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연예인의 책임은 어디까지

지난해 7월 24일 오영훈 의원 외 9인이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찬반이 뜨겁다. 본 법률안은 ▲마약 관련 범죄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의 범죄 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연예인에 대해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 법률안은 ▲연예인의 공인으로서의 책임 ▲처벌의 적정성 ▲이중처벌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불러일으키며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됐다. 어떠한 논거가 오가는지 알아봤다.

전과자의 방송출연 제재는 당연한 것

연예인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전과가 있는 연예인에 대한 방송 출연을 제재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다. 연예인은 대중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서 인식될 수 있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을 넘어 일종의 우상이자 모방행위의 대상으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연예인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다면 전과가 있음에도 연예인이 잠깐의 기간만을 가지고 다시 방송에 돌아오는 것은 범죄의 해악성과 이에 대한 책임을 경시하는 풍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연예인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전과가 있는 연예인에 대한 방송 출연 제재를 통해 그들의 책임감을 고취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예인의 방송 출연 제재에 대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전과 연예인 방송 출연 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까지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제재하는 것은 방송국 차원에서 이뤄져 왔다. 하지만 공개된 출연 금지 명단이 존재하는 MBC와 KBS와는 다르게 종편 방송국은 공개된 뚜렷한 기준이나 출연 금지 명단이 없다. 이러한 기준의 부재로 인해 인기가 많은 연예인은 죄질의 경중과 별개로 그렇지 아니한 연예인보다 빨리 방송에 복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따라서 특정 범죄 사실에 대한 적절한 출연 제재 기준을 만들어 연예인의 인기의 차이에서 오는 불공평과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원칙 없이 시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원칙을 세우는 것이 이번 ‘전과 연예인 방송 출연 금지법’의 의의이다.

시장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반론도 있으나 시장의 법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장의 법칙은 죄의 경중보다는 한 명의 연예인 개인의 인기 및 시청자와 방송사에 주는 효용에 의해 연예인의 복귀를 결정한다. 그로 인해 죄가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은 연예인은 방송에 빠르게 복귀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이전 문단에도 서술된 불공평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시장의 법칙은 도덕성과 범죄의 책임성은 등한시하고 즉각적인 효용에 집중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범죄 전과가 있는 연예인들이 복귀 후 자신들의 범죄 사실을 희화화하며 범죄의 책임을 가볍게 만들어도 그것이 시청자와 방송사에 충분한 효용을 줄 수 있다면 시장은 이를 허용한다. 심지어 그것이 절도 등의 주요한 범죄에 대한 것이어도 충분한 효용을 줄 수만 있다면 시장의 법칙 아래에서 이는 허용된다. 전과가 있는 연예인의 방송 출연 여부를 시장의 선택에만 맡기는 것은 좋지 않으며 법으로써 이를 규제해야 한다.

오성원 기자

osw0811@korea.ac.kr

방송 출연 금지는 과도한 처사

전과가 있는 연예인을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범죄의 경중에 맞지 않는 과도한 처벌이 될 위험이 있다. 연예인에게 방송 출연은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생업이다. 그렇기에 연예인의 방송 출연 제재는 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도록 한다. 게다가 ‘전과 연예인 방송 출연 금지법’은 이미 법원에 의해 적절하다고 판단된 처벌을 받은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미 적절한 형이 집행된 과거의 범죄를 이유로 연예인의 방송 출연, 즉 생계유지의 수단을 빼앗는 것은 연예인이라는 한 명의 개인에게 너무나도 과도한 처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연예인의 방송 출연은 엄연히 하나의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자율적 행위로 정부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 범죄 사실로 인해 한 명의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 그의 출연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줄어들 것이다. 출연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줄어든다면 방송사도 그 연예인을 출연시킬 이유가 없어진다. 시장 논리에 의해 전과가 있는 연예인은 자연스럽게 방송출연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 논리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시장의 불균형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또한 법률로써 방송 출연진을 통제하는 것은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출연진과 내용을 구성할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법률로써 전과가 있는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규제하는 것이 아닌 해당 연예인에게 작용하는 시장 논리와 방송사의 자율권에 연예인의 출연 여부를 맡기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따라서 연예인의 방송 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의 규제가 아닌 시장 논리가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전과 연예인의 방송 출연 제재에 대한 기준이 없기에 ‘전과 연예인 방송 출연 금지법’의 발의를 통해 이에 대한 기준을 세워 이전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주장 또한 문제가 있다. 분명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발의된 개정안이 어떤 범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제재를 줘야 하는지 명확히 명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실제 발의된 개정안은 방송 출연 금지를 해야 하는 특정 범죄와 방송 출연을 허가한 자에 대한 처벌은 규정하고 있으나 방송 출연 금지의 기간 등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위에 서술한 주장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추후 입법 과정을 통해 방송 출연 금지 기간에 대해 명시해야만 한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만으로는 방송 출연 제재에 대한 기준을 세운다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의 개정안을 통과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박효정 기자

jenny087@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