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만의 대회가 돼버린 베이징 올림픽

지난달 20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폐막했다. 이번 올림픽은 지난달 4일 개막해 총 16일 동안 91개국, 2.871명의 선수가 참가해 15개 종목, 109개 세부 종목에서 자웅을 겨뤘다. 하지만 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해 대내외적으로 국력을 선보이겠다는 중국의 의도와는 달리 이번 올림픽은 대회 안팎에서 수많은 논란이 발생하면서 되려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은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을 시작으로 대회 도중 편파 판정과 도핑 논란, 열악한 선수촌 시설과 중국의 초 국수주의적 행보가 속속 불거지면서 이번 대회는 ‘21세기 최악의 올림픽’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올림픽 중 벌어졌던 혼란스러운 사건 사고와 문제점을 The HOANS에서 다뤘다.

 

시작부터 엇나간 축제

 

 

이번 올림픽은 위구르 지역에서 벌어진 중국의 인권 탄압을 둘러싸고 서방 국가들이 대대적인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그 불안한 시작을 알렸다. 외교적 보이콧은 대회에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는 외교상의 항의를 의미한다. 지난 12월 미국이 공식적으로 보이콧을 선언한 후 동맹국인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이 줄줄이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올림픽을 향한 보이콧이 확대됐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 밖에 일부 국가는 오미크론 유행 등을 이유로 파견단을 줄이면서 결국 올림픽 개막식에는 21개국 정상만이 참석했다. 2008년 열렸던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에 68개국 정상이 참석한 점을 고려하면 인권 탄압과 코로나19로 반중 감정이 격해져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 올림픽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중국 당국이 개막식에서 보인 문화공정으로 더욱 불붙었다. 중국의 56개 민족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국기인 오성홍기를 함께 옮기는 순서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면서 한국 문화 침탈 논란이 커졌다. 외교부는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했지만 국내 반중 감정은 식지 않는 모양새다. 중국의 문화공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도 조선족 가무단이 한복을 입고 아리랑 민요에 맞춰 춤을 춘 선례가 있었다. 최근에는 한복뿐만 아니라 김치 등 한국 전통문화 및 역사를 자국 문화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꾸준히 보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역시 베이징 올림픽에 심각한 악재가 됐다. 통상적으로 올림픽 기간에는 개막 전 1주일부터 패럴림픽 폐막 후 1주일까지 모든 회원국이 적대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유엔 올림픽 휴전 결의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군대를 배치하고 군사 훈련을 시행하는 등 긴장 상태를 끌어올렸다. 중국 정부 역시 올림픽 기간 내 전쟁 발발을 극도로 의식하는 태도를 보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이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올림픽 종료까지만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올림픽이 끝난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판정시비와 도핑으로 얼룩진 대회

 

한편 대회 진행에서도 이번 올림픽은 상당한 구설에 올랐다.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한국의 황대헌, 이준서 선수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을 당해 세간의 공분을 샀다. 결승전에서도 헝가리 선수가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고도 페널티가 부과돼 중국 선수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차지하는 등 일반적인 홈 어드밴티지를 상회하는 편파 판정이 진행됐다는 분위기다. 편파 판정 논란은 다른 종목에서도 이어졌다. 쇼트트랙 혼성 계주에서 중국 대표팀은 후발 주자 출발을 위해선 필수인 선수 간 터치가 없었음에도 실격당하지 않았으며 스키점프에서는 복장 규정문제로 유력한 경쟁국 4개국이 동시 실격되는 촌극이 발생했다.

올림픽 정신을 뒤흔드는 도핑 스캔들 또한 터져 빙상계에 큰 충격을 줬다. 세계적인 신예로 손꼽히는 러시아 피겨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는 경기 전 도핑이 적발됐지만 이후 경기에서 출전 허가를 받는 등 올림픽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러시아는 이미 도핑 논란으로 올림픽에서 자국 명 및 국기 사용 불가 조치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국가 주도의 도핑 스캔들을 의심받고 있다. 이외에 러시아 피겨계를 대표하는 투트베리제 코치 팀 내부에서의 선수 간 갈등이나, 코치들이 선수의 머리를 잡고 돌리거나 욕설을 하는 등 인격 모독에 가까운 지도 방식이 다시금 부각돼 러시아 피겨계가 곤욕을 치렀다.

판정과 경기 운영의 공정성 문제 외에도 미숙한 대회 진행은 갖은 잡음을 만들었다. 가장 논란이 컸던 쇼트트랙에서는 경기장 온도관리 미숙으로 악화한 빙질이 선수들의 잦은 낙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수촌 시설과 음식에서도 미흡한 운영은 지속됐다. 핀란드 스키 선수 카트리 릴린페레가 지난달 10일 SNS에 게재한 선수촌 내부 영상은 천장이 새 물이 바닥을 덮고 차오르는 열악한 선수촌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식사 역시 음식 종류가 670여 종이라는 등 우수성을 강조한 조직위원회 측 홍보와는 달리 음식의 질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의 악명높은 인터넷 검열 또한 논란 선상 위에 올랐다. 올림픽 동안 선수 및 관계자가 사용해야 하는 ‘MY2022’ 애플리케이션은 해킹 및 검열 이슈가 불거졌다. 앱에서 검열 및 감시 대상에 오른 단어 목록이 발견되는가 하면 개인정보 보호가 취약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올림픽에 참가한 외신들 또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검열 시도에 불만을 표했다.

 

국수주의로 점철된 올림픽 정신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3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분위기를 대폭 고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올림픽 분위기가 전 세계에서 예전만큼 뜨겁지 않은 이유에 대해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다반사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성화 봉송을 자국 체제 선전에 활용했다. 성화 봉송에는 중국의 우주 굴기를 주도한 과학자와 우주비행사를 비롯해 공산당 간부 및 중국군 장교들이 대거 참여했다. 개막식에서는 위구르 출신 선수를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선정하며 ‘하나의 중국’ 기조를 드러내 인권 탄압에 대한 서방국의 비난에 사실상 맞불을 놓기도 했다.

중국의 정부의 이러한 정치적 행위는 중국 대중이 이러한 기조에 호응해 올림픽에서 민족주의적, 국수주의적 감정을 드러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쇼트트랙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대헌 선수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이 중국 네티즌들에 의해 욕설로 도배되는 상황을 맞았다. 애국주의 여론은 타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자국 선수들 또한 압박의 대상으로 삼았다. 메달이 곧 국격을 대변한다는 인식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이 국격을 낮췄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CNN에 따르면 여자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실수를 범한 주이 선수는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그녀를 비판하는 해시태그가 단 몇 시간 만에 2억 회 이상 올라오고 서툰 중국어 실력에서 인신공격을 당하는 등 광범위한 비난을 받았다. 이에 반해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구아이링은 금메달 획득 후 수십 개의 광고가 들어오는 등 대비되는 모습이 보여 과도한 성적 지향 주의의 일면을 보여줬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러한 여론을 오히려 조장하면서 자국 선수들의 경기 장면 및 금메달 시상식을 반복적으로 중계해 애국심을 고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애국주의를 강박적으로 조장하는 배경에는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시도가 있다고 여겨진다. 2022년 하반기에 개최되는 제20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안정적으로 재지명되기 위해선 올림픽을 성공 개최라는 명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앞서 타국의 외교적 보이콧에는 스포츠 정치화라며 반발했던 것에 반해 자국의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스포츠의 정치화를 서슴없이 저지른 중국의 행보는 중국이 세계의 축제인 올림픽을 오로지 시 주석만을 위한 축제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훼손된 감동

 

2022 베이징 올림픽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시작된 한·중·일 올림픽의 마지막을 장식할 대회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을 제외한 모두에게 악몽과도 같은 대회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대회 전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부터 ▲개막식 문화공정 ▲편파판정 ▲도핑 논란 ▲지나친 애국주의 등으로 평화로워야 했을 올림픽은 구설에 올랐다. 화합의 축제였어야 할 올림픽을 정치 목적으로 이용한 것 역시 비판 대상이 됐다. 앞으로 개최될 스포츠 대회가 악습을 일신하고 공정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이정윤·신재용 기자
justinmanu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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