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알린 뉴딜펀드, 흥행 가능성은?

지난 9월 3일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정부는 총 20조 원을 ‘한국판 뉴딜 사업’에 투자하는 ‘한국판 뉴딜펀드’(이하 뉴딜펀드) 계획을 전격 공개했다. 뉴딜펀드의 구체적 실현 방안과 뉴딜펀드에 대한 의문들을 The HOANS에서 정리했다.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경기를 회복하고자 마련된 초대형 정책으로, 정책형 뉴딜펀드는 그 재원 조성을 위해 고안됐다. 뉴딜펀드의 내용은 크게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 인프라 펀드 ▲민간 뉴딜펀드로 분류할 수 있다. ▲정부 ▲정책금융기관 ▲민간금융회사로부터 출자한 20조 원으로 조성된 정책형 뉴딜펀드가 나머지 두 펀드의 안착에 선행하고, 이를 마중물로 삼아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뉴딜 인프라 펀드 및 민간 뉴딜펀드를 조성해 5년간 약 160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구상이다.

 

정부의 뉴딜펀드 구상

 

정책형 뉴딜펀드는 먼저 5년간 정부의 3조 원과 정책금융기관의 4조 원을 합친 총 7조 원으로 모(母)펀드를 구성한다. 이후 이를 개인투자자, 민간금융회사 등에서 출자한 13조 원과 결합해 총 20조 원 규모로 모펀드를 구성하는 개별 펀드인 자(子)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모펀드는 자펀드로부터 모은 자금을 통합하며 실질적으로 운용한다. 민간 자금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후순위로 출자한다. 만약 펀드에 손실이 난다면 정부기관 출자금이 우선 손실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민간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을 낮출 예정이다. 정부는 40개 분야를 정책형 뉴딜펀드 투자대상으로 선정하고 197개 품목을 사례로 제시했다. 40개 분야로는 5G,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뉴딜 분야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소재 등 그린 뉴딜 분야 기술이 선정됐다.

한편 뉴딜 인프라펀드의 육성은 세제 지원 확대, 정책형 펀드를 통한 위험부담 및 양질의 사업 발굴 등을 통해 국민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진행될 예정이다. 정책형 뉴딜펀드를 모펀드로 하는 뉴딜 인프라펀드와 민간 자율의 인프라펀드를 활용해 조성되는 뉴딜 인프라펀드는 공동활용 비대면 업무시설, 스마트 상하수도설비 등 인프라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이때 뉴딜 인프라에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한 공모 인프라펀드는 투자금 2억 원 한도로 배당소득에 9%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돼 강력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세법 개정안에서 공모 인프라펀드 투자자에 대해 1억 원 한도로 배당소득에 14%의 원천징수세율로 분리과세하기로 한 것보다 강화된 혜택이다.

마지막으로 민간 뉴딜펀드는 민간 금융회사가 스스로 고수익 창출이 가능한 뉴딜 투자처를 발굴하고 다양한 형태의 펀드를 결성해 민간 투자자금을 유치‧공급함으로써 활성화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양질의 뉴딜 프로젝트를 적극 제시하고 지원단을 구성해 현장이 뉴딜 사업 투자와 관련해 겪는 애로사항을 밀착 지원할 예정이다. 민간 뉴딜펀드의 투자대상은 뉴딜 프로젝트, 뉴딜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 등 민간이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다. 이미 시장에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내놓은 필승코리아펀드, 교보악사자산운용이 내놓은 교보악사그린디지털펀드 등 정부 정책에 궤를 맞춘 민간 뉴딜펀드들이 등장하고 있다.

 

성공 사례 전무했던 관제펀드

 

정부의 야심찬 구상에도 불구하고 뉴딜펀드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게 하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정부 주도로 운영 중인 관제펀드 실적의 부실함은 국민이 뉴딜펀드에 신뢰를 보내는 데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리 소홀을 이유로 시정 요구 대상에 오른 관제펀드는 총 12개였다. 12개의 펀드는 ▲민간 자본으로부터의 외면 ▲낮은 투자집행률 ▲부실한 투자금 회수율 등 다양한 문제를 드러냈다. 교육부가 2017년 구성한 대학창업펀드는 민간 자본으로부터 외면당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학 내 창업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대학창업펀드는 민간 투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손해를 메우기 위해 작년 정부 출자 비율은 예년 대비 15% 가량 치솟았다. 기획재정부가 2018년 출범시킨 혁신모험펀드는 초기 자본 축적은 무탈했으나 투자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출범 이후 1년 6개월이 지나고도 투자 집행률이 20%를 넘지 못했다.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부 관제펀드가 운영상 부실함을 드러내는 시점에서 정부가 뉴딜펀드를 올바르게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조해진 의원은 정부가 이미 다수 운영하고 있는 관제펀드 가운데 “사업 관리가 부실해 혈세가 제대로 쓰이지 않은 사례가 많다”며 운영 실태의 허점을 지적했다.

과거 정부가 내세운 관제펀드가 정권 교체 이후 동력을 잃은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국가 비전으로 환경 오염을 최대로 배제한 경제발전 패러다임인 ‘녹색성장’을 제시했다.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금융기업도 녹색성장 관련 펀드를 내놓았다. 관련 펀드는 1인당 3,000만 원의 가입액 한도 내에서 배당소득세 비과세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며 순항했으나 정권이 교체된 이후 녹색성장 정책이 동력을 잃자 펀드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통일 정책에 발맞추어 새로운 관제펀드인 통일펀드를 출범시켰지만 당시 개설된 통일펀드 14개 중 현재는 ‘신영마라톤코리아펀드’만 생존해 운영 중이다. 이번 뉴딜펀드 역시 야심차게 출범했으나 정권이 바뀌며 용두사미에 그친 과거 관제펀드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게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

 

의심받는 수익률과 재정 건전성

 

펀드 수익률에 대한 불신 또한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4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뉴딜펀드 조성방안을 발표하며 정부 자금과 정책금융이 평균 35%를 후순위로 출자하므로 사후적인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다음 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정부의 위험부담 수준이 10%라고 명시돼 큰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재정의 우선적인 부담비율은 10% 수준을 기본으로 하며 추가 리스크 부담이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분담 비율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해명했지만 뒤늦게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8월 정부가 주최한 ‘뉴딜펀드 정책간담회’에서도 투자 시 원금이 보장되고 펀드 수익률이 3% 이상 보장될 것이라는 홍보가 이뤄졌다. 하지만 정부가 투자 관련법에서 투자 상품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55조를 위반했다는 비판이 일자 지난달 3일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수익률과 관련된 언급을 피했다.

고위험 상품인 펀드에 정부가 원금 보장 조건을 넣고 세제 혜택까지 제시하는 것은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펀드에 예산을 투자하고 정책금융까지 끌어다 쓴다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뉴딜 인프라펀드에서 제시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세수의 급격한 감소를 유도해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심판대에 놓인 뉴딜펀드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해 “한국판 뉴딜의 핵심축으로 ‘지역균형 뉴딜’을 추가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한국형 뉴딜의 규모를 전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회의에서 뉴딜펀드는 지역 기업을 지원하는 핵심 방안으로 논의되며 한국판 뉴딜 실현을 위한 마중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12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뉴딜펀드는 불완전판매를 조장하고 자본시장법을 위반한다는 야당의 지적을 받으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뉴딜펀드가 일각의 비판을 극복하고 한국판 뉴딜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준범·민재승 기자

fred002@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