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능 개편안 변화일까, 변덕일까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부터 2022학년도까지, 내년 고1부터 고3 학생들은 매년 제각각 다른 수능을 치르게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새롭게 반영한 2022년도 수능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많은 반발과 논의가 이뤄지며 관심이 뜨겁다. 이번 개편안에 담긴 주요 변화와 한계,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The HOANS에서 살펴봤다.

변화하는 수능 과목들

  지난 8월 22일 정부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해 선택 과목을 확대하고 문∙이과를 통합하는데 초점을 뒀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학생의 선택권 강화 및 부담 완화 ▲2015 교육과정의 문∙이과 구분 폐지 및 융합 취지 반영 ▲대학의 수능 위주 전형 운영 가능을 세 가지 기본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기조 아래 교육부는 기존 사회∙과학탐구 과목 외에도 국어와 수학 영역에서 선택 과목을 도입해 ‘공통+선택형’ 구조로 개편할 예정이다. 국어 영역은 독서, 문학 영역은 공통으로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영역은 선택 과목으로 구성됐다. 기존 문법 영역은 교육과정 상 언어와 매체 영역에 편입됐다. 탐구 영역의 경우 사회는 9과목, 과학 8과목으로 이전과 동일한 선택지가 제시된다. 허나 계열 구분이 사라져 ‘사회 1과목+과학 1과목’의 조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급변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2022 수능 개편안에서는 수학Ⅰ, 수학Ⅱ를 공통 과목으로 지정하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021 수능 수학이 가형은 수학Ⅰ∙확률과 통계∙미적분으로, 나형은 수학Ⅰ∙수학Ⅱ∙확률과 통계로 출제범위를 지정하고 기하를 제외하면서 받았던 비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기하를 선택 과목으로 적용한 후에도 수학 영역의 출제범위에 대한 논란은 뜨겁다. 개정안의 목표는 문∙이과의 통합이었으나, 문과를 기준으로 이과 수학의 깊이를 하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2년 수능에서 이과 학생들이 미적분을 선택했을 때 공부하는 범위는 2020년까지 문과 학생들이 공부했던 범위와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이과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해 상당한 수학 실력이 필요하고, 이러한 필요성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선택형 구조, 이전과 다름없는 실상

  교육부는 ‘공통+선택형’ 구조가 학생들이 진로, 적성, 희망에 따라 응시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며 학생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 긍정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맞게 전략을 세워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자신만의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게 그 근거다.

  그러나 특정 선택 과목에 응시자 수가 몰리거나 유∙불리한 과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측의 지적이다. 종로학원평가연구소 김명찬 소장은 국어 영역 선택형 구조에 대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되었던 ‘화법과 작문’에 대다수 수험생이 몰리는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수능 제도에서도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사회탐구 과목과 ‘지구과학Ⅰ’, ‘생명과학Ⅰ’ 과학탐구 과목에 수험생들이 몰리고 ‘경제’나 ‘물리Ⅱ’ 등 비인기 과목에서는 응시자 수가 적어 등급 간 점수차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통 과목 75점, 선택 과목 25점으로 배점을 조정하는 등 대안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학업 부담을 완화하긴커녕 학생들에게 더 큰 부담을 지워줄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개별 학생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공부해야 하므로 개인별 과목 선택의 차이가 생긴다는 게 주된 이유다. 진로가 확실하지 않은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과목을 한꺼번에 공부해야 하며 이는 지나친 학업 부담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선택 과목 수가 많아지면서 수능 자체가 더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사교육의 대상이 될 과목 수 자체도 늘어날 것이라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교육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입 전형 간소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등한시한 개정안이라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눈치싸움

  대학 입장에서는 특정 과목 지정이 불가피하다. 과목을 지정하지 않으면 모집단위별 학문 특성에 적합하지 않은 학생을 선발하거나 기초 지식이 전무한 학생을 선발해 따로 공부를 시켜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학이 과목을 지정한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대학의 자연계열 학과에서 미적분 혹은 기하를 지정하면, 특히 상위대학이 그 경우라면, 선택받지 못한 확률과 통계 과목은 외면받을 것이다. 물론 상위대학이 비인기 과목을 지정한다고 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비인기 과목이라 이를 개설하지 않은 학교에 무리가 갈뿐더러 다양한 선택 과목을 모두 가르칠 수 있는 고등학교는 많지 않다는 게 이에 대한 지적이다. 결국 대학이 지정하지 않은 비인기 과목은 수요가 줄어들 것이며 무늬만 문∙이과 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이과 통합’과 ‘폭넓은 교과선택’이라는 취지는 희미해질 것이다. 이는 대학별 수학 가∙나형 지정으로 인해 문∙이과 교차지원이 명목상으로만 유지되고 있는 현 상황과 다를 바 없다.

  대학별 입시요강에 따른 다양한 지원 전략도 필요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중3 학생은 수능평가방식의 변화, 수능 국어∙수학에서 선택 과목 다변화와 실질적 문∙이과 통합 여부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지원 대학별 입시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표했다. 2019학년도 기준으로 정시모집에서 서울 소재 42개 대학 자연계열 부문에서 수학 가∙나형을 제한 없이 반영해주는 대학은 국민대, 숭실대 등 19개 대학에 불과할뿐더러 사탐∙과탐을 제한 없이 반영하는 대학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여대 등 18개가 전부다. 심지어 이렇게 사탐∙과탐을 모두 허용하는 대학도 대부분 자연계열 학과에서 과탐에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간접적으로 과탐 응시를 강제받는다. 고교는 학생들에게 개별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하면서도 대학의 제각각 다른 ‘입맛’에 맞출 수 있는 과목이 무엇일지, 어떤 과목을 개설해야 할지에 대해 촉각이 곤두서있는 현실이다.

수능과 교육과정의 범위 감소, 결과에 대한 검토는?

  이번 2022 수능 개편안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교과목 개편에 따른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국어, 영어, 수학 교과목을 ▲공통 과목 ▲일반 선택 과목 ▲진로 선택 과목 세 분류로 구성하여 각각 1, 2, 3학년에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1학년 때만 공통 과목을 이수하고 그 이후에는 학생의 선택권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허나 수학, 과학 교과에서 교과목 구성의 개편뿐만 아니라 상당수 내용이 삭제되면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수학 영역은 2009 교육과정에서 ▲부등식 ▲분할 ▲공간벡터 ▲수열의 극한 등 다수 내용을 삭제했는데, 그중 공간벡터를 삭제하고 기존 ‘기하와 벡터’ 과목을 대폭 약화해 진로 선택 과목으로 편성한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과학 교과에서도 통합과학 물리 분야에서 전력, 돌림힘 등의 내용이 삭제되고 물리Ⅰ,Ⅱ의 단윈 수가 감소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대학 교육을 위한 기본 소양을 약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업 부담 완화를 목표로 수능 출제범위를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입시 경쟁 과열과 학업 스트레스 해소는 사회 전반적으로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무분별한 출제범위 축소는 부적절하다. 현 정부는 수능 중심의 대입 제도를 지향하며 본교를 비롯한 경희대, 서강대 등 9개 대학에 정시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이처럼 정시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수능 시험의 난이도는 떨어뜨리는 모순적인 정책과 대학과의 직접적인 입시 제도에 대한 연계, 논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수능 제도 변경과 출제범위 감소는 학생들 간 변별력만 낮추고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입시 디테일의 혼란이 중첩된 현 상황에도 정부가 논의 없이 사태를 방관하며 대학과 고교, 예비수험생들에게 책임을 떠맡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개편안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는 지금, 지속적인 논의와 검토를 통해 실질적으로 문∙이과 통합 및 학생들의 학업 부담 완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 제시가 시급한 시점이다.
김해솔·김동현 기자
pinensu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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