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20년, 반복되는 실패 속 청년의 목소리는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지는 인구 자연 감소 현상이 2년째 지속 중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어떤 통계에서든 세계 최저순위를 면치 못한다. 저출산은 더이상 일시적 현상도, 미래의 과제도 아니다. 이에 The HOANS에서 ▲한국 저출산의 현주소 ▲정부 정책 ▲청년들의 인식에 대해 알아봤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인구절벽’의 늪

 

저출산이란 출산율이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수치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합계출산율이 2.1명 미만이면 저출산 국가로 분류되고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1983년 저출산 국가에 돌입했으며 2002년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육아를 위한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악화하며 저출산은 더 심각해졌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1명대가 붕괴한 이래 2019년 0.918명, 2020년 0.84명으로 지속해서 감소 중이다.

저출산으로 제일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교육기관이다. 학령인구가 2010년 약 990만 명에서 2020년 약 788만 명으로 26%가량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40년부터는 중위 추계 기준 학령인구 400만 명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수도권 일반대 선호 현상과 겹쳐 전문대 및 지방대 존폐문제로 이어졌다. 교육부의 2021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21년도 전국 전문대 충원율은 전년도 대비 9.3%P 하락했으며 지방대 미충원 인원 역시 전년도 대비 5배 증가했다.

현재 세대의 연금 납부가 필수적인 연금제도 역시 재정 고갈이 우려된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약 2,207만 명에서 4년 후에는 50만여 명이 감소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 고갈 예상 연도를 2060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긴 4차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연금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의 진행에 따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57년도보다도 빠른 2055년을 연금 고갈 시기로 예상하는 등 저출산은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가

 

과거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은 주로 저출산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출범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5년 주기로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이하 계획)을 수립했다. 제1, 2차 계획에서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환경조성 및 부모의 직장생활과 자녀 양육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일-가정 양립화라는 목표를 세웠다. 제3차 계획(2016~2020)에서는 기존 1차와 2차 계획이 근시안적인 접근이었다고 보고 저출산의 사회구조적 원인인 ▲고용 ▲노동 ▲주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정부가 지출한 저출산 예산은 약 200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명목상으로는 비대한 예산 규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큰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저출산의 원인이 사회 전반에 걸쳐있다곤 하지만 별도 항목에 가까운 사업이 저출산 지원 사업에 포함돼 예산이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가령 제1차 계획에서는 가족 여가 진흥을 명목으로 템플스테이 운영과 종교문화 행사지원이 예산에 포함됐으나 기존 예산에 저출산이라는 명목만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3차 계획에서는 대학 인문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저출산 예산으로 둔갑했다.

저출산 해결의 핵심인 육아시간 확보도 미흡한 실정이다. 2020년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올해 실시한 ‘서울시 양육자 생활실태 및 정책 수요조사’에서도 응답한 양육자 중 28%가 경력, 승진 등 사유로 양육 휴가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고용 불안정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확장 실업률은 2020년 25.1%고 고점을 찍은 이래 2021년 23.1%로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20%대를 유지하고 있어 해결이 시급하다.

저출산이 심화하면서 저출산이 가져오는 변화와 피해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제4차 계획을 통해 ‘저출산 적응’의 방향성을 강조한 이래 윤석열 정부 역시 저출산 적응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구 정책 방향 발표에서 조영태 기획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대해 “변화된 인구 구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경제나 사회정책을 기획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추진과 노동시간 감소 대응을 위한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 역시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효성이 불투명하고 적응정책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이 바라본 저출산은

 

저출산은 사회 문제임과 동시에 현상으로서 통계에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도 1인 가구는 전체 인구의 32%인 664만여 가구로 전년 대비 8%P 증가했다. 같은 해 기혼 여성 중 자녀가 없는 비율이 10년 전보다 약 2배로 늘었다. 1인 가구와 무자녀 가구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가구 형태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인식도 무자녀에 수용적으로 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도 20대의 절반 이상이 무자녀에 수용적이라고 응답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30대 성인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7차 저출산 인식조사’에서 결혼 긍정 의향은 전체의 55.5%에 머물렀다. 여성 설문자의 경우 67.4%가 비혼을 선택할 것이라는 응답을 제시했고, 그 이유로 ‘양성 불평등’, ‘육아휴직의 유명무실함’ 등을 들었다.

본지는 저출산에 대한 본교 학생들의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 8/17~8/23의 기간에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총 82명의 본교 학우가 설문에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35%의 청년들이 출산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그 이유로는 ▲부모의 책임감(75%) ▲경력 단절의 염려(56%) ▲재정적인 부담(53%)이 제시됐다. ‘한국 정부의 출산 관련 현금성 지원에 대한 문항’에서는 47.5%가 부정적으로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육아휴직이나 경력 단절 등의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돈만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만드는 것 같다’는 응답이 있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

 

불안정한 청년의 고용·주거 상황과 가족에 청년들의 인식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경제적·안보적 시각으로만 저출산에 대응하고 있다. 출산 이후의 사후적‧일시적 보상만으로는 출산에 대한 부담감 완화나 육아 여건 조성 효과를 노릴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출생 여건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종적인 결과인 청년층의 출산율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단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청년층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것이 시급하다. 저출산 문제에 급급해하기보다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미래를 고대한다.

신재용·박예나·정상우 기자
202115004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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