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케이크’만 남은 병사의 생일

지난달 25일 ‘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대구 한 부대서 생일을 맞은 병사에게 케이크 대신 1천원 대의 빵을 제공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부터는 이전처럼 케이크가 지급되면서 정상화됐지만, 지난 3월 한 달 감 인당 1만 5천 원 상당의 생일 특별식이 지급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생일을 맞은 병사에게 케이크를 주는 제도는 2009년 쌀값 폭락으로 쌀 소비를 늘리라는 지시가 내려짐에 따라 국방부가 급히 내놓은 정책이다. 제도에 따라 현지 군부대에서 케이크를 공급할 업체와 직접 계약해야 한다. 그러나 계약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국산 쌀이 10% 이상 첨가된 케이크만을 공급해야 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적하에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와는 계약할 수 없다. 지역 업체도 단 1개를 주문하더라도 배송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만 계약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 모든 업체들이 계약을 거절했고, 결국 지난 3월 어쩔 수 없이 빵을 대체 지급하다 논란이 인 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논란은 단순히 군대 내 비리 의혹이 아니라 정책 자체의 폐단에 주목해 접근해야 한다. 국방부는 애당초 쌀 소비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군을 이용했을 뿐 병사들의 사기 증진은 구차한 명목으로만 취급했다. 여기에 지역 경제 활성화와 같은 정부에서 추구하는 방향의 정책까지 충분한 검토 없이 도입되다 보니 모든 부담은 각 군 부대로 돌아갔다.

결국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쪽은 케이크를 받지 못한 병사들과 세금을 지불한 국민이다. 현재 생일 특식 공급에만 편성된 예산은 58억 원으로 결코 적지 않은 돈이 불분명한 명목만 남은 사업에 쓰이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군인을 단순히 정책의 도구로만 이용해서는 안 된다. 해당 정책을 포함해 군대의 복지를 위한다는 구실로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하고 개선을 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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