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방지 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8월 말 서울 송파구에서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재범 방지 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자발찌 장치와 가출소 등 기존 제도의 맹점과 이번 사건 이후 재점화된 여러 논란을 The HOANS에서 살펴봤다.

 

지난 8월 말 발생한 이른바 ‘전자발찌 연쇄살인 사건’의 가해자 강윤성 씨는 1차 범행 후 전자발찌를 절단하고 경찰의 추격망을 피해 2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강 씨가 1차 범행 후 도주하자 담당 보호관찰소는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고 공조를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훼손 지점으로 즉시 출동했으나 전자발찌를 훼손했다 하더라도 체포영장 없이는 주거지 수색이 불가능하다는 법적 한계로 인해 집 내부를 수색할 순 없었다. 이후에도 2차 범행 전날 경찰은 강 씨가 두고 간 렌터카를 발견했지만 차량 내부를 수색하지 않아 흉기와 전자발찌 절단기 등의 주요 증거물을 놓치는 등 확실한 사전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으로 ▲보호감호 ▲보호관찰 ▲보호수용제 ▲성범죄자 신상 공개 제도를 포함한 재범 방지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드러난 재범 방지 시스템의 허점

 

이번 사건 이후 전자발찌 장치 자체의 문제점과 관리·감독 제도의 허술함에 대한 비판이 많다. 2008년 전자발찌를 통해 범죄자를 감시하는 전자 감독 제도가 도입된 이후 재범률이 가시적으로 감소했다. 법무부의 ‘전자 감독 대상 범죄 군별 동종 재범률 비교’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사범은 해당 제도가 없었던 당시 14.1%의 재범률을 보인 데 반해, 제도 도입 후의 재범률은 2.1%로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장치를 훼손한 채 범행을 저지르는 사건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법무부의 ‘2020 범죄예방정책 통계분석’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의 전자 감독 대상자의 장치 훼손 사례는 연평균 15.5건이며, 2014년 훼손율은 0.28%에 불과했던 데에 반해 2019년엔 0.46%로 증가했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도입 후 재질을 6차례에 걸쳐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주방용 칼 등으로 전자발찌를 끊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전자발찌에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를 보완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자발찌를 통한 위치 전송은 1분 간격으로 이뤄지며, 전송된 위치 정보는 법무부 산하 위치추적관제센터에서 24시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위치추적관제센터는 서울과 대전 두 곳에 불과하며 대전의 경우 담당 시도가 10개에 달해 세밀한 관리 감독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자감독대상자의 수는 4,866명에 달하나 관리 인력은 306명에 불과하며, 착용 대상자의 증가세에 비해 관리 인력 증원 속도가 떨어지는 등 관리 감독 업무의 부담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위치추적관제센터에서는 전자발찌 부착을 통해 설정 범위 밖의 특이한 이동 경로만을 감시하기에 거주지 근처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사실상 감독이 어렵다. 이번 사건의 첫 번째 살인 역시 강 씨의 자택에서 벌어진 일이었음에도 전자발찌만으로는 그 사실을 파악할 수 없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전자발찌 성범죄 재범 중 54%는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 거주지의 1km 이내에서, 33%는 100m 이내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전자발찌 제도의 허점을 잘 보여준다.

전자발찌 시스템뿐 아니라 보호감호 대상자의 가출소 대상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호감호란 형기를 마쳤음에도 상습성과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자를 보호감호시설에 수용시키는 제도이다. 그러나 현 법제상 법무부의 심사위원회는 보호감호 대상자의 재범 위험성과 나이, 복역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가출소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보호관찰이란 가출소 대상자가 감호 시설에서 벗어나 최대 3년간 전자 발찌 착용 및 사회봉사를 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재범 방지 제도이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 강 씨는 앞선 두 차례의 성범죄 전과로 3년 7개월의 보호감호 대상으로 선정됐으나 보호감호 기간을 7개월만 보낸 채 올해 5월 가출소 후 3개월 만에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이에 법무부에서는 보호감호 기간이 끝나기 전 가출소를 해야만 3년간 보호관찰을 할 수 있다며 이른 가출소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가출소 대상 판단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현 재범 방지 제도가 맹점이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근본적 대책의 방향은 어디로

 

최근 교정 당국은 현 제도를 개선하고 사전예방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3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자 감독 대상자 훼손 및 재범사건 관련 대책’ 브리핑에서 “제도 개선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재범 억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개선책의 주요 내용으로는 ▲전자발찌 견고화 ▲관리·감독 인력 증원 ▲전자발찌 위반자 주거지 영장 없이 압수수색 허용 ▲전자발찌 훼손 즉시 신상 공개 등이 포함된다.

향후 실질적인 이행 여부의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지난달 12일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주요 내용은 전자발찌 착용자가 ▲야간외출 제한 ▲전자발찌 훼손 ▲접근 금지 명령 등을 위반했을 때 경찰이 영장 없이 주거지를 압수수색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의 초기대응 능력 확보를 위해 면책 규정 신설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중대한 과실이 아니라면 형사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도 “현장 경찰이 과감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보호수용제 부활 논란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보호수용제는 흉악범을 출소 후에도 사회와 부분적으로 격리한 후 치료 작업을 병행하는 제도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낮에는 직업 생활을, 밤에는 보호 수용시설로 복귀해 생활하도록 관리하는 식이다. 2020년 김남국 의원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3.3%가 재범 방지 효과를 근거로 보호수용제에 찬성할 만큼 국민 여론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미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자를 사실상 재구속한다는 점에서 보호수용제의 이중처벌 및 인권 침해 논란이 제기된다. 또한 법안 추진 시 범죄 유형과 횟수, 재범 위험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05년 보호수용제는 폐지된 바 있지만, 강력범죄 사건이 재발할 때마다 부활 여부가 재점화돼왔다. 이미 폐지된 법안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보호수용제의 재입법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성범죄자 신상 공개 제도 확대에 대한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제도는 인터넷과 모바일 앱을 통해 성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고지하는 제도로 2011년 시행될 당시 3년 소급 적용을 원칙으로 했다. 이로 인해 2006년 형을 선고받은 강 씨는 성범죄 전과가 있는 중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신상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고 주민들은 그가 체포된 후에야 출소자임을 알게 됐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공공성을 근거로 해당 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신상공개 결정의 소급 적용에 대해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에 해당한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다시 한번 소급 적용 청구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작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만이 해답이 아니라며 반대한다. 피의자 가족의 사생활 피해와 사회적 낙인으로 범죄자의 교화가 영구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범죄 예방과 전과자 인권 보호를 사이에 두고 재범방지 시스템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전자 감독 제도의 시행으로 기대했던 범죄자의 심리적 압박 효과와 공권력의 즉각 개입 기능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재범 방지 시스템의 맹점을 명확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야 하며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교정 당국은 전자발찌 장치 자체의 견고성을 강화함과 더불어 현재 논의 중인 여러 제도의 현실성과 실효성을 고려해 적합한 해결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혜지·유민제·정채빈 기자
chj0418@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