 정치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 경쟁이 ‘여의도 몇 년 차인지’를 따지는 논쟁에 가려 흐려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치인은 배경과 무관하게 오롯이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것이 적합하다. 젊은 후배에게 경륜을 강조할 의향이라면 가까운 위치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조언해주는 방식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경력이 부족한 젊은 정치인은 대표가 되기 어렵다는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경륜’을 운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성에 대한 논박을 방해할 만큼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간 정치권을 이끈 소위 ‘중진’들의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