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가상화폐 제도화, 정답은 어디에

가상화폐 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무섭게 성장한 가상화폐 시장에 정부도 지난 3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안정화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가상화폐 광풍 속 대책으로서 가상화폐 제도화의 필요성을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을 둘러싼 논쟁을 The HOANS에서 짚어봤다.

 

가상화폐 제도화는 불가피한 수순

 

가상화폐 제도화는 피할 수 없는 당면 현안이다. 가상화폐에 금융자산 지위를 부여하고 제도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상화폐는 자체의 보안성과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금융자산의 일종으로 취급된다. 누구나 소유할 수 있고 양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산의 기능이 인정된다. 유동성이 충분해 미래 현금성 자산의 유입에 기여할 잠재력도 있다. 이런 와중 정부는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세법 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 가상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의 과세 방안은 사실상 가상화폐에 자산적 성격이 있음을 보여준다. 가상화폐의 자산적 지위를 인정할 수 없으면서 동시에 자산 가치를 전제하는 세금 부과는 가능하다는 일관성 없는 태도는 투자자의 부담만을 가중한다. 가상화폐 제도화는 정부의 세금 부과와 동시적으로 구축돼야 하는 절차다.

400만 명에 육박하는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가상화폐 제도화가 시급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의 미비는 허술한 법망을 이용한 범죄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가상화폐 범죄 건수는 2019년과 비교해 3.3배로 늘었다. 특히 기존 법률로는 처벌하기 모호한 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 추세다. 일례로 해외 거래소보다 시세가 높은 한국 가상화폐 시장을 이용하는 불법 외환거래는 해외송금을 막을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아 규제가 어렵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에 열거된 자본거래 유형에는 가상화폐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특금법 개정안으로 투자자 보호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허상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현안으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 맞춘 특금법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정치권에서 연일 제기되는 가상화폐 제도화 방안은 현행 법률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구상한 ‘전자금융법 개정안’은 국내 거래소에 미비한 고객 예치금 보호 제도를 꼬집는다. 강 의원은 투자자들이 거래소에서 현금을 출금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지 않도록 가상화폐 예치금을 별도로 예치하는 법안을 내놨다. 현행 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 가상화폐를 지적하는 법안도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해 공직자 및 공직 후보자의 등록재산에 가상화폐 관련 자산을 포함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할 예정이다. 정치권의 법안 발의 릴레이는 현실을 반영한 가상화폐 제도화는 국민적 요구이며, 특금법만으로 제도화가 완수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체 없는 우려로 실익을 점치면서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이 무실할 것이라 속단할 수 없다. 투자자 권리 보호와 국민적 요구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가상화폐 제도화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이채윤 기자
dlcodbs00@korea.ac.kr

 

가상화폐 제도화, 실익 기대하기 어려워

 

가상화폐 제도화는 가상화폐의 근본적 한계를 고려할 때 수용돼서는 안 된다. 가상화폐는 기존 자산들과 다르게 내재가치가 전무하다. 자산으로써는 스스로 가치를 생산해내지 못하며 화폐로써는 신뢰할 만한 가격 표현 수단이 되지 못한다. 보안성, 탈중앙성과 같은 가상화폐의 추상적 가치는 일정 기준에 따라 금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가상화폐 자체에는 내재가치가 없더라도 기존 화폐처럼 사회적 신뢰가 형성됐다면 화폐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이어진 가상화폐 가격의 급등락과 그에 대한 조롱은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땅에 떨어졌음을 증명한다. 이미 신뢰를 잃은 화폐의 가치를 인정해 제도권에 편입할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가상화폐 투자자에 대한 특수한 보호의 제공은 투자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준다.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을 주식 시장과 같이 다룬다면 가상화폐의 변동성과 위험성에 대한 투자자의 경계가 해이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변동성은 평가 수단이 없는 가상화폐 시장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 대처를 위해서는 현행 법률 내에서 가상화폐 관련 범죄 감시를 강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한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 방안은 이미 지난 3월 시행된 특금법 개정안으로 마련됐다. 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획득 의무 ▲실명 계좌 개설 의무 ▲불법 거래 신고 의무 등을 진다. 법안이 요구하는 의무의 수준이 높아 거래업자의 부담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투자자가 특금법 개정으로 일정 수준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추가로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가상화폐 주무부를 둘러싼 부처 간 줄다리기가 심해질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관련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피해는 투자자가 부담해야 한다.

가상화폐 제도화의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보안성 문제로 가상화폐는 불법 행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상화폐 자체의 보안성은 뛰어나지만 거래소는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2016년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화한 이후에도 지속해서 해킹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국회의 가상화폐 제도화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가 유의미하게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가상자산 거래업자 금융위원회 인가 의무화다. 그러나 현재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업자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인가는 가상화폐에 실질적으로 금융자산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본격적인 규제는 적용되지 않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면 섣불리 제도권 편입을 시도하기보다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방안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신형목 기자
mogi200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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