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개혁 시동 건 정부, 종착지는?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인력의 부족 및 지역 간 불균형은 K-방역의 아픈 손가락으로 드러났다. 이에 의료인력 확충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민주당은 지난 4·15총선에서 의대 정원 확대 공약을 내세우며 이를 대변했다. 이러한 의대 정원 확대 논란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을 The HOANS에서 짚어봤다.

 

정부가 쏘아 올린 논란의 공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의료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의료격차 문제는 올해 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대구․경북 지역의 사례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전국 각지의 의사들이 자원했고 260여 명의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됐으며 국방부 소속의 군의관도 조기 투입해 코로나19 대응에 나섰다. 그럼에도 해당 지역의 의료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평해진다. 이에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통해 향후 제2, 3의 코로나 사태 발생 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민을 위한 의료체계 개선과 국가적인 의료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가 “최소한의 필요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한 이유로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의료격차 해소를 들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만 명 당 임상의사 수는 23명으로, OECD 평균인 34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방 병원에서는 의사가 부족해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속 제기돼왔다”며 응급환자를 신속히 치료하지 못해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방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후 지난 7월 23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정책을 구체화했다. 정부는 본 발표에서 2022년부터 10년간 연 400명씩 총 4천 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증원되는 400명 중 300명은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뽑는다. 이들은 재학 기간 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으며 특정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중증·필수의료에 의무적으로 종사해야 한다. 불이행 시 기존에 지급된 장학금은 환수되며 발급받은 의료면허도 취소된다. 나머지 100명은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소아외과 등 특수·전문 분야(50명)와 의과학 분야(50명)로 선발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2018년 폐교된 이후 전북대와 원광대에 잠정적으로 흡수된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해 전북권에 2024년 국립공공의료대(이하 공공의대) 개교를 목표로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공공의대는 역학조사관, 감염내과 등 필수분야 인력을 양성해 주로 공공의료기관에 배치한다.

 

의료계에 떨어진 날벼락

정부의 입장발표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포함한 의료계는 부정적인 여론을 내비치며 즉각적인 반발에 나섰다. 의협은 OECD국가의 인구 대비 평균 의사 수와 비교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태도가 근시안적이며 별도로 한국의 의사 증원율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 회원국의 연평균 의사 수는 0.5% 증가하는 반면 한국은 연평균 3.1% 증가해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2028년 이후 OECD 평균 의사 수를 넘어서게 된다. 한편 의료계 측은 OECD 보건통계자료를 인용하며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진료 횟수가 연간 16.9회인 반면 OECD 평균은 6.8회라는 점을 들어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협은 생명과 직결된 과(바이탈과)와 이외의 과 간 지원자 수 격차나 지역 간 의료격차를 일으키는 원인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오히려 의료 인원을 바이탈과와 지방으로 유인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해 현재의 양극화된 양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김형철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대변인은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의 ‘훅 인터뷰’에서 부족한 지역 의료 해결을 위한 현장의 요구를 묻는 말에 “의사들이 지방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덧붙여 지방은 다양한 환자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므로 “서울에서 수련을 받고 지방에 내려가서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지방에서 수련을 받은 의사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공공 의대 신설과 의대 인원 지역 강제 배정에 관해서도 의료계는 불만을 표한다. 필수 복무 기간을 마친 후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의사 인원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정부의 정책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수련 기간을 제하면 의무 복무 기간은 3년이다. 김 대변인은 “해당 기간이 지나고 모두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은 공공의대를 먼저 설립한 일본에서도 발생한 문제”라며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지속되는 강대강 대치

의협은 지난달 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의대 정원 확대 계획 철폐 ▲공공의료대학 설립 계획 철회 ▲한방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비대면 진료 육성책 폐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민관 협력체계 구축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의협 측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기존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확고히 했다. 이후 의협은 파업 강행 의지를 표출했고 이어진 14일 1차 총파업에서 협력체계 구축을 제외한 나머지 4개의 요구안을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철회를 요청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이며 불응 시 강력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시 처벌이 가능하다. 이에 김 대전협 대변인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협박”에 가까운 정부 명령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정세균 국무총리와 대전협 간 협상이 진행된 결과, 전공의들은 지난달 24일부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진료에 국한해 복귀를 결정했다.

의협은 26일 2차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와 새벽에 걸쳐 논의를 진행했지만 접점은 찾지 못했다. 이에 26일부터 사흘에 걸친 제2차 전국 의사 총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지난 1차보다 늘어난 파업 일수에 각종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정부는 행정력을 동원해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한 전공의 10명을 고발했다. 이후 업무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진 인원 4명에 대한 고소는 취하됐으나 의협 측에서 업무개시명령의 근거가 된 의료법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겠다고 밝히는 등 의료계의 반발이 거셌다. 2차 총파업이 마무리된 28일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에 “부당한 공권력의 폭거 중단”을 요청했고 “정책 전면 철회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시 이번 달 7일부로 제3차 전국 의사 총파업을 무기한 일정으로 돌입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정부의 제안이 오면 진정성 있게 협상하겠다”고 밝혀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놓은 상태다.

전국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집단행동이 시작됐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의과대학 동맹휴학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비 찬성 비율은 91.3%를 기록해 전국 의대생 동맹휴학 시행이 의결됐다. 다음날인 19일에는 의대협 회장 조승현 씨가 휴학계를 제출하며 전국 의대 동맹휴학의 출발을 알렸다. 의사 국가고시(이하 국시) 거부 관련 설문조사도 진행됐고 응답자 대비 찬성 비율 88.9%로 국시 거부 건 역시 의결됐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91%의 응시자들이 모두 국시를 거부할 경우 내년에 배출되는 의사는 250여 명으로, 기존의 8% 수준으로 떨어진다.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브리핑에 따라 국시는 일주일 연기된 상황이다. 한편, 휴학 또는 유급으로 본과 4학년 학생이 졸업을 하지 못할 경우 약 3천 명의 신규 의사들이 배출되지 못 할 뿐 아니라 의과대학은 신입생 선발에 문제를 겪게 된다.

 

의료계의 미래, 어디로 향하나

약 3만 명의 의료인이 참가한 제1차 전국 의사 총파업에서 박 장관은 “환자들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진료 중단을 통해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행동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31일 대전협 측에서 의료정책 철회 시에만 진료거부를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다음날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철회 요구가 반복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철회가 불가능한 이유를 재설명한 바 있다. 3차 총파업이 예정된 지금까지도 정부와 의료계의 주장은 맞물리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고 있다.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해결방안에 있어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민지·민건홍·이채윤 기자

minji113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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