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학을 소개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교뿐 아니라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까지 출석수업을 취소하고 온라인 학습을 진행하게 됐다. 대부분의 교육기관서 학습 방식이 전환된 가운데, 본래 모든 학습이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사이버대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이에 The HOANS에서 대부분의 독자에게 조금 생소할 사이버대학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이버대학의 역사

사이버대학은 고등교육법상 원격대학에 속하는 교육기관이다. 원격대학은 정보통신매체를 통해 고등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이하 방송대)과 사이버대학으로 구성된다. 방송대는 1972년 국내 최초의 ‘평생교육기관’으로 설립돼 본래 초급대학과정 교육을 실시했으나 1998년 고등교육법 개정 이후 정식 학사학위 수여기관이 됐다. 사이버대학은 2001년 처음 등장했다. 개교 당시에는 평생교육법상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로, 전문대학 또는 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학위를 인정하는 학력인정 기관이었다. 사이버대학은 고등교육법상 교육기관에 방송대와 사이버대학을 포괄하는 “원격대학”이 추가된 2008년부터 고등교육기관으로서 학사학위를 수여하게 됐다. 2020년 현재 19개의 사립 사이버대학이 존재한다.

고등교육법의 적용을 받는 방송대와 사이버대학은 ‘평생교육법’이나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력이 인정되는 교육기관과 구분된다. 온·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일정 학점 이수 시 학력을 수여하는 학점은행제 역시 사이버대학과 수강방식은 유사하나 고등교육법상 학력만 인정하는 학예사 등의 제도에서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방송대와 사이버대학의 차이는 후자가 ‘원격’ 학습에 더 초점을 둔다는 점이다. 방송대는 출석수업과 방송강의를 모두 운영하며 기말시험은 오프라인 시행이 원칙이다. 반면 사이버대학은 강의와 시험의 100% 온라인 시행이 원칙이나 보조방법으로 전체 수업일수 20% 이내의 출석수업을 시행할 수 있다.

 

사이버대학 학교생활 탐구

사이버대학의 수업은 출석이 의무화된 일부 실습과목 등을 제외하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강의 형태는 수업 자료만 녹화한 영상부터 가상 강의실에서 교수자의 모습과 교안을 함께 제시하는 영상, 전자칠판을 활용하는 교수자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 등 매우 다양하다. 유연한 학습을 위해 일부 세미나를 제외하면 실시간 강의는 제공하지 않는다. 교안은 단순한 프레젠테이션 수준을 넘어 애니메이션이나 삽화 등을 추가해 사이버 강의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실무 관련 수업이나 일부 자격증 관련 실습 과목은 출석 수업을 병행해 한계를 보완한다.

수강 환경을 제공하는 학교 홈페이지는 본인확인 및 대리수강의 부정행위 방지 목적으로 대부분 공인인증서를 통한 로그인을 요한다. 출결은 게시일로부터 2주 이내에 영상을 시청하면 출석이 인정되며 기간 이후 시청 시 지각으로 처리되는 방식이다. 수강 외 레포트 제출·퀴즈·팀 프로젝트 등의 과제도 인터넷으로 진행한다. 시험은 정해진 시간에 수강자 전원이 동시 접속하여 응시하는 ‘동시 시험’과 수강자가 원하는 때 접속해 제한시간 내에 치르는 ‘비동시 시험’ 중 한 유형으로 진행된다. 교수자 재량에 따라 ▲재응시가 불가능하게 하거나 ▲시험 중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게 하고 ▲문항 및 보기 섞기 기능을 활용하는 등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도 사용할 수 있다.

졸업 요건으로는 140학점 내외의 최소 이수 학점만 정해져 있다. 고려사이버대의 경우 ▲교양과목 30학점 이상 ▲전공필수 18학점 이상 ▲전공선택 21학점 이상을 만족하며 총 13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졸업논문이나 졸업시험을 의무화한 학과를 제외하면 졸업 이수 요건 충족 시 자동으로 졸업 대상자가 된다. 취득 학점을 고려할 때 결코 학업량이 적은 편은 아니다. 세종사이버대 한국어학과 졸업생 우현지 씨는 “일정이 많은 학생의 경우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부 기간과 분량이 적지 않음을 지적했다.

 

사이버대학은 열린 문

사이버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시공간적 구속이 적은 학습환경과 저렴한 등록금이다. 경희사이버대 한국어문화학과 4학년 박주연 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이나 밤에 자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며 원하는 시간에 수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했다. 박 씨는 같은 학과 재학생 가운데 해외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도 언급했다. 학교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될뿐더러 등록금도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일반 사립대보다 학교 생활에 관한 부담이 적다. 사이버대학은 학점당 등록금제를 시행해 학점당 8만 원 내외로 등록금이 산정된다. 2020년 기준 고려사이버대에서 18학점 이수 시 등록금은 117만 원이다. 이는 대학알리미를 통해 공개된 2020년 평균 대학 등록금 671만 원과 비교할 때 1/4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다.

다양한 수요에 맞춰 개설된 학과 역시 강점으로 작용한다. 고려사이버대의 컴퓨터정보통신학과 등 전국 사이버대학의 11개 학과는 ‘선취업-후진학’ 체제를 구축해 졸업과 함께 취업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이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게 돕는다. 각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교과과정도 마련돼있다. 보건행정학과, 한국어학과 등의 학과에서 학과별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보건교육사 ▲사회복지사 ▲한국어교원 등의 국가자격증 응시 자격이 갖춰지는 방식이다. 국가에서 인정한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어도 재난안전소방학과와 같이 관련 자격증 취득에 특성화된 실습 및 교육을 제공하는 학과도 많다.

사이버대학 등록생 현황은 사이버대학이 일반대학보다 다양한 위치의 학습자를 포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원격대학협의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사이버대학 등록생은 ▲10대 4.4% ▲20대 초반 19.9% ▲20대 후반 14.8% ▲30대 19.5% ▲40대 25.7% ▲50대 이상 15.7%와 같이 다양한 연령 분포를 보인다. 직업을 가진 이후에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도 많다. 고려사이버대의 경우 지난달 기준 재학생의 74.3%가 직장인이다. 이런 점에서 사이버대학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학생이 만나는 공간으로서 인맥을 쌓는 발판이 된다. 총학생회 및 학과 학생회를 두고 계절별 MT 등의 행사를 진행할 뿐 아니라 동아리를 통해 친목을 도모할 기회도 주어진다. 우 씨는 “자격증과 인맥을 모두 잡을 수 있다”며 사이버대학으로 맺은 인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한 점이 없는 박 씨는 “오프라인 모임이 적지는 않으나 불참해도 학업 소화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상황과 재학 목적에 맞게 학교생활을 진행할 수 있어 학생의 자유도가 높다는 점이 드러난다.

 

관심도 지원도 부족한 현재

사이버대학은 법률상 일반대학과 동등한 고등교육기관이지만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사이버대학은 지난 2008년부터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 시작했으나 타 고등교육기관과 비교할 때 지원금이 매우 적은 편이며 2016년과 2017년에는 지원이 전무하기까지 했다. 올해 29억 2000만 원의 예산안이 편성돼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으나 ▲대학혁신지원사업 배정 예산 8,035억 원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3,908억 원을 고려할 때 여전히 차이가 상당하다.

사이버대학이 경비를 보조받기 위한 법적 근거도 빈약한 실정이다. 2010년부터 추진된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법(이하 원대협법)이 10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각각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법으로 교육부와 연계해 발전을 도모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원대협법에 명시된 ▲원격대학교육협의회를 법인으로 설립 ▲원격대학 교육제도와 그 운영에 관한 연구개발 등 사이버대학의 발전을 위한 방안도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법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강사법은 일반대학과 같이 적용돼 의무만 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같은 원격대학인 방송대가 예외적으로 강사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과 차이가 난다.

 

사이버대학이 가야 할 길

사이버대학은 일반대학이 포괄하지 못하는 여러 학습자 계층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며 열린 학습사회 구현에 기여하고 있다. 통신기술의 발전과 원격 학습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의 증가는 사이버대학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사이버대학이 더 다양하고 깊이 깊은 교육을 제공하고 양질의 교육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 일반의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이 확보돼야 할 시점이다.

 

김윤진·조수현 기자
kimblos2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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