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사건 비상벨은 잘 울리고 있나

지난 7월 발생했던 ‘조은누리 양 실종사건’은 실종아동 수색 관련 제도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아동 및 치매 노인 실종과 예방에 관한 제도적 장치들에 대해서 The HOANS가 알아봤다.

조은누리는 ‘기적’이다

지난 7월 23일, 가족과 지인과 함께 충북 청주시 내암리 계곡으로 물놀이를 간 조은누리(14) 양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적장애 2급이던 조 양은 자폐증 증상이 있었지만 일상생활은 충분히 가능했다.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으며 31일 특공·기동 부대까지 투입했다. 이 과정에 군·경·소방 합동 수색에 총 5,800여 명의 인력과 수색견 22마리가 동원됐다. 조 양은 실종 10일 만에 인근 야산 정상 부근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고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조 양의 발견 소식은 조 양의 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에게 기쁨과 안도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경찰청 실종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크고 작은 실종아동 발생 건수는 2015년 19,400여 건을 기록한 이후 2018년 22,000여 건을 보이며 꾸준히 증가했다. 실종 후 미발견된 아동의 수 역시 매년 5명 내외를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실종자 탐색은 신고 접수 후 실종자 정보가 경찰청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입력돼 관할 경찰관서에 통보되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후 지구대, 파출소 등 현장인력의 합동 탐문수색을 통해 사건발생지 주변을 수색한다. 하지만 실종사건의 증가 추세는 이러한 절차와 제도의 보완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한계가 명확한 실종아동 탐색 제도

실종아동 수색에 대한 대표적인 보완책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지문사전등록제다. 지문사전등록제란 아동이 실종될 때를 대비해 미리 아이의 지문과 사진, 보호자 인적사항 등을 경찰에 등록한 후, 실종 시 등록된 자료를 토대로 아이를 신속히 발견하기 위한 제도다. 이 제도는 가까운 경찰서나 지구대 등에 방문하여 지문을 등록할 경우 적용할 수 있다.

코드 아담은 다중이용시설 내 실종사건 발생 시 시설운영자가 초기 단계에 시설봉쇄 등의 조치를 해 실종아동을 빠르게 찾도록 한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시설운영자는 ▲경보발령 ▲수색 ▲출입구 감시 등의 준수 의무를 실시해야 하며 대처교육 및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 2014년 국내 도입된 이래 작년 7월까지 발동된 총 19,000여 회의 코드 아담은 실종아동을 모두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각 제도의 한계는 분명하다. 시행 7년 차에 접어든 지문사전등록제의 경우 아동 지문사전등록률이 50%도 채 되지 않아 힘을 발휘하기 힘든 실정이다. 경찰은 민간기업, 보육시설과의 협력 및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찾아가는 지문사전등록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문등록률 상승에 힘쓰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작년 4월 4세 미만 아동에 대한 지문사전등록 의무화를 골자로 한 실종아동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었다. 결국 국민 개개인의 인식 개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드 아담은 10,000㎡ 이상 대규모 점포나 1,000석 이상의 경기장 등에서만 의무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지역에서만 활성화돼있을 뿐 시 외곽 지역이나 기타 시설에서는 찾기 힘든 체계이다. 유동인구가 비교적 적은 지역에 적합한 실종아동 초기 대응 체계의 마련이 요구된다.

사라지는 치매 노인, 아무도 찾지 않는 제도

인지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치매 노인 또한 실종에 취약하다. 크고 작은 치매 환자 실종 건수는 2014년 8,200여 건을 기록한 이후 증가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2018년엔 50%가량 증가한 12,100여 건을 기록했다. 치매 노인은 이동 경로를 예측하기 어렵고 외관만으로 실종 사실을 판단하기 어려워 조기예방과 빠른 발견이 중요하다. 고령화 현상과 함께 심화할 치매 노인 실종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약속했지만, 현존하는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치매 노인은 다른 실종취약계층인 아동, 발달장애인과 함께 지문사전등록대상에 해당한다. 신청 시 지문 외에도 사진, 보호자 연락처와 같은 신상정보가 경찰시스템에 등록된다. 지문 등록 시 평균 발견시간이 12시간에서 56분으로 줄어들어 각 지자체가 등록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발병 사실을 알리는 거부감 등으로 인해 지문을 등록한 환자는 작년 기준 13%에 불과했다. 2017년까지 지문등록이 경찰서에서만 가능했다는 점도 낮은 등록률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정부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작년 3월 정책브리핑에서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 및 에서도 지문을 등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배회 인식표 역시 수년 전부터 실행되고 있는 제도다. 배회 인식표란 지역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에서 신청 가능한 환자 고유번호가 적힌 인식표이다. 이는 환자의 주소 및 생년월일과 같은 주요 정보가 담긴 고유번호를 옷에 부착해 실종 시 빠른 발견을 가능케 한다. 2008년부터 실행해 신청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작년 기준 신규발급은 18,000여 건에 그쳤다. 배회 감지기는 가장 최근에 도입됐다. 일정 지역을 벗어나면 알림을 울리게 하는 매트형과 착용 가능한 목걸이형으로 만들어진 이 기기는 GPS 기술을 이용해 환자의 위치를 추적한다. 감지기를 착용한 실종자는 평균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발견된다. 하지만 중앙치매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배회 감지기를 발급받은 환자는 2,000여 명에 그쳤다. ▲번거로운 배터리 충전 ▲환자들의 착용 거부 ▲경증 환자 발급불가 등이 낮은 보급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나아가야 할 길

늘어가는 실종신고 건수에 대한 대안은 다양하다. 실종된 치매 노인이나 발달장애인은 즉시 발견되지 않으면 복지시설로 후송되기에 복지시설과 경찰, 그리고 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다. 지문사전등록제, 배회 감지기처럼 효과는 증명됐지만 널리 쓰이지 않는 기존 제도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 IT 기술을 활용한 실종 수색 방법의 도입도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서울도시가스는 5월 사회복지서비스인 케어플로(CAREFLO)를 소개했다. GPS 애플리케이션, 건강감지센서를 이용해 고령자 안전 감시 시스템과 보호자 알림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작년 정부혁신 우수사례 대통령상을 수상한 신발형 배회감지기 등 실종을 효과적으로 예방할만한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실종사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해외제도는 국내에도 이미 도입된 엠버 경보다. 2005년 미국 전역에 도입된 엠버 경보는 18세 이하 아동이 실종된 후 위험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될 때 지역 경찰에 의해 즉시 발동된다. 이는 경보 발효에 실종 아동부모의 동의가 필요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 한국과 대비된다. 엠버 경보가 발동되면 각종 방송매체와 휴대전화 알림을 통해 아동의 신상정보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가 발송된다. 미 법무부는 경보의 첫 시행부터 올 4월까지 총 957명의 아동이 엠버 경보로 인해 구조됐다고 밝혔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2017년 사이타마현 이루마 시에서는 인식표 역할을 하는 QR코드 스티커를 치매 노인에게 배포하기 시작했다. 손톱에 부착하는 이 스티커는 다른 배회 감지기와 달리 충전이 필요 없고 벗어버릴 수 없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바현 마쓰도 시에서는 치매 노인에게 QR코드 배지를 지급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지자체 단위로 순찰대를 조직, 거리를 순찰하며 실종이 의심되는 노인에게 말을 걸어 인도하는 제도 등이 도입되고 있다.

이번 조은누리 양 실종사건은 비교적 큰 관심과 심각성을 보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실종사건의 경중은 사건이 왜 일어났느냐보다 사건이 얼마나 신속히 해결됐느냐의 문제다.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었던 실종을 미숙한 대응으로 영영 찾지 못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중대한 원인으로 인한 실종을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실종사건에 대한 비상벨로서의 예방책·대응책을 최대한 촘촘하고 다양하게 준비할 필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이풍환·박찬웅·장윤서 기자
98tigger@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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