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P.의 흥행, 군의 각성이 필요한 이유

최근 군대 내 가혹 행위와 부조리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연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D.P.>는 군대만의 특수한 생활 환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군의 치부를 낱낱이 밝힌 드라마의 흥행에 군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6일 국방부는 정례브리핑에서 병영 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다면서 병영 부조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일축했다. 한 군 내부 관계자는 작중 묘사되는 가혹 행위에 대해 현재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올해 화두에 오른 부실 급식 논란과 잇따른 여군 성추행 사건을 보면 군은 현실을 부정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속적인 병영문화 개선 시도에도 불구하고 군 인권은 여전히 암울한 상황이다.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군 사망사고 원인 중 자살이 76%로 타 원인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구타, 성폭행과 같은 범죄로 군인권센터에 상담을 접수한 인원은 지난해만 1,710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군은 인권침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항상 선언해 왔지만 이와 모순된 군의 대처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에도 공군과 해군에서 연이어 성추행이 발생하자, 군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축소하려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뒤늦게 여론이 들끓자 그제야 군 검찰은 가해자를 구속하는 등 원칙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계속되는 비판에 군은 민간이 참여하는 병영문화 개선 기구를 설립하고 군 사법제도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병영문화 개선 기구 등은 기존의 대책과 다를 바 없어 오히려 개선 의지와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군은 장병들의 인권개선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가혹 행위들에 대한 군의 안이한 대처는 많은 국민을 분노시켰고 군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게 했다. 더는 악습이 보안을 이유로 은폐돼서는 안 되며, 기강을 이유로 옹호돼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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