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혁신의 상징에서 규제의 대상으로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네이버 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과 같은 온라인 빅테크 금융플랫폼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이를 어길 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함에 따라 행해진 조치이다. 이에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규제에 합세해 유사 법안을 발의하면서 플랫폼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이를 둘러싼 배경을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발등에 불 떨어진 빅테크

 

지난달 22일 금융위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온라인 금융 플랫폼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계도기간 종료를 이틀 앞두고 금소법 위반 소지가 있는 서비스를 개편하지 못하면 서비스를 중단토록 결정했다. 또한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시 적용해야 하는 의무 가이드라인을 내년 5월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NHN페이코, 핀크 등 다수 플랫폼이 줄줄이 서비스 개편 중이며, 규제 이슈로 인해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가총액과 주식이 단기간에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약 18조억 원, 카카오는 약 11조억 원의 시가총액 감소를 기록했다. 한편 카카오페이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오는 10월 예정이었던 상장을 또다시 늦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금융 플랫폼은 금융상품의 정보를 전달하면서 펀드와 보험 등 각 상품의 계약 내역 관리 기능을 제공해왔다. 금융위는 이같이 모든 계약 절차를 해당 플랫폼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 금소법상 광고가 아니라 중개행위로 판단해 이를 시정하도록 규제했다. 초기 금융당국은 대상 기업들이 며칠 내로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로 대응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에 한해 올 연말까지 자율시정을 유도할 것이라며 제재를 부분 완화했다. 현재 네이버 파이낸셜은 해당 법안을 적용받지 않아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카카오페이는 일부 보험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공정위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0일 주한유럽상공회소(ECCK) 조찬 간담회 강연에서 조 위원장은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해 편리함 증대에 비해 불공정 행위와 소비자 피해 등의 부작용 우려가 크다고 언급했다. 또한 올해 말부터 거대 플랫폼을 대상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심사기준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과점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함께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으로 인한 여러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주된 이슈는 플랫폼과 사업체 간 갑을관계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택시가 올해 초 출시한 월 99,000원의 유료배차권은 구매자에게 ‘콜 몰아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화두에 올랐다. 또한 카카오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얻은 수익에도 수수료 지불 의무가 있어 기사들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모기업인 카카오도 지난 7월 개인 사업자 대상 저작권 갑질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카카오는 공모전 수상작을 가공한 2차 저작물의 작성 권한을 회사에 넘길 것을 공모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신진 작가들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며 제동을 걸었다.
플랫폼으로 이용자를 모은 후 분쟁 해결에선 발뺌하는 상황도 문제다. 지난 1월 네이버가 인수한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에서 국내 웹소설과 웹툰의 불법 번역판이 유통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네이버 측은 신고가 접수되면 바로 삭제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적판이 끊임없이 올라와 피해가 막중한 가운데 작가들은 네이버가 저작권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계뿐 아니라 온라인쇼핑 중개, 소상공인 대상의 광고 사업에서도 불공정 거래가 일어났을 때 주도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판받은 바 있다.

거대 플랫폼에 의한 피해는 사업체를 넘어 소비자에게까지 퍼지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의 약 40%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플랫폼의 알고리즘 조작 사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쿠팡은 자체 브랜드 상품이 우선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네이버는 지난해 알고리즘 조작으로 입점 업체나 자사의 동영상을 메인페이지 상단에 올리는 등 시장 지배력 남용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데이터 독점이 이뤄지면 한번 시장에서 밀린 플랫폼은 더욱 경쟁력을 잃어 기존 플랫폼의 시장 독점이 강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시장지배력이 압도적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것은 이중적 지위를 악용하는 행위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국회에선 지난달 10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용자 수, 매출액 등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다른 사업자 또는 이용자가 요청할 경우 정보를 공유해 사업자 간 데이터 격차를 완화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공룡 플랫폼’의 질주 막으려면

 

정부는 최근 들어 이른바 ‘공룡 플랫폼’의 독과점 현상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본격 규제에 나섰다. 공정위는 다음 달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심사지침을 제정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할 것을 밝혔다. 기존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매출액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파악했지만 이번 지침을 통해 앱 다운로드 수와 보유 데이터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공정위는 지난 1월에 발의됐으나 담당 부처 간 갈등으로 표류하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다시 추진 중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불공정 거래 행위 단속과 영세 입점 업체의 재빠른 피해 구제가 더욱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플랫폼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를 다룬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도 발의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한편 정치권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호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구글 인앱(In-app) 결제 방지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국내 기업 갑질 규제법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플랫폼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겠다고 발표했고, 당내 기구인 을지로 위원회는 간담회를 열어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플랫폼 기업 규제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으며,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플랫폼 독점방지법 발의를 예고했다. 이같이 내년 다가올 대선을 앞두고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제재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지난 6월 ▲플랫폼의 자사 제품 우대 및 차별적 취급 금지법 ▲잠재적 경쟁자 인수합병 규제법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데이터 권익 보호법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반독점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외에도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시장법과 디지털 서비스법을 발표하면서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사전규제를 실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 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융위와 공정위의 지나친 규제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플랫폼 규제가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 기업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쳐보기도 전에 희생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무조건적 규제가 아닌 방향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어 “EU는 자국 소속의 강력한 플랫폼 기업이 없었고, 미국은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거대 플랫폼이 작은 플랫폼이 아예 경쟁할 수 없도록 경쟁 왜곡을 하니까 규제에 들어간 것”이라며 “중간격인 우리나라는 어느 수준에서 플랫폼 정책을 펼칠 것인지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즉 시장 유지를 위한 규율을 만들되 이를 위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며, 기업들 역시 기존 업계와 협업하는 태도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칼 빼든 정부, 독점은 끝나나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한때 혁신의 상징으로 군림했으나, 현재 이들의 지나친 독과점 현상으로 인한 파장은 수많은 이용자와 소상공인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장 균형과 업계에 새로운 전환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도한 규제가 신생 기업들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규제와 혁신 사이의 적정선을 추구하는 적절한 대책 강구가 필요해 보인다.

최혜지·이정윤·정서영 기자
chj041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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