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수술대 오른 임대차 3법, 개혁일까 개악일까

올해는 문재인 정부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입대차 3법을 시행한 지 4년째 되는 해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전세난에 윤석열 정부가 문 정부의 임대차 3법 대수술을 예고하며 해당 법 폐지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센 상황이다. 찬성 측은 해당 법안으로 전세난이 가중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선 세입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이에 논쟁의 핵심을 The HOANS에서 짚어봤다.

 

혹 떼려다 혹 붙인 임대차 3법 서둘러 폐지돼야

 

임대차 3법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부작용만 초래한 악법이므로 폐지돼야 한다. 임대차 3법은 지난 2020년 7월 30일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으로 ▲계약갱신권 ▲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임차인 보호라는 기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도리어 집값 상승만 초래하고 말았다.

임대차 3법은 본래 신규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권을 보장하고 재계약 시 인상률을 5%로 제한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됐다. 하지만 법안 시행 후 전·월세 가격, 특히 전셋값이 큰 폭으로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 미만 상승률을 보이던 서울 전셋값이 임대차 3법 시행 후 최근 2년간 23.8%나 올랐다. 전세가는 공급량에 따른 변동이 심한데 해당 법안으로 임대차 계약 기간이 늘면서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전셋값 상한에 집주인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밖에도 계약갱신청구권이 행사된 계약과 신규 계약 간에 가격이 두 배 이상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나는 등 전세난이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또한 임대차 3법은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이 목적이었음에도 전셋값 폭등을 막지 못했다. 폭등한 전셋값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자 세입자는 월세로 내몰렸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월세마저 상승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까지 나타나 서민의 주거 불안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11년 통계 집계 이후 평균 4만~5만 건을 유지하던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2020년 6만 건을 넘어선 뒤 지난해 7만 1,080건을 기록했다. 동시에 1만 3천여 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계속 감소해 임대차 3법 시행 석 달 만에 6천여 건에 그쳤다.

게다가 급등한 주변 시세와 이사 비용 등을 고려해 세입자가 보증금 5%를 초과하면서까지 재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7월 말부터 4년 전세 계약을 마친 세입자가 대거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돼 재차 전셋값 폭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임대차 3법은 세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전세난을 가중해 계약이 만료된 세입자들이 부담을 홀로 지게 했다.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은 이미 검증된 사안이며 반대 측이 내세우는 계약 기간 조정과 계약갱신청구권 횟수 제한 폐지 등 보완책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정부가 부작용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안 폐지 및 축소가 불가피하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전문가와 여론 역시 이에 찬성하고 있다. 비록 임대차 3법이 세입자 보호라는 좋은 취지로 입법됐지만 명백히 그 목적 달성에 실패한 만큼 해당 법을 폐지하고 세입자를 보호할 새로운 법안 상정이 절실하다.

 

임대차 3법이 근본적 문제 아냐… 임차인 보호가 먼저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 3법이 집값 상승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윤 대통령도 임대차 3법 폐지·축소를 언급하면서 해당 법의 지위는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임대차 3법이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이라 볼 수 없으며 해당 법의 폐지는 주거 불안 속 서민을 보호하는 마지막 안전망의 해제나 다름없다.

임대차 3법 폐지·축소를 주장하는 이들은 법령 시행 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했다며 집값 상승의 원인을 임대차 3법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 10개년 평균을 참고했을 때 임대차 시행 이후 전세가 상승률은 2013~2016년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또한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에 따르면 매매가 상승에 따라 전세가도 연속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전세가 상승 원인이 임대차 3법뿐만이 아니며 오히려 지속적인 매매가 상승의 영향이 큼을 시사한다.

또한 전세의 월세화는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준금리가 0.5% 수준으로 급격히 완화되고 코로나19로 정부가 확장적 통화 정책을 펼치게 된 2020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인 증가는 당연한 현상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뿐만 아니라 10개년 이상 월세 거래 비중 추이를 확인해보면 2021년 월세 거래 비중보다 임대차 3법 시행 전인 2015년 월세 거래 비중이 훨씬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임대차 시행 전후 1년 수치만을 근거로 임대차 3법이 전세의 월세화를 야기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정적이다.

오히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많은 임차인이 임대료 인상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2년간 주거권을 추가 보장받을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 100대 아파트 계약 갱신자의 77% 이상이 임대료 인상률 5% 이내를 유지했다. 동시에 임대차 갱신율은 임대차 3법 시행 1년 전보다 약 20%P 상승했다. 임대차 3법이 임차인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정부 정책은 부동산 시장에서 약자인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따라서 임대차 3법으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해서 해당 법을 바로 폐지하기보다는 보완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전월세 상한제로 인해 이중가격, 삼중가격 현상이 나타난다면 신규 전월세 계약에도 동일하게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4년 전세 계약을 마친 후 전세가 급등이 우려된다면 독일, 미국 등 해외 사례처럼 계약갱신청구권 횟수 제한을 없애는 대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임대차 3법이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정책 도입 초기에 나타난 충격에만 집중해 서민의 주거 불안 해소라는 정책 목적을 잃어선 안된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에만 몰두해 부동산 시장에서 임차인을 보호할 수단을 없애버리는 실책을 범하지 않길 바란다.

 

정윤희·이정윤 기자
ddulee3880@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