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양제’를 향한 세계의 시선

지난 6월 3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이하 홍콩 보안법)이 통과됐고 7월 1일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기존 ‘일국양제’의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미국과 영국 등 각국이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이에 The HOANS에서 홍콩 보안법과 그에 대한 반응을 짚어봤다.

 

홍콩 보안법의 중심 내용은 국가 분열·정권 전복·테러리즘·외국 세력과의 결탁을 유도하는 행위의 처벌 및 집행 기관 설치이다. 해당 범죄는 최고 무기 징역형으로 처벌되며, 홍콩 국가안보수호공서(이하 국가안보처)가 홍콩 내부에 별도로 설치돼 중국 측이 지정한 위원장이 보안법을 시행한다. 이외에도 중국 당국이 임명하는 홍콩 행정장관이 보안법 관련 재판의 재판관을 직접 지명할 수 있으며 홍콩 내 사건에 대한 중국의 직접적 개입도 가능해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홍콩의 자유와 사법권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홍콩: 탄압받는 보안법 반대파

중국 정부는 법안을 강력하게 집행하며 반대 세력을 억눌렀다. 정부는 홍콩에 무장 경찰 200명을 파견했고 현지에서 공안업무를 감독하는 국가안보처에 강경파 정옌슝을 수장으로 임명했다. 홍콩 보안법 반대 세력이 시위를 통해 맞서고 있지만 정부 측의 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안 시행 다음 날에만 360명이 체포됐고, 지난달 31일 경찰이 후추 스프레이를 동원해 집회를 강제해산하는 등 보안법 반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이 계속되고 있다. 강경 대응에 위협을 느낀 민주계열 시민단체는 대부분 해산했다. 지난 우산 혁명을 주도한 조슈아 웡, 아그네스 초우, 네이선 로 전 주석 등이 이끌던 데모시스토당은 지난 6월 30일 해산을 선언했다. 홍콩민족전선과 학생동원도 홍콩 본부를 해체하고 해외에서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민주파에 대한 탄압은 시민단체에 그치지 않았다. 이달 6일로 예정됐던 홍콩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홍콩 보안법 공개 반대와 정부에 불충함을 사유로 민주당 인사 12명의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이후 코로나19를 이유로 선거가 1년 연기되자 야권에 패배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정부의 이런 행보에 세계 각국이 비판을 가했다. 지난달 9일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5개국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홍콩 정부의 부당한 자격박탈과 입법회 선거 연기를 심각히 우려한다”고 밝히며 출마자격 복구와 빠른 총선 실시를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하며 선거 연기 역시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평했다.

 

미국: 강력한 경제적 제재

미국 정부는 홍콩 보안법에 강하게 반발하며 제재 방안을 내놓았다. 대표적으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이 있다. 본래 미국 정부는 홍콩을 중국과 분리해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에만 한국과 일본 등 우방 국가 수준의 ▲관세 ▲무역 ▲투자를 용인하는 특별지위를 부여했다. 이를 기반으로 홍콩에서 세계 100대 은행 중 70여 개 은행이 사업을 펼칠 만큼 홍콩은 세계로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 왔다. 그러나 지난 7월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돼 금융허브로서의 메리트를 다수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무관세 특혜 폐지로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25%의 추가 관세가 홍콩 제품에도 부과된다. 또한 무비자 협정 폐지에 따라 상호 비자 발급이 의무화되고 다국적 기업이 홍콩에서 이탈해 홍콩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달러 페그제’ 폐지까지 언급했다. 달러 페그제란 홍콩의 통화 가치를 미국 달러 대비 일정 범위에서만 움직이도록 묶어두는 제도로 홍콩 투자에 대한 해외 자본가들의 위험 부담을 경감한다. 물론 홍콩과 연결된 여러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 페그제 폐지가 실현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특별지위 박탈과 페그제 폐지가 맞물린다면 홍콩의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 중국 정부 재정에 부담을 가하며 위안화 가치 하락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미국은 홍콩과 거래한 외국 은행 제재, 군사 장비 및 첨단 제품 수출 제한 등 다방면의 규제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영국: 홍콩시민의 도피처?

영국은 미국 못지않게 홍콩 보안법을 강하게 비판하며 제재에 나섰다. 영국은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이뤄졌던 영·중 공동선언을 비판의 근거로 내세웠다. 해당 선언에 중국이 적어도 2047년까지 하나의 국가 내에 공산주의, 자본주의 두 개의 체제를 갖는 일국양제를 유지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홍콩 보안법은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영국은 홍콩 시민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범죄인 인도조약을 무기한 중단하고 1989년 이후 중국에만 적용해온 무기 금수 조치를 홍콩으로 확대해 화기 등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지난 7월 15일에는 사이버 안보에 화웨이가 위협이 된다며 자국 내 모든 통신사에 2027년까지 화웨이 5G 네트워크 제품 전면 철거를 지시했다. 영국이 홍콩에 행사한 중요한 정책 중 하나는 시민권 부여다. 영국 정부가 영국해외시민(BNO, British National Overseas) 여권을 소지한 홍콩 시민에게 영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 권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BNO 여권은 영국이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1997년 7월 1일 홍콩 출생자에게 발급한 재외 교민 여권으로 소지자는 영국에 무비자로 6개월간 체류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BNO 여권 소지자가 5년간 영국 거주 및 취업이 가능하도록 이민법을 개정할 계획이며, 거주 5년 뒤에는 정착 지위를 제공하고 다시 1년 뒤에는 시민권 신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기준 약 35만 명의 홍콩 시민이 BNO 여권을 소지하고 있고 1997년 7월 1일 이전 출생자는 언제든 여권 신청이 가능해 250만 명이 추가로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이는 홍콩에서 자본뿐 아니라 인구까지 빠져나가는 이른바 ‘대탈출’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실현된다면 중국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 미국과 중국 그 사이

한국은 홍콩 보안법을 반대하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으나 지리적 인접국이자 최대 교역국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과의 관계도 중시하고 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우리 정부는 홍콩 보안법에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 6월 30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김인철 대변인은 “영·중 공동성명의 내용을 존중하며, 홍콩 기본법에 따라 홍콩이 일국양제 하에서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고 안전과 발전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첫 성명 발표과 비교할 때 홍콩의 자치가 중요하다는 내용은 추가됐으나 홍콩 보안법 문제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일본에 비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이 나온다. 중국은 한국의 중립적인 태도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한국과 관계를 강화하려 한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중국 인민대학 청 샤오허 교수는 “한국이 홍콩 보안법 강행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들에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넥스트 홍콩은 어디? 조용한 韓 정부

한편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등 세계 각국의 제재로 다국적 기업에 있어 아시아 거점 국가에 대한 선지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다음 아시아 금융허브를 향한 경쟁이 치열하다. 싱가포르가 낮은 법인세율을 장점으로 그 대체지 역할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대만 역시 정부 주도하에 다국적 금융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나가고 있다. 일본은 비자 발급 요건 완화, 세율 경감 등 ‘국제금융도시 도쿄’ 계획을 추진하려는 모습이다.

이와 달리 우리 정부는 뚜렷한 대응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16일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에서 높은 법인세와 소득세, 불투명한 금융 규제 등이 금융허브로의 발전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에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금융 규제 감독상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센터는 “중장기적으로 금융허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제금융특구 육성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의한 바 있다. 아시아 금융허브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 내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금융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정책 변화를 추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제동·김원겸·민재승 기자

hhjd200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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