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치킨’은 왜 울려 퍼지지 못했나

2019년도 정경대학(이하 정대) 새내기 새로배움터(이하 새터) 응원에서는 응원곡 ‘연세치킨’이 울려 퍼지지 못했다. 정대 새터 참여자 중 일부는 연세 치킨이 연주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응원곡을 부르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응원 오리엔테이션(이하 응원 OT) 및 합동 응원전과 같은 대형 응원 행사에서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인기 응원곡인 연세치킨이 정대 새터에서만 배제된 사실에 불만을 토로하는 인원이 새터가 종료된 후에도 적지 않았다.

연세치킨은 작년 정대 새터에서도 생략된 바 있다. 그러나 각 과/반별 새터준비위원회(이하 새준위) 차원에서 논의 절차를 밟았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새준위는 물론 각 과/반의 새터 주체 단위 회의에서도 응원곡 회의가 없었다. 결국 정대 새터 참여자들에게는 연세치킨 생략에 대해 어떤 형태의 논 의 기회도, 사전 설명도 주어지지 않은 셈이다.

정대 새터 응원을 주재한 고려대학교 응원단 기수부 Young Tigers(이하 YT)는 “정대 측으로부터 연세치킨 응원을 진행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연세치킨을 생략하고 ‘쎄쎄쎄’로 대체해 진행한 이유를 밝혔다. 정대 측은 “건설적인 논의를 위한 공론장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논란이 있는 연세치킨 응원곡을 섣불리 진행하는 것은 오히려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소모적인 논쟁의 반복을 지양하려는 의도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세치킨은 가사에 닭의 조리과정을 자세히 묘사하고 희화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심리적 불편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일부 구성원의 반발을 샀고, 작년 응원 OT 직전 서울 총학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 운위) 차원에서 생략 계획이 발표되며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진 전적이 있다.

한편 새터 주체 회의에서 응원곡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사실에 기인해 연세치킨 생략이 합의담론 없이 결정된 사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대 측은 “YT 측에서 큐시트 협의와 관련해 연락한 시점은 새터 준비의 막바지 단계”였다며 시기적 다급성을 이유로 답했다. 또한 “연세치킨 응원은 중요한 사항인 만큼 시간상으로 여유가 필요한데,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논의한다면 건설적인 방향성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우려했다며 처리 과정을 설명했다. 허나 지난 2018-1학기 연세치킨을 생략하기로 한 중운위의 판단이 충분한 절차를 거쳐 의견을 수합한 결과가 아니었다는 비판이 드높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개선되지 않은 결정 단위의 모습이 실망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정대는 비상대책위원회 상태로 이번 새터를 맞았다. 준비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비대위로서는 효율성을 위해 논의 과정을 가능한 간소화하면서도 여러 사안을 챙겨야 한다. 그러나 과/반별 논의를 거치지 않고 연세치킨을 배제하기로 한 결정은 효율 면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지언정,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새터에서 효율이 제일의 가치로 성립할 수 없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또한 응원곡 연세치킨을 배제하기로 한 정대 차원의 결정을 정대 구성원들이 당일에야 파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정대 구성원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함을 시사한다. 단순히 응원곡 하나가 생략된 결과로 나타났을 뿐, 이는 학생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상호 간 소통 부재의 단면이 엿보인 문제다.

사진 제공 : 디카츄의 사진창고

 

박지우·김동후 기자

idler99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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