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 문화

1년이 넘도록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 사태로 학생들로 가득 찼던 캠퍼스는 여전히 휑한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온 학생 주도의 활동은 장기적인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단절될 위기에 놓인 대학문화 현장의 목소리를 The HOANS에서 직접 들어봤다.

 

코로나19 이전의 대학은 여러 행사와 축제를 비롯해 학생들의 풍부한 활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본교도 ▲4.18 구국 대장정 ▲5월의 대동제와 입실렌티 ▲9월 개최하는 고연전 등을 바탕으로 활기찬 학내 문화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생기를 띠던 학내 분위기는 침체했고, 학생들이 주로 참여하는 대면 활동은 거의 시행되지 못했다. 이에 대대로 이어진 대학문화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단절될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면 활동에 제약이 가해지며 행사뿐 아니라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에도 차질이 생겼다. 대면이 필수적인 공연이나 실험 관련 동아리는 거의 활동을 하지 못한 데다 기존에 대면으로 진행됐던 학생회 사업들도 대부분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해야만 했다. 위기 속 대학문화를 이어 나가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위기에 처한 대학문화 현장

 

학내 행사와 동아리 활동, 학생회 사업 등 학생 활동으로 대표되는 대학문화는 코로나19 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다. 대면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부분의 학생 활동이 비교적 불완전한 비대면 시스템을 통해 진행됐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학내 문화 중 하나는 동아리 활동이다. 전보다 학교를 찾는 학생이 줄었으며, 활동 및 사업을 위해 만나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매년 4.18 구국 대장정에서 문선을 선보이는 정치외교학과 몸짓패 ‘초아’의 패장 전수빈(정외 20) 씨는 “문선은 진입 장벽이 높아 보이는 특성상,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보여주고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새내기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며 “그러나 코로나 상황으로 대면 활동이 어렵고 4.18 대장정도 2년 연속 취소돼 신입 부원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학생회 활동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경대학 학생회 교류학술국원 정해원(통계 18) 씨는 “새터나 간식행사 등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학생회 중심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히며 “대부분 처음 겪는 문제였기 때문에 이전의 사례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도 많지 않았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행사의 경우 홍보·주요 과정이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져 SNS를 잘 하지 않는 학우라면 소식을 전달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행사 진행상 어려움을 전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대학문화를 이어 나가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본교 동아리 연합회(이하 동연)·애기능 동아리 연합회(이하 애동연)가 각각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동아리 박람회를 개최했다. 침체한 학내 동아리 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활동을 장려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동연·애동연 소속 동아리뿐만 아니라 연합회에 속하지 않은 일반 동아리도 다수 참여해 온라인으로 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단과대 차원에서도 무기한 정지됐던 행사를 비대면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교류반’끼리 모여 매년 행사를 주최하는 것이 관례였다. 1년이 넘도록 행사를 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정경대는 지난 4월 연세대 사회대와의 온라인 교류전 ‘관포ON교’를 통해 비대면을 통한 교류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행사 TF팀에 참여한 연세대학교 20학번 최혜인 씨는 “비록 비대면으로 진행됐지만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이 보람찼고, 고려대 학우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어서 축제 기간 내내 즐거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상황의 근본적인 개선은 코로나19 종식 없이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의 경우 지난달 15일 “(코로나로 인한) 공백 기간과 이에 따른 응원 문화의 존폐 문제”를 이유로 들어 응원단을 중심으로 응원 OT 개최를 시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한 학내외 여론을 감안해 취소해야만 했다. 비슷한 대학문화를 지닌 본교도 지난 3월 진행한 응원 OT를 포함해 2년째 응원 관련 행사를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대학문화의 침체가 동시에 악화하는 이 시점에서 학생사회의 고민도 날로 깊어지는 모양새다.

 

단절된 문화 속 현장의 목소리

 

코로나19 사태가 어느덧 2년째에 접어들었다. 대학이라는 공간을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한 20·21학번도, 그런 후배를 지켜보는 이전 학번에게도 이전의 생기를 잃은 대학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각 학번 학우의 말을 들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 A씨(정외 19): 비대면으로 집에서 수업을 듣는 환경이다 보니, 복작거렸던 캠퍼스나 동기들과 함께했던 MT 등등 추억이 많이 떠오르고 그립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많이들 무기력해진 것 같다. 코로나 이후 대학 문화가 많이 바뀔 것 같은데, 청춘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는 꼭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또 아직 대학 생활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 B씨(자전 20): 새내기 때 학교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주변에서 활동 모집 소식 등을 들으며 학생회, 과 동아리 등에 좀 더 관심을 가졌을 텐데, 관련 공지를 톡방에서 일일이 찾아야 하다 보니 활동에 지원할 생각을 많이 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또 고연전 같은 학내 행사의 경우 새내기 시절에는 행사를 못 즐기는 아쉬움이 컸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다 보니 거의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어서 코로나가 회복돼서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 C씨(경제 21): 기숙사에서 거주해 코로나 상황임에도 동아리나 학과 내 활동을 찾아다녔다. 현재 한 스포츠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는데, 활동에 특정 장소가 필수적이라 참석 가능한 인원만 4인 이하의 조를 짜 활동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동아리 회원을 알지 못해 활동에 참여할 때마다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반적으로 동아리에서 얻을 수 있는 친목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쉽다. 코로나19가 회복돼 단체 활동을 중심으로 한 동아리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다시 캠퍼스에서 모일 날을 위해

 

코로나19가 완화, 혹은 종식돼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동아리나 학생활동들은 다시금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정대 교류학술국원 정해원 씨는 “코로나 이후에는 학생회의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학우들께 더욱 명확히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사명감과 책임감을 지니고 학내 활동이 다시금 정상화될 때를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초아를 이끄는 전수빈 씨도 “4.18 구국 대장정에서 공연도 하고 다양한 연대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며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대학문화는 단순히 대학이라는 집단의 행동 양식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학생이 되기까지 쉼 없이 달려온 이들이 처음으로 사회를 마주하고, 동기·선배와 어울려 많은 추억을 쌓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대학문화다. 코로나19라는 벽이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잠시이기를 기도하며, 캠퍼스에서 다시금 활기찬 대학문화를 가꿔 나갈 그 날을 기약해본다.

최승원·김동현 기자
202015006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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