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의 그림자, 방치된 ‘미아리 텍사스’

2004년 성매매 방지 특별법 발효 이후 낙후된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명 ‘미아리 텍사스’는 오는 7월 도시환경정비사업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할 경우 철거된다. 해당 지역은 청소년통행금지구역(이하 통금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10년이 넘도록 재개발이 미뤄져 온 곳이다. ▲청소년통행금지구역의 현황 ▲지역주민들의 여론 ▲단속의 미흡함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The HOANS가 알아봤다.

청소년통행금지구역이란?

통금구역은 각 행정구역의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이 청소년 보호를 위해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정해 통행을 금지한 구역을 뜻한다. 통금구역은 청소년의 범죄와 탈선 예방을 목표로 하는 청소년 보호법 제31조를 근거로 지정되고, 24시간 청소년의 통행을 제한한다.

청소년 보호에 대한 실효성을 제고한 개정 청소년 보호법이 1999년 7월 시행되자 1999년 하반기와 2000년 상반기에 통금구역 설정이 집중적으로 이뤄져 2001년에는 전국의 통금구역 수가 40곳을 웃돌았다. 2004년 9월부터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통금구역의 유흥가나 윤락가는 점점 쇠퇴했다. 더 나아가 학교나 학원 등 청소년 시설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통금구역의 경우 지역주민과 담당 부처 간 재개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재개발과 도시미관개선사업의 영향으로 통금구역은 지속해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영등포구 2곳 ▲동대문구 1곳 ▲성북구 1곳 ▲강동구 1곳으로 총 5곳의 통금구역이 남아있다. 본지 취재팀은 그중 하나인 길음역 10번 출구 앞 집창촌, 일명 ‘미아리 텍사스’라고 불리는 통금구역으로 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통금구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재개발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해당 구역에 사는 사람들은 생존권을 이유로 재개발에 반발하고 있다. 입장 차가 10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으나 갈등은 중재되지 못한 채 재개발 시도와 실패의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 낮에도 고층 건물의 그림자에 가려져 항상 어두운 그곳, 사회의 기피에 끝내 방치된 통금구역 내부를 들여다봤다.

 

미아리 텍사스의 과거와 현재

통금구역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미아리 텍사스’의 모습은 주변과 크게 대조됐다. 고층건물에 둘러싸인 가운데 편의점 하나 없는 허름한 판자촌이 어색하게 놓여있는 모습이었다. 내부엔 좁은 골목 사이로 성매매 업소가 즐비해 있던 한편, 호객행위를 하는 소위 ‘삐끼’들이 문 앞에 있었다. 성매매 업소의 문은 도어락으로 굳게 잠겨있어 함부로 여닫을 수 없었다. 취재팀을 제외하면 오가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로등도 적어 어두운 길목에서 문이 살짝 열리면 분홍빛이 새어나와 쉽게 집창촌임을 알 수 있었다.

미아리 텍사스의 역사는 꽤나 길다. 1960년대 형성되기 시작해 1980년대 들어 제5공화국의 통행금지해제조치로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2004년 9월 23일,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본격 시행되는 것에 이어 성매매 집중 단속이 이뤄지며 서서히 낙후됐다. 이에 더해 통금구역 재개발 논의까지 이뤄지며 내리막길을 달렸다. 현장의 관계자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까지 300개가 넘는 업소가 있던 이곳은 현재 약 50개의 업소만 운영 중이다.

재개발 논의는 미아리 텍사스를 포함한 신월곡1구역이 2009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며 본격화됐다. 재개발 조합설립인가까지는 무사히 진행됐으나 심의 과정에서 조합 내부의 이해관계와 구역 내 갈등으로 인해 사업시행인가가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구역 내 갈등의 경우 우선 투기 목적으로 통금구역에 땅을 사놓은 조합원과 재개발을 원하지 않는 실거주자간의 입장차가 크다. 또한 지역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과 재개발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지 못해 재개발에 반대하는 세입자 성매매 업주들과의 갈등 또한 지속되고 있다.

 

무용지물 성매매 방지 특별법, 관계기관은 서로 책임 회피해

성매매 방지 특별법은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묶어서 부르는 표현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성매매 근절을 목표로 해 ▲성구매자 ▲성판매자 ▲알선자를 처벌하기 위해 도입됐다. 미아리 텍사스의 입구에도 성매매 방지 특별법의 세부 조항이 기재돼 통금구역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성매매 방지 특별법의 실효성과 함께 성매매 단속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성매매가 위법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윤락가를 엄격하게 단속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경찰 측은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편 단속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답했다. 통금구역을 관할하는 서울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고 도어락으로 문이 잠겨있는 구조 때문에 손님으로 가장해 사복을 입고 통금구역에 들어가서 성매매 영업을 단속한다”고 밝혔다. 만약 영업행위가 확인된다면 “호객행위를 했던 아주머니, 업주, 성매매 여성들 모두의 진술서를 받는다”라고 하는 한편 “남자가 성관계를 맺는 걸 본 게 아닐 땐 처벌이 어려우며, 남성에게는 진술서를 받을 수 있지만 진술을 안 해주면 신원확인만 하고 보낸다”고 전했다. 이어서 “사실 경찰은 단속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통금구역에 있는 무허가 건물을 구청이 철거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단속보다는 재개발 및 철거가 가장 근본적인 성매매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구청 측은 다른 입장이다. 경찰이 재개발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한 반면, 구청은 엄격한 단속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성북구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통금구역이 없어져야 하는 게 맞는데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라고 하며 “정말 해당 구역을 없애고자 한다면 사실 단속을 더욱 엄격하게 해야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라고 전했다. 경찰 측은 구청 소관인 재개발을, 구청 측은 경찰 소관인 단속을 해결책으로 내밀며 두 기관 모두 사실상 성매매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자인하는 셈이다.

 

허술한 관리, 경찰은 노력 중?

주민들은 통금구역의 관리부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통금구역 인근 거주민 A 씨는 “청소년 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하는 한편 “수시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서 “학생들이 출입하는 것은 보지 못했으나 통금구역 입구가 매우 많아서 들어갔는지 들어가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경찰 측은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집창촌을 한 바퀴씩 돌며 순찰을 돈다”라며 “매일 다른 시간에 순찰차로 통금구역을 돌기도 하고, 도보 순찰을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통행을 단속하기보다는 호객행위를 하는 아주머니들을 단속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단속의 실효성은 거의 없었고, 통금구역에 들어가는 통로의 관리마저 부실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특별시 성북구 청소년통행금지·제한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출입구 및 주요 구역 내에는 청소년통행금지구역 등의 안내판”을 설치하도록 돼 있으나 총 14곳의 ‘공식적인’ 출입 통로 중 한 곳엔 안내 표지판이 붙어있지 않았다. 더불어 통금구역으로 통하는 골목들은 아무런 표지판이나 벽도 없이 뚫려있어 사실상 비공식적인 출입구 역할을 했다. 골목을 통해 지나다니는 길이 빠르다보니 낮에는 학생들도 통금구역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통금구역 내부를 지나가던 한 고등학생은 “통금구역인 걸 알지만 골목을 통해서 가는 길이 더 빨라서 종종 통금구역을 가로질러서 통행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낮에도 일부 성매매 업소가 운영 중이라는 사실이다. 통금구역 바깥으로 지나가며 출입구 개수를 세던 기자에게 한 아주머니가 와보라는 손짓을 보냈다. 대학생이라고 하니 호객행위를 하던 아주머니는 “아가씨 한 번 보고 가”라며, 경찰 단속에 대한 질문에 “어쩌다가 나오긴 하는데 그냥 지나친다”라고 답했다. 낮에도 버젓이 성매매 업소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청소년은 제한 없이 통금구역을 통행하고, 경찰의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밤에 통금구역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B 씨 또한 “하루에 한 번 정도 경찰차가 순찰을 돌지만 경찰 차원에서 청소년의 엄격한 출입 제한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B 씨는 “청소년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면 나이를 물어보고 너무 어리면 업소들이 자체적으로 돌려 보낸다”라고 말했다.

 

결국 위험과 공포의 구역으로 남은 통금구역

결국 관리부실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경찰 측은 관련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꾸준히 단속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지하철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다는 점 ▲경찰 단속보다는 성매매 업소들의 자체적인 단속이 더 가시적이라는 점 ▲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많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통금구역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냉혹하다.

부실한 관리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통금구역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서울에 있는 모든 통금구역이 윤락가, 혹은 유흥가로 지정되며 주민들은 불법 사업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에 대해 반감을 표했다. 또한 많은 지역주민은 통금구역에 두려움을 느껴 해당 지역을 강하게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A 씨는 “당장 심각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항상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불안함을 보이는 한편 “분명 사회의 문젯거리로 있는 걸 어른들이 방치하고 있다”라며 통금구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통금구역 근처 부동산 업자 C 씨도 “밤에는 결코 주변으로 다니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이어서 “조직폭력배도 있고 길도 복잡해서 어디로 빠져나올지도 모른다”라며 취재차 들어가도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율정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통금구역을 총괄하는 유태봉(이하 유 씨) 씨는 이와 같은 주민들의 반감에 “소문만 듣고 주민들에게 공포심이 생긴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유 씨는 “보통 유흥업소가 끼어있는 곳은 조직폭력배나 마약도 함께 있지만 미아리 텍사스만큼은 결코 그렇지 않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경찰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해명의 뜻을 전했다.

 

재개발로 이어진 부정적 인식

통금구역 인근 주민들의 통금구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재개발 요구로 이어졌다. A 씨는 “집창촌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측면에서 통금구역을 만들어 청소년 통행을 제한할 필요성도 있다”라고 하는 한편 “이런 구역을 철거하고 강력하게 단속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라며 재개발에 찬성하는 뜻을 밝혔다. C 씨도 “통금구역 주변에 3만 가구 이상이 들어올 예정인데 이를 방치하는 건 옳지 못하다”라며 “철거하고 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재개발을 요구했을 만큼 재개발의 역사는 길다.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미아리 텍사스’는 2003년 미아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되며 2009년 ‘신월곡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이후 재개발을 위한 구역 내 조합까지는 설립됐으나, 재개발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하지 못해 10년이 넘도록 지체돼 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58조 제5항에 따라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건축물 소유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2017년 건축심의가 통과됐음에도 조합 내의 갈등 및 구역 내 갈등으로 재개발 사업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작년에 신월곡1구역과 성북구 성북2구역의 결합 개발이 확정되고 김창현 대표(이하 김 대표)가 새로운 조합장으로 선정되며 조합이 개편돼 통금구역이 속한 신월곡1구역의 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커졌다. 한국주택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신월곡1구역의 재개발을 통해 집창촌 존치에 대한 끊이지 않는 민원과 지역주민들의 불편을 근절하고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지연되고 있는 재개발에 대해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다수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사업인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와 입장 차이가 발생한다”라며 “특히 우리 구역은 조합원간의 갈등이 극심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2017년 8월에 서울시건축위원회를 통과한 건축심의의 유효 기간이 올해 7월이다”라며 “이 시기를 놓치면 건축심의부터 다시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조합원 모두의 의견을 수렴한 사업시행계획안을 접수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전했다.

재개발에 대해 유 씨는 “생존권 문제가 있지만, 통금구역에 사는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며 “조합원들이 여기서 다 살고 있는 게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사놓은 외부 사람들이 많아 재개발 이득을 얻으려는 조합원들은 사업시행인가 통과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유 씨는 “재개발에 대한 논의는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라지는 윤락가, 미아리 텍사스의 운명은?

성북구 미아리 텍사스에서 볼 수 있는 문제는 다양하다. ▲실효성 없는 성매매 방지 특별법 ▲성매매 근절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부재 ▲관리의 부실함 등의 문제점은 기존의 성매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맞물리며 통금구역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키웠다. 특히 청소년통행금지구역임에도 청소년이 통행하는 모습이 관찰되며 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났다. 이러한 가운데 성매매 업주 및 여성은 생존권을 주장하며 재개발에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오는 7월 진행될 재개발 사업시행인가의 획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지영·김동후·임지현 기자

cooljlee00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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