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고침, 정말 새로고침?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맞았다. 지난 1년간 정경대학 학생사회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제54대 정경대학 학생회 [F5:새로고침] 집행위원회(이하 새로고침)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이에 The HOANS에서 새로고침 국서별 사업을 중심으로 정경대학 학생사회를 돌아봤다.

 

지난달 5일 새로고침이 해단했다. 새로고침은 2022년 1년 동안 ▲집행위원장실 ▲교육자치국 ▲문화복지국 ▲사회인권국 ▲학술교류국을 두고 여러 사업을 펼쳤다. 추진했던 사업은 크게 학생 권리 보장, 연대 그리고 소통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에 본지는 사업 내용을 바탕으로 의의와 한계를 짚어보며 새로고침이 정말 ‘새로고침’ 했는지 살펴봤다.

 

 

권리 보장: 정경대학 학생들의 권리, 안녕들 하십니까

 

새로고침은 학생의 권리 보장을 위해 교육권 의제에 집중했다. 이전에도 교육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여전히 ▲전공 강의 수 부족 ▲과다한 영어 강의 비율 ▲정경관 시설 낙후 ▲강의 TO 부족 등의 문제가 산재했기 때문이다. 새로고침은 교육자치국(이하 교자국)을 신설해 대응했다.
신생 국서 교자국의 주요 사업은 ‘교육권 TF’다. 이는 정경대학의 교육권 문제를 함께 다뤄 교육권 실현을 위한 변화에 학생의 동참을 유도하는 임시 조직이었다. 교육권 전수조사부터 시작해 4개 학과 및 정경대학 교육권 담당자와 함께 정경대학 4대 요구안(이하 4대 요구안)을 만들고 동의 서명을 받았다. 학과별 연대자보전과 학과장 면담도 이뤄졌다.

그 결과 정경대학의 과도한 영어 강의(이하 영강) 비율이 줄어들었다. 특히 영강 비율이 2021년 2학기 약 32%에서 2022년 1학기 약 63%로 급증했던 통계학과는 2022년 2학기에 영강 비율이 약 50%로 조정됐다. 이외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정치외교학과에서는 전공필수 과목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외교정책론>을 내년부터 전공필수 과목으로 전환했다. 또한 전공필수 교과목의 불균형한 학기 편성으로 인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1학기에 개설되는 전공필수 교과목을 2개 교과목으로 증설하기로 했다.

경제학과에서는 전공필수임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경제의통계분석〉이 2학기 때부터 강의 수가 2개에서 3개로 증가하고 국어 강의가 신설됐다. 행정학과에서는 기존에 분반이 존재하지 않던 과목인 〈조직이론〉, 〈공공관리자를위한행정법〉의 분반이 2학기에 개설됐다. 통계학과는 강의 TO 부족 문제 제기로 여름 계절학기에 〈회귀분석〉이 최초로 열렸다.

하지만 4대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진행한 학장단 면담은 아쉬움을 남겼다. 면담 당시 학장단이 4대 요구안에 대해 성실하지 못한 태도로 일관하자 이를 비판하기 위해 ‘에헤이 참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학생들에게 전해지지 않아 새로고침 사업 피드백에서 ‘학장단 면담 대자보 부착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어 아쉽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교자국장 손수정(경제 21) 씨는 “면담 당시 자료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다”며 자료를 더 준비해 2차 학장단 면담을 계획했지만 남은 임기 내 이루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편 새로고침은 학생 복지 명목으로 할당된 예산에 학생의 직접적인 요구를 반영하고자 복지예산협의체 활성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임기 시작 당시엔 이미 학교 측에서 예산 배정이 끝난 뒤였다. 이에 임기 말 10월이 돼서야 학생복지예산협의체 협의가 시작됐다.

정경대학 학생회장 이정은(정외 19)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어떤 영역의 복지 지원을 선호하는지 조사를 통해 파악해 행정실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높은 선호도를 나타낸 콘센트 부족 문제 해결과 텀블러 세척기 설치에 대해 두 안 모두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콘센트 부족 문제의 경우 정경관 205호를 콘센트 내장형 책상으로 변경하는 안이 공사 시안 과정에 있으며 멀티탭 설치 또한 약속받은 상태다. 행정실 측은 205호 공사 후 예산이 남는다면 텀블러 세척기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대: 연결하고 대화했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자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우크라이나 국적 학우 연대 사업이 진행됐다. 약 130명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연대 간담회’에서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정경대학 학생회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행정학과 비상대책위원회가 주관하고 본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 단과대 학생회 등 17개의 단위가 주최하는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고려대 공동대책위원회 기획단’(이하 공대위)이 꾸려졌다.

공대위는 우크라이나 국적 학생 연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펼쳐 809개의 서명을 모았다. 서명운동의 요구안에는 전쟁으로 고향이 파괴돼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잔여 학기 등록금 명목 장학금 지급 ▲생활비 장학금 지급 ▲기숙사 등 향후 학교의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지원 등 학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B(정외 21) 씨는 “타이거 플라자 앞에서 서명받는 모습을 보고 참여했다”며 “직접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공대위는 요구안에 대해 학교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농민 학생 연대 활동(이하 농활)은 ‘나 살리고 너 살리는’이라는 구호 아래 6월 28일부터 5일간 진행됐다. ▲일손 돕기 ▲농민 간담회 ▲농촌 교양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일과 이후엔 조별로 활동하며 본인이 체감한 농촌 문제와 이에 대한 연대 실천 방안을 토의하기도 했다. 농활에 참여했던 C(정외 22) 씨는 “농작물 가격 안정 문제 및 농민 최소 생활 수준 보장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기에 실태를 직접 느끼고 연대하고 싶었다”며 참여 계기를 설명했다. 또한 “농촌 일을 도우며 농민분들과 소통함으로써 우리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선이 필요한 지점도 있었다. 농활에 참여한 D(경제 22) 씨는 “농사할 때 빼고는 농민분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며 “4박 5일이라는 기간이 학우들과 가까워지는 데에는 충분하지만 농활이 추구하는 농민분들과의 연대를 이루기에는 부족했다”고 전했다. 새로고침이 수합한 피드백에 따르면 농민과의 간담회 전에 안건을 살펴볼 수 있는 교양 프로그램을 먼저 배치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과 마을잔치 등 농민과 소통할 수 있는 행사 준비 시간을 더 확보했으면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앞으로의 농활은 학생들이 더욱 유의미한 연대를 할 수 있도록 짜임새를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통: 우리 지금 통하고 있나요

 

권리와 연대의 기반은 소통이다. 새로고침과 학생들이 한 해 동안 충분히 소통했는지 알아봤다. 새로고침과 정경대학 학생들의 소통은 ▲학생-새로고침 간 소통 ▲피드백 ▲회의록 공개로 요약된다. 새로고침의 주된 정보 전달 통로는 각 과/반 카카오톡 공지 방과 공식 인스타그램이었다. 특히 인스타그램이 활발히 운영됐다. 제53대 학생회 집행위원회 ‘보다’의 게시물 159개에 이어 새로고침도 결집 시점부터 해단한 지난달 5일까지 118개의 게시물을 업로드했다. 임기 말 10월엔 온오프라인 설문지를 통해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해당 피드백은 국서별 답변과 함께 지난달 공개됐다. 학생의 의견이 직접 전달됐으나 임기 말에 진행돼 즉각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

‘회의록 공개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경대학 운영위원회 정기회의 회의록이 공개될 때 ▲일부 회의록 누락 ▲1~2달가량의 늦은 공개 ▲임의적인 공개 수단 등으로 학생에게 혼란을 안겼기 때문이다. 정경대학 학생회칙 제59조 4항에 따르면 단과대 운영위원회 의장은 개회일로부터 3일 이내에 결과를 공고해야 하나 이를 지키지 못했다. 12월 1일이 돼서야 인스타그램에 정경대학 운영위원회 회의록 열람 링크가 공개됐다. 정경대학 학생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나 여전히 제2차, 제23차 회의의 회의록은 빠져 있다.

학생의 피드백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시 건의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으로부터 피드백을 지속해서 받을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앞서 학생회장 측에 문의해본 결과 임원에게 카카오톡을 따로 보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해당 인터뷰에서 학생회장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학생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운영위원회도 소수의 임원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학생회장이 고연전 좌석 배분이 진행된 고연전특별위원회 회의에 불참했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학생회장의 공석으로 정경대학의 고연전 자리가 임의로 배정됐기 때문이다. 대리인에게 위임하는 방법도 있었으나 결국 회의는 정경대학 대표자 없이 열렸다. 당시 부학생회장 자리가 공석이었던 점이 대리인 파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로 예측된다.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정은 학생회장은 ‘일정 착오’로 인한 실수였다고 답변했으나 정경대학 학생들을 대변하는 자리인 만큼 학생들의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정경대학 부학생회장 황용빈(행정 20) 씨는 지난 9월 26일 하반기 정경대학 학생대표자회의에서 부학생회장 사퇴 요청이 인준되며 공식적으로 사퇴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에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이 전달한 의견문에 따르면 사퇴의 주원인은 ▲임원 간 비전 차이 ▲부학생회장 패싱 ▲회장단 내 신뢰 관계 상실 ▲체력적‧정신적 부담 등이었다. 학생회장은 사퇴에 대해 “공석이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지만 고연전 특별위원회 회의 불참 및 회의록 누락 등에서 결국 공백이 드러났다.

 

정경대학 학생들에게 묻다

 

본지는 정경대학 학생사회에 대한 개인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1/17~11/23에 진행된 온라인 설문조사에 본교 정경대학 학생 71명이 응답했다. 먼저 새로고침의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전체 응답자의 56.3%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중 70%가 카카오톡 공지 방을 통해 사업 정보를 알고 참여했다고 답했다. 사업에 참여했다고 밝힌 응답자 중 92.5%가 자신이 참여한 사업을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비판적인 답변도 일부 있었다. “일회적 만남에 그쳤다”, “시도는 좋았으나 유의미한 결과는 없는 것 같다” 등 사업의 일회성과 효과성이 지적됐다.

조사를 통해 학생회에 대한 관심도도 살펴보고자 했다. 평소 정경대학 학생회 집행위원회의 활동과 사업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보통(31%)’ 응답이 가장 많았다. ▲관심이 있음 25.4% ▲관심 없음 23.9% ▲매우 관심이 있음 14.1% ▲거의 관심이 없음 5.6% 가 뒤를 이었다. 평소 학생 자치‧학생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학생사회의 역할 등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도 ‘보통’(33.8%)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집행위원회가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학생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 많아질 수도 있다는 결과로 해석되는 만큼 후대 집행위원회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책임감과 관심

 

본지는 새로고침의 사업 전반과 더불어 일반 학생의 학생사회 참여도도 살펴봤다. 학생의 관심과 참여는 민주적인 학생사회를 만들어가는 요소다. 집행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각종 설문조사의 응답률이 낮아 결과의 대표성이 높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일례로 10월 19일까지 진행 예정이었던 학생복지예산 선호 부문 조사에는 기한 내 45명밖에 응답하지 않아 10월 24일까지로 연장됐다. 집행위원회에 속하지 않은 학생들도 정경대학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며 이러한 참여 유도는 후대 집행위원회의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새로고침은 교육권 문제 해결에 집중하며 실제로도 많은 진전을 유도했다. 하지만 학생들과의 소통 영역에서의 미흡함과 집행위원회 내부의 균열 발생 등은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2023년에 들어설 제55대 학생회 집행위원회가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정경대학 2천 학생을 대변해야 하는 집행위원회가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다. 정경대학 학생의 관심과 참여 또한 절실하다. 집행위원회에 대한 균형 있는 지지와 비판을 통해 정경대학 학생사회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정경대학 학생사회의 향방이 주목된다.

 

정지윤·김채현·박예나 기자
alwayselois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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