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끊기고, 탈 많은 중간고사

지난달 4일 본교 교무처는 중간고사 실시 방식을 공지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지난 학기까지 ▲온라인 시험 ▲과제 대체 방식을 권고해온 것과 달리 담당 교원의 재량에 따라 대면·비대면 방식을 결정하도록 했다. 정부의 ‘위드코로나’ 선언으로 타 대학들도 대면시험을 확대하는 가운데 본교도 상당수의 시험이 대면 방식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시험도 병행되면서 두 방식이 혼재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The HOANS가 온·오프라인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달 25일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내부 장애로 멈춰서면서 전국적으로 큰 혼선을 빚었다. 오전 11시 20분부터 약 40분간 이어진 먹통 사태에 온라인으로 중간고사를 치르던 본교 재학생들도 시험에 차질이 생겼다. 학내 커뮤니티에는 ▲시험 창 접속 ▲시험 응시 후 제출 ▲교수자와의 소통 불가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글이 이어졌다. 당시 교양 중국어 중간고사에 응시했던 문과대 재학생 A 씨도 KT 통신 장애로 락다운 브라우저에서 튕겨 나가면서 줌과 콜라보레이트로 재접속해 시험을 치러야 했다. A 씨는 “기존 응시자들은 중국어 병음을 타자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봤지만 재접속자들은 한자를 수기로 작성해야 했다”며 네트워크 문제로 인해 응시 방식이 바뀌며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종료 시각이 지연되면서 다음 시험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성적이 무효처리 돼 재시험을 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일이긴 하나 전국적으로 인터넷 마비가 발생하면 온라인 시험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KT 사태처럼 네트워크 오류의 책임소재가 명확한 경우 교수자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겠으나, 학교 측이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대처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일반적인 네트워크 문제로 발생하는 불이익은 수강생이 감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네트워크 문제로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본교를 찾아와 온라인 시험을 치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학기 경제원론 중간고사에서 네트워크 문제를 경험했던 B(경제 21) 씨는 “학교까지 왕복 2시간 거리임에도 불안한 마음에 항상 학교에서 시험을 응시했다”며 대면시험과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외에도 온라인 시험의 특성상 부정행위에 취약하다는 문제도 계속 지적받고 있는 등 온라인 시험에서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 거주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과 대면시험의 혼재 ▲2주간의 시험 기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강의가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시험만 대면으로 실시하다 보니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시험 응시만을 위해 본교를 방문해야 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 모(경제 21) 씨는 “1교시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아침 6시에 집에서 출발했다”며 대면시험에 부담감을 내비쳤다. 이어 김 씨는 “비대면 수업 후 곧바로 대면시험이 있어 휴대폰으로 강의를 들으며 이동해야 했다”며 다른 수업에도 지장이 생겨 곤란했던 경험을 전했다. 이외에도 2주간의 시험 기간으로 대면시험이 며칠에 걸쳐 실시되면서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외국에 체류하는 재학생의 경우 시험 응시만을 위해 입국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지만 그 인원이 적고 본교의 지침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교수자는 형평성을 위해 페널티를 부여하거나 개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한국거시경제분석의 경우 온라인 시험에 대한 페널티로 50점 만점에 15점을 감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대처가 공정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영향력 아래 시험을 치룬지 어느덧 4학기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전국적인 네트워크 오류나 온·오프라인 방식의 혼재로 학생들이 혼란을 겪는 등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험은 성적에 반영되는 비율이 가장 큰 만큼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 지침의 재검토가 절실하다.

김동현·유민제 기자
justlemon2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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