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바람, 새로운 4년

지난 28일 인촌기념관에서 정진택 박사의 총장 취임식이 성공적으로 거행됐다. 비록 내외로 시비가 붙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정 총장은 취임사에서 “모든 분야에서의 창의적 혁명”을 언급하며 새로운 4년의 기치를 드높였다. 정 총장은 후보자 시절부터 “선거에 임하는 첫 번째 다짐이 바로 소통하는 고대, 함께하는 고대”라며 QR코드가 기재된 대자보를 게시해 다양한 사안에 관해 학내 담론 수합을 시도한 바 있다. 정공약에도 소통 친화적인 면모가 담겼다. 그중 특히 학생 단위와 긴밀한 공약으로는 ▲수강신청 제도 개선 ▲온라인 강의를 통한 토론 기회 활성화 ▲외국인·재외국민 학생 특별 프로 그램 신설 등을 꼽을 수 있다. 2019-1 학기 개강을 기해 정 총장의 공약을 분석하고 주시할 만한 점을 짚어 봤다.

이번 2019-1학기 수강신청 기간에는 일부 학과의 전공과목 수가 대폭 줄고 특정 학부의 수강 인원이 적절히 배분되지 못하는 등 유난히 곡절을 겪었다. 정 총장은 관련 공약으로 타임티켓 제도 및 마일리지 입찰 제도를 비롯한 해외 대학의 제도를 벤치마킹하겠다며 신청과정의 불편함과 강의 매매를 해결할 방편을 제시했다. 타임티켓 제도는 고학년이 졸업요건을 완수하도록 이수 학점이 많을수록 신청을 일찍 시작하게 배려하는 제도다. 한편 마일리지 입찰 제도는 일정히 분배된 마일리지를 과목선호도에 따라 입찰케 하는 방식이다. 인기 과목과 비인기 과목을 적절히 섞어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과목 간 불공정 거래를 억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 총장이 공약집에 제시한 두 예시 제도는 예상되는 효과가 전혀 다르다. 수월찮은 수강신청이 항상 화두긴 하지만, 신제도 도입을 서두르기에 앞서 총장 임기 동안 확실히 시정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검토하는 전략적 신중함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 마일리지 입찰 제도를 도입한 연세대학교 국제학부에 재학 중인 한 18학번 학생은 “마일리지 신청 기록이 수년간 누적되기 전까지는 신용하기 어렵다”고 전하는 한편 본교 도입에 관해 “강사법에 관한 대응으로 고려대학교 과목 수가 요동하는 오늘날 도입한다면 정착이 특히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신제도의 도입이 마땅히 수반하는 불편함 역시 고려 사안이다.

온라인 강의 활성화에 관해서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및 온라인 수업 후 강의실에 서 토론하는 Fliped Class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강의가 언급됐다. 정 총장 측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발맞춰 실제로 단 9과목만이 Flipped Class로 개설됐던 2015년에 비해 2018년에는 54과목이 개설됐고, MOOC는 한 과목에서 8과목으로 증설됐다는 자체 통계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응으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상황이다. 공약의 최종 목적은 온라인 강의와 함께 분반 지도를 활용해 소규모 토론식 강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지만, Flipped Class 형태로 개설된 기존 강의의 경우 일반 강의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 강의의 특성과 교수가 아닌 TF(Teaching Fellow)가 토론을 유도하는 분반 지도의 특징이 더해진다면 문제는 심화된다. 총장 임기 중 ▲얼마나 점진적으로 ▲어떤 종류의 강의에 온라인 강의 및 토론 수업이 확장 적용될지 구체적인 계획 세부가 주목된다.

외국인 입학 수요가 재정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끈다. 외국인/재외국민 학생 특별 프로그램 신설은 정 총장의 공약집에서 ‘교육 및 수익 사업의 다변화, 재정 건전성 확보’란에 서술된 주요 공약이다. 외국인 학생을 위해 ▲정원외 학과 신설 ▲입학 및 진입경로 다양화 ▲영어로 진행 되는 한국어 및 문화교육 커리큘럼 개발 등 다양한 복지적 성격의 프로그램 을 신설하되, 부차적인 효과로 추가 교육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정 총장은 제20대 총장 후보자 학생 공청회 당시 본교 재정 방침에 대해 질의응답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등록금 인상을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언급한 후보자였다. 이와 맞물려, 오랫동안 Global KU를 지향하며 국제화 지표 향상을 꾀했던 본교의 외국인 학생 대상 정책이 총장 임기 동안 어떻게 변모할지 방향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해가 지나고 새로운 4년이 시작하는 시점이다. 총장의 행보에 꾸준한 관심을 염원한다.

 

박지우 기자

idler99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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