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 선택의 기로에 놓이다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이던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수많은 일상이 변화한 가운데, 시민의 발이 돼주는 대중교통 또한 이 바람을 피해가지 못하는 것인지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2015년 이후 동결했던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5년 만에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8월 24일 우형찬 서울시의회 도로교통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내년 초 시행을 목표로 대중교통 기본요금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 밝혔다. 예상 인상 폭은 최소 200원에서 최대 300원까지이며 5km당 추가 요금을 현행 100원에서 2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또한 제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중교통 이용객 감소와 올해 서울교통공사(이하 서교공)의 막대한 적자로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우 위원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서교공은 올해 9,54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며 이달부터 자금 고갈 상태에 접어드는 실정이다. 김인호 시의회 의장이 인상안 관련 보도에 대해 “전해 들은 바 없다”며 선을 그어 이슈는 일단 잦아든 모양새지만, 서울시가 머지않아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계속되는 적자의 압박

 

서교공은 오래전부터 심각한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적자 운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는 무임승차다. 지하철 승객 1인당 수송원가는 1,440원이지만 실제 평균 운임은 무임승차 등의 요인으로 인해 946원에 그쳐 손실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만 65세 이상 노년층 ▲만 6세 미만의 유아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무임승차와 같은 공익 서비스가 승객 1인당 494원의 기대 수익을 저버리게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예산․재정 분석’ 제21호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무임손실액은 2012년 약 2,000억 원에서 2016년 약 2,750억 원으로 4년 만에 약 750억 원가량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앞으로도 현행 기준이 유지된다면 2030년 6,387억 원, 2040년 9,887억 원의 무임승차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통계청이 우리나라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정부는 ‘제2기 인구정책 TF’를 꾸려 노인연령 기준 변경을 논의 중이다.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기준연령을 조정하는 방안과 경로우대제도를 전반적으로 개편해 연령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교통약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기준 상향으로 인해 노인층이 복지 혜택을 박탈당한다면 사회적 고립감이 더 커질 것이라는 반박도 제기된다.

무임승차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던 중 코로나19사태가 대중교통 요금인상 논란을 재점화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중교통 이용 승객이 20% 넘게 감소하고 방역비용이 증가하며 서교공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서교공은 올해 9,540억 원의 자금부족액 중 코로나19 손실액 3,657억 원의 공사채를 추가 발행했지만 공사채는 자금 용도에 한계가 있어 손실 보전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서교공은 남은 5,883억 원의 부족액 중 3,000억 원은 직원 복리후생비 절감과 연장운행 폐지 시 증원 감축 등 운영비 절감을 통해, 남은 2,883억 원은 서울시에 긴급자금 융자를 요청해 손실을 메우기로 했다.

 

유일한 동아줄, 지원금

 

서교공이 발표한 2020년 예산서에 따르면 서교공은 ▲운수수익 및 광고료와 같은 영업수익 ▲이자수익 및 임대관리 수익과 같은 영업 외 수익 ▲출자금 ▲국고보조금 ▲부채 등으로 공사 운영 예산을 결정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서교공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운영구조로 인해 최근 3년간 매년 5천억 원 이상의 순손실을 내왔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는 운영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만성 적자임에도 여태껏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서울시 재정지원의 역할이 컸다. 매년 서울시는 지하철 사업에 대해 2,000~3,000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정지원 ▲노후시설 재투자 ▲노후 전동차 교체 등의 이유로 지원해왔다. 서울시는 매해 거대한 규모로 지출되는 시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이러한 지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임승차 제도가 국가적 차원의 교통 복지제도임을 내세우며 서울시가 정부와 국회에 무임수송손실보전을 위한 국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2021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버스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서울 시내버스도 2015년 이후 요금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송원가 대비 평균 운임 비율이 약 81%로 총수익이 총비용을 한참 밑도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올해는 약 5,000억 원 수준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 시내버스 조합의 입장이다. 버스는 지방공기업인 서교공이 운영하는 지하철과 달리 65개의 시내버스 민간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공공성이 강하지만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버스 사업도 만성적인 적자를 벗어날 수 없기에, 서울시는 사업 유지를 위해 2004년부터 준공영제를 시행하며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각 버스 운영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시내버스 재정지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4년 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버스 운영업체들에 한 해 평균 2,500억 원에 가까운 지원금을 지급했고 현재까지 지급된 지원금의 총액은 4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인상에 대한 갑론을박

 

지하철과 버스 운영사에서 올해만 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불가피한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5년째 동결된 현재의 교통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화두이다. 오랜 기간 적자가 이어져 온 만큼 요금인상 논의가 이번에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아니다. 2018년 1월 개정한 ‘서울특별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 제14조 2항’에 따르면 ‘시장은 대중교통 서비스 질의 향상과 시민의 안전확보 등을 위한 투자재원 확충이 가능하도록 대중교통 요금 수준의 적정 여부를 2년마다 주기적으로 분석해 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조례에는 2년에 한 번 요금을 조정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매번 인상 논의가 미뤄져 온 것”이라며 “재정 상황의 악화로 인해 요금인상이 절실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논쟁에서 추가로 고려해야 할 것은 대중교통 업계의 지출액이 앞으로 더욱 증가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18일 서교공은 현재 운행 중인 전동차의 평균 사용 기간이 20년에 육박하며 특히 4호선은 26.2년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설물 개량을 위해 내년 1,608억 원 수준의 사업비가 필요하지만, 국비 지원은 126억 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감안할 때 시민의 안전과 원활한 운행을 위해서라도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서교공을 비롯한 대중교통 업계뿐만 아니라 이용객인 시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전반적인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중교통 요금인상은 시민들의 체감경기를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요금인상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대중교통 요금인상이 수도권에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비판을 가했다. 일각에서는 무임승차의 비율이 증가한 것이 적자의 주원인이라며 전반적인 요금인상이 아닌 노인 무임승차 기준을 상향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딜레마 탈출은 가능할까

이런 논쟁에 대해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중교통 요금인상 요인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므로 코로나19라는 이유로 인상한다면 시스템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 언급했다. 유 교수는 “세금으로 보전하던 적자를 요금인상으로 해결한다면 시민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많이 이용한 사람들에게 일정 비율 환급을 해주는 방안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시민에게 많은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함을 강조했다.

대중교통 요금인상 이슈는 ▲교통복지 ▲공공성 ▲경제 논리 등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다. 매일 서울 시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천만 명 이상의 시민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 종사자들까지 수많은 사람의 일상과 밀접한 문제이기도 하다. 서울시를 비롯한 관련 주체가 대중교통 요금인상의 영향권에 있는 이들을 고려해 다양한 방향으로의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낼지 시민과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박찬웅·김동현·이채윤 기자

pcw0404@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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