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같던 메타버스, 신기루로 끝날까

언택트 시대와 함께 떠오른 메타버스는 단순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넘어 미래의 생활상에 대한 비전으로 인식되는 등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의 확산과 우려, 그리고 미래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The HOANS에서 정리해봤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의 초월한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의 벽이 사라진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지칭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는 가상현실(이하 VR), 증강현실(이하 AR)처럼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모두 가능한 세계를 구현하는데 기여하는 기술 또한 매타버스의 일부로 바라본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생겨났지만 기술력의 한계와 필요성 부족으로 구체성을 띄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소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메타버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 많이 사용되는 게더타운, 제페토와 같은 플랫폼에서 사용자는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아바타를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공간을 계속해서 창출할 수 있다. 공간적 맥락을 부여할 수 있는 최근의 메타버스는 과거보다 더 자연스러운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KB국민은행에서는 게더타운을 경영진 회의, 외부업체와 미팅 장소로 이용하며 매타버스 활용 확대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신기술 등에 업은 메타버스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 고조는 5G서비스를 비롯해 현실과의 괴리감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조성된 것에서 하나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판데믹 이후 비대면 활동 증가와 더불어 메타버스 기술 발전이 그래픽보다 다양한 상호작용 개발 분야에서 이뤄지면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진 것도 메타버스 확장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개별 메타버스 기업이 보인 소비자 동원 능력을 두고 그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평가도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이용자 수가 약 2억 명으로 추산되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이루어진 블랙핑크 팬 사인회에는 약 4,600만 명이 참가했다. 일반적으로 팬 사인회 행사가 서점이나 운동경기장에서 이뤄져 최대 수용인원이 10만 명을 넘지 않음을 감안할 때, 가상 공간에서 이뤄져 물리적 한계가 사실상 없는 메타버스의 경제적 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한 조사 결과 2020년에는 86개에 불과했던 메타버스 관련 보도가 2021년에는 1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 9,108개에 달하는 등 활발한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판데믹으로 힘들었던 쇼핑이나 문화생활을 메타버스를 통해 구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CU는 CU제페토한강점을 통해 메타버스 안에서의 쇼핑 체험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업 입찰 공고를 내고 메타버스에서 은행 거래가 가능하게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정부는 새로이 발표하는 디지털 뉴딜 2.0에 메타버스를 블록체인 및 클라우드 기술과 함께 초연결·초실감 신산업의 주요 축으로 언급하며 추후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약 2조 6천억 원 가량의 정부 지원을 공식화했다.

 

메타버스 고려대학교

 

본교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나가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초 메타버스 기반 3D 버추얼랩과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 도입, 그리고 의학도서관 메타버스 구축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 중에 있다. 그중 의학도서관에서는 ▲편의성 ▲실현성 ▲확장성을 고려하여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이용하고 있다. ▲그룹스터디 ▲세미나 ▲인문예술 전시 ▲커뮤니케이션 등을 위한 공간 제작과 실험 등에 사용가능한 몰입형 3차원 공간을 이용하는 AR/VR 기반의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는 소통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간 창조에도 주목하며 메타버스 활용을 극대화했다고 볼 수 있다. 본교 의과대학 메타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승현 교수는 “메타버스의 도입을 통하여 캠퍼스 간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사람, 공간 및 아이디어가 학습에 서로 촉매 작용이 되길 기대한다”며 “트랜드 추종 또는 도입 경쟁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적절히 선택해 지속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메타버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한편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제대로 된 컨텐츠 없이 기술 시연만 지속한다면 메타버스 또한 주식 테마로 소모된 여러 IT 기업의 전철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걸그룹 에스파의 버추얼 아바타를 제작한 메타버스 기업 자이언트 스텝은 지난해 약 15억 원의 적자를 봤다. 영화 ‘승리호’ CG를 제작하며 메타버스 컨텐츠 생산 또한 병행해 또 다른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위지웍스튜디오도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등 여전히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다 할 성과가 없이 시간이 흐르자 적자의 반대급부로 제시되는 미래 성장 가능성 또한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단순 이슈만을 노리고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남발되는 것도 문제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유사하게 구현된 가상세계에서의 상호작용이 실제로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의 확장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실상은 단순 시류에 편승하려는 유사 기술 시연이 다수 존재한다. KT&G상상유니브의 마케팅 스쿨에서 주도한 메타버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강 모(행정 21) 씨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신기술을 뽐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오히려 비효율적인 활동이 진행됐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2.0 발표에서 메타버스 기업이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 명시되지 않은 것도 혼란을 주고 있다. 한때 제페토 개발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메타버스 테마주로 인식되며 53,000원까지 치솟았던 인공지능 기업 ‘알체라’의 주가는 메타버스와 관련이 없다는 회사의 공고 이후 오히려 메타버스 이슈 이전보다 주가가 더 떨어졌다.

2021 가상융합경제 활성화 포럼 정책분과 1차 세미나에서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메타버스가 마땅한 ‘킬러 컨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향후 컨텐츠를 확장해 고정적인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면 비대면이 강제되지 않는 코로나 이후에는 급격하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 교수는 더불어 2D인 게더타운이나 세미-3D인 동물의 숲이 저사양 그래픽임에도 상호작용이 용이해 오히려 인기를 얻는 경우를 언급하며, 향후 성장을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고사양 기술의 개발이 아닌 VR, AR, 홀로그램 등 기술적 요소에 따른 메타버스의 세분화와 적절한 컨텐츠의 개발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메타버스는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만능은 아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은 우리에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체험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윤기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는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의 산업동향란에서 이르면 2020년대 중반부터 시작될 메타버스 관련 기술의 완숙을 기점으로 정치, 제도, 경제, 사회, 기술 등 다방면에서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메타버스가 신기루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컨텐츠를 통한 자체적인 시장성을 확보해야 한다. 가상 체험을 통한 교육과 행정 및 은행 업무의 간편화 등 메타버스의 활용 분야를 확장하려면 관련 기기에 대한 개발 및 보급과 더불어 몰입감있는 메타버스 컨텐츠의 구현이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기술과 UI의 발달로 메타버스가 일방적인 소비에서 유저 자체적인 스튜디오 생산으로 전환된 만큼 이러한 생산방식에 대한 기업들의 활용과 이해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도 단순 관심 환기에서 나아가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위한 기업과의 상호헙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지적재산권 침해나 범죄수익 은닉 등 법적 문제에 대한 검토와 제도적 보완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잠재력을 지닌 메타버스가 단순 투기와 오도로 인해 그 가치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메타버스와 그 활용에 대한 진지한 숙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재용·정서영 기자
202115004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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