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했던 정경대 선거인식조사

지난달 4일 정경대 학생회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정대 학생들의 정치 성향을 묻는 선거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선거를 바싹 앞두고 지지 후보를 묻는 설문조사였기에 해당 인식조사가 공직선거법에 위반 아니냐는 학내 반응이 이어졌다. 이에 The HOANS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위법 여부를 문의한 결과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확인했고,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학생회 측에 알렸다. 문제 제기 이후 해당 인식조사는 중단됐으나 하마터면 선거법에 저촉되는 여론조사가 결과 발표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정경대 선거인식조사는 정경대 학생회 사회인권국이 주관한 여론조사의 일종이다. 주최 측은 게시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동년배 집단 내의 정치적 의견교환과 공론 형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며 “주변 학우들의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모으고 서로 확인해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 미루어 보아 정경대 학생들의 정치 성향 조사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는 구글 폼으로 진행됐으며 공직선거법을 고려해 결과 공표는 투표 종료 이후 시각으로 공지했다. 또한 설문 응답자 중 추첨을 통해 20명에게 커피 교환권을 증정한다는 사항도 덧붙였다.

해당 인식조사의 질문지는 제20대 대선 지지 후보와 ▲종합부동산세 ▲노동시간 단축 ▲한미동맹 ▲환경문제 ▲젠더문제 등 의제별 성향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됐다. 기존에는 응답자의 학과, 학번, 성별을 묻는 문항이 존재했으나 학과와 성별을 묻는 문항은 설문 진행 도중 제외됐다. 학생회 측은 응답자에 대한 특정성을 배제하기 위해 해당 문항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정경대 선거인식조사는 대선 기간에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을 포함했기 때문에 선관위에서 규정하는 여론조사 규정을 따라야 했다. 그러나 본사가 선관위 여론조사 규정을 바탕으로 해당 인식조사를 분석했을 때 선거법 위반이 의심되는 지점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제20대 대선을 주제로 한 조사임에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 홈페이지에 선거여론조사 실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08조를 근거로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하고자 하는 자는 누구든지 신고해야 하며 중앙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심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조사가 사전에 신고된 기록은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지지 정당 또는 후보자 없음’ 응답 항목을 별도로 구성할 것, 지지 후보 질문 시 성명을 순환해 질의할 것 등 질문지 작성 시 준수사항을 갖추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커피 교환권을 통해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에서 규정 위반 소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본사에서는 해당 인식조사의 위법성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중앙선관위 선거 안내센터에 문의 절차를 거쳤다. 그 결과 해당 인식조사는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에 해당하므로 여심위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한 공직선거법 108조에 따라 “누구든지 오락·기타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서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없으므로 추첨을 통해 쿠폰을 지급하는 것은 해당 규정에 위반될 수 있다”는 답변도 함께 받았다. 이처럼 정경대 선거인식조사의 위법성을 확인한 후 본사는 곧바로 학생회 측에 해당 사실을 알렸고 학생회는 약 세 시간 뒤“선거법상 저촉 소지를 인지했고 응답을 폐쇄했다”며 해당 인식조사를 중단했다.

본사에서 정대 선거인식조사의 위법 가능성을 알렸을 때 학생회 측에선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사의 문제 제기 없이 결과 공표까지 이어졌다면 법령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됐을 수 있다. 또한 학생회는 설문을 중단하며 “내용이 정리되는 대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이 지난 현시점에도 추가 설명이나 공지는 확인되지 않는 상태다. 정경대 학생회는 본교 정경대 학생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정책 추진 시 관련 규정 및 기타 법령에 따라 신중한 업무 처리에 나설 의무가 있다. 학생회 측의 제고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정윤희 기자
ddulee388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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